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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병원 & 착한 달리기] TV와 Google에 내맡겨진 건강

TV와 인터넷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걱정하며

달려라병원 조석훈 원장

서울에서든 어디서든 매우 익숙한 풍경 하나. 수많은 척추전문병원, 개인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 한의원 심지어는 헬스클럽 간판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측만증 교정치료’라는 광고. 버스 옆구리에도 큼지막하게 붙어있고, 입간판에서도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과연 어느 곳을 찾아가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을까? 솔직히 일반인 환자 입장에서는 ‘도찐개찐’인 것처럼 느껴져 혼란스럽기만 하다.

(#1) 중학교 2학년 남학생. 병원에 오기 이틀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동네 의원에서 간단히 엑스레이를 찍었다. 척추 측만증이라고 했다.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 부모가 놀랐다. 측만증이라는 말을 듣고 걱정이 커져만 갔다. 결국 부모가 아들 손목을 붙잡고 필자의 병원을 찾아왔다. “교정치료를 해야 하나요 아니면 수술까지 할 상황인가요?” 엄마의 한숨소리가 크고 깊었다.

중ㆍ고교 학생 및 대학생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척추측만증’은 보통 ‘특발성 척추측만증’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약 85~90%)의 척추측만증은 그 원인을 알 수 없다. 가장 흔한 청소년기 특발성 척추측만증 환자는 보통 아무 증상 없이 척추의 기형만을 호소한다. 측만증 환자의 요통은 정확한 빈도를 알기 어렵다. 척추가 휜 부위나 휜 정도 그리고 척추의 퇴행성관절염의 정도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청소년기 학생들은 하루에 자는 시간 및 이동시간을 빼고 거의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서 생활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보니 운동부족 등으로 특별한 구조적 원인 없이도 근육통이나 불편함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아주 전형적인 통증 양상이 아니라면, 검사나 치료 보다는 평소에 조금씩 운동을 할 것을 권하곤 한다. 앞서 언급한 남학생도 마찬가지인 경우. 운동을 권했고, 이내 통증이 사라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왔다.

(#2) 22살의 여자 대학생, 몇 달 전부터 갑자기 허리가 불편하다. 엉치 부위가 아픈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하지가 않다. 한의원을 찾아갔다고 했다. 골반이 틀어졌고 다리 길이도 다르다며 ‘추나요법’이라는 걸 했다. 한의원에선 교정치료 후 다리 길이가 같아진 걸 확인시켜주었다. 다 나았으니 집에 가도 된다고 해서 안심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다시 골반이 틀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교정치료를 하고 싶다고 필자의 병원을 찾아왔다. 이 여대생은 정말 골반이 틀어진 것일까?

환자들은 흔히 골반이 틀어졌다는 말을 자주 쓰곤 한다. 골반에서 위로 올라가는 허리부위에서 척추 측만증이 있으면 마치 골반이 틀어진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척추가 측면으로 변형이 된 것 뿐이지 골반이 틀어진 문제는 아니다. 만약 진짜로 골반이 틀어진 것이라면 그건 물리치료나 운동치료만으로 해결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매우 심각한 질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이나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골반이 틀어진 것 같다는 걱정을 한 이 여자대학생도 마찬 가지 경우. 그녀의 골반은 틀어진 게 아니었다.

사실 요즘은 인터넷에서 거의 모든 걸 해결하고 찾아낼 수 있다. 의학정보도 마찬가지. 이른바 ‘구글링(Googling)’을 통하면 전문정보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TV프로그램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의학정보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옥석을 가리는 노력과 지혜는 인터넷세상에서나 현실에서나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

상식과 전문지식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필자가 생각하는 인터넷과 TV의 현주소다. 인터넷과 TV 속의 의학정보를 참고는 하되, 꼭 전문의를 찾아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 과정이 생략되면 최악의 경우엔 건강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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