피부과 질환과 정형외과 질환을 구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달려라병원 장종훈 원장

#1 / 작은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31세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는 고민 끝에 ‘키높이 깔창’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발바닥 앞쪽에 500원 동전만한 굳은살이 생겨났다. 오래 걷거나 조깅을 할 때면 불편함을 넘어 통증까지 느껴졌다. 벌써 1년 넘게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발바닥 굳은살을 칼로 도려내면 1~2주 정도는 통증이 덜했는데, 이후 굳은살은 다시 생겨나 통증은 점점 스트레스가 되어갔다. 키가 커 보이느냐, 발바닥이 아프지 않고 사느냐의 기로에 선 그는 결국 정형외과 족부전문의인 필자를 찾아왔다.

그 환자의 첫마디는 이랬다. “도대체 언제까지 칼로 발바닥을 도려내며 살아야 하나요?” 체중부하 방사선 검사부터 시행했다. 검사결과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 환자는 필자의 병원에서 결국 그 이름도 복잡한 ‘제 2중족골두 변형교정 절골술(뼈수술, Weil 절골술)’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두어 달 뒤에는 굳은 살 박힐까봐 스트레스 받지 않고 키높이 깔창을 애용하고 있다. 편안하게 조깅도 한다고 했다. 쉽게 말해 이 환자는 피부과에서 치료받거나 굳은살을 칼로 도려낸다고 나을 상황이 아니었던 것. 제2번 중족골이 너무 길고 골두 자체도 컸기에, 정형외과 족부 수술이 필요했던 케이스였다.

#2/ 굳은살과는 상황이 좀 다른 흔히 말하는 사마귀와 관련된 경우도 있다. 고교 2학년 여학생이 발바닥 한복판에 올록볼록하게 굳은살처럼 올라오는 병변 때문에 필자를 찾아온 경우. 위치를 자세히 보니 발의 압박이 심하게 유발되는 곳이 아니었다. 체중부하 방사선 검사결과, 발의 아치도 정상적이었고 중족골의 길이도 정상이었다. 발바닥을 국소마취하고 올록볼록 굳은살처럼 올라온 부위를 살짝 칼로 긁어봤다. 그랬더니 앞서 말한 남자환자와는 상황이 아주 달랐다.

굳은 살 아래쪽에 사마귀가 나 있었던 것. 진단하기 위해 칼로 절개한 여학생의 발바닥 상처만 간단하게 치료한 뒤, 여학생에게 피부과에 가서 사마귀 치료를 하라고 돌려보냈다. 다만 사마귀 치료를 했는데도 낫지 않는다면 다시 필자의 병원에 찾아오라고 당부했다. 다시 찾아오지 않는 걸 보니 사마귀를 치료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티눈. 굳은살과 사마귀는 이렇게 성격이 전혀 다른 것들이다. 원인이 다르기에 치료법도 다르다. 그렇기에 우선 둘 중에 어떤 것인가를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 그러면 정형외과에 가야 되는지 피부과를 찾아가야 하는지를 놓고 환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간혹 티눈과 굳은살이란 단어를 또 다르게 해석하는 의사들도 있다. 하지만 티눈과 굳은살은 같은 뜻이다. 발바닥의 해당 부위에 지속적으로 높은 압력이 가해질 때 생기는 것들이다.

티눈ㆍ굳은살은 별다른 병이 있어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저 피부 중에 각질층이 두꺼워 지는 것이다. 압력이 계속 가해지니까 피부가 그 반작용으로 두꺼워지는 것일 뿐이다. 보통은 발가락사이에 생기거나 발가락과 신발이 닿는 곳에 생기는 것을 티눈이라 한다. 발바닥 넓은 부위의 피부가 딱딱해지는 것을 대개 굳은살이라고 한다. 물론 피부 아래층에 작은 종양이 있어서 그 때문에 압력이 높아져 티눈이 생기는 경우도 드물게 있기는 하다.

티눈ㆍ굳은살이 갑자기 생겼다면 다음의 경우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

1. 신발을 교체하고 나서부터 발생한 것인가?

2. 안하던 운동 (조깅/마라톤/줄넘기 등) 을 시작하면서 생긴 것인가?

3. 서있는 시간이나 걷는 시간이 많아진 것인가?

4. 발가락사이 티눈이 생겼다면 발가락 뼈에 골극(뼈돌기)가 자란 것인가, 아니면 갈퀴족 같은 발가락 변형이 있는 것인가?

5. 평발이나 요족이 있어서 발바닥 압력 분산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인가?

6. 2ㆍ3ㆍ4번 중족골의 길이가 너무 긴 것은 아닌가?

7. 발바닥의 지방 패드가 갑자기 위축되는 나이인가? ( 폐경기 즈음)

사실 발가락 사이에 생기는 티눈이 치료가 힘들다. 4ㆍ5번 발가락 사이에 가장 잘 생기는데, 4번 발가락 바깥쪽이나 5번 발가락 안쪽에 생긴다. 이는 주로 걸어다닐 때 4ㆍ5번 발가락이 겹쳐지면서 생긴다. 오랜 시간 마찰이 되면서 골극(뼈돌기)가 자라나오게 되면 통증이 심해진다. 연필심처럼 조그맣게 튀어나온 뼈를 깍아내기 위해서 수술을 하긴 해야 한다. 수술 후 발가락이 부어 오래가고 흉터도 남아 다소 불편한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수술을 권하기는 힘들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엔 스테로이드 주사 소량을 피부아래에 주입해보고 호전이 되면 다행인 경우다. 주사에도 반응을 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뼈돌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한편 사마귀는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과 전혀 관련이 없다. 사마귀 자체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질환이다. 사마귀는 칼로 깎아보면 피부와 수직방향으로 혈관이 있어서 작은 점으로 보이거나 출혈이 된다. 작다면 수술해서 도려낼 수도 있지만 재발할 수 있다. 크기가 크거나 여러 곳에 산발적으로 사마귀가 있다면 수술도 어렵다. 손가락에도 사마귀가 생기지만, 손가락보다는 발바닥에 생긴 사마귀가 더 아프다. 사마귀는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 경우가 많다. 레이저요법, 냉동요법, 항바이러스 약제 등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정형외과 보다는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사마귀냐 티눈이냐는 솔직히 의사들도 가끔 헷갈리는 경우다. 일반인들은 아마 그게 그거라고 여길 확률이 대단히 높다. 따라서 발바닥이나 발가락에 뭔가 튀어나오거나 올록볼록 굳은살이 생겨 아프고 불편하다면, 일단 두 가지만 생각해보고 병원을 찾아오기를 권유하고 싶다. 첫째, 이게 티눈일까 아니면 사마귀일까? 둘째, 정형외과를 가야할까 피부과를 가야 할까? 정답은 필자의 본 칼럼 내용 중에 나와 있으니 꼭 참고하시길 바란다. 독자 모든 분들의 발바닥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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