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들지 못하는 증상의 대부분에 해당

노년층 20~50%가 본인도 모르게 파열

달려라병원 박재범 원장

사람들은 흔히 통증이 심하면 심각한 병이고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경미한 병으로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일반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증상과 중증도가 비례하지 않는 두 가지 어깨병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필자의 전문분야인 어깨병 중에서 응급실에 가야 할 만큼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통증이 심하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참을만하기 때문에 응급실 보다는 외래 진료실을 찾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응급실을 가야 할 정도로 심한 통증을 나타내는 어깨병중에 석회화 건염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석회화 건염은 어깨 힘줄에 석회가 침착되는 병인데,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석회화 건염은 통증은 심하지만 그렇게 걱정할 병은 아닙니다. 침착된 석회는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이 흡수하여 스스로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석회는 뼈를 이루는 성분인기 때문에 엑스레이 검사에서 정상적인 뼈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뼈처럼 단단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분필가루나 치약과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쉽게 없어집니다. 석회는 일정 시간을 걸쳐 만들어진 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흡수가 됩니다. 특히 흡수가 될 때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통증이 심할 때는 오히려 그 기간만 잘 넘어간다면 저절로 회복이 될 수 있는 병입니다. 오랜 기간이 지나도 흡수가 되지 않고 심한 증상이 생기는 일부 경우에 한해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석회화 건염과는 반대로 증상은 심하지 않은데도 심각한 어깨병도 있습니다. 이 병은 때론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진행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증상이 아예 없기도 합니다. 회전근개파열이라는 병이 그렇습니다. 일부 논문의 결과에 의하면 어깨통증이 전혀 없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했을 때 20-50%에서 파열이 발견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회전근개파열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많이 진행된 후에는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필자는 가끔 ‘어깨의 암’이라고 비유하곤 합니다. 암처럼 생명과 관련된 병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깨의 생명과는 관련된 병입니다. 팔을 들지 못하는 대부분의 원인이 바로 이 회전근개파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엔 ‘어깨통증은 오십견 때문이고 그냥 두면 낫는다’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회전근개파열을 더 키우고 푹 익혀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관절을 감싸고 있는 넓은 판 모양의 힘줄입니다. 조그만 파열이더라도 적절하게 치료를 해주지 않으면 점점 진행해서 결국에는 모든 힘줄이 끊어져 팔을 들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관절내시경을 이용해서 비교적 쉽게 회전근개파열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보다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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