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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맛집(168)] 3월의 해산물

겨울과 봄 해산물 어우러진 ‘풍미’
겨울 끝무렵 해산물과 제철 해산물 만나 맛 더해져
‘분소식당’ ‘충무집’도다리 쑥국으로 유명… ‘분소식당’ ‘충무집’도다리 쑥국으로 유명
‘잉꼬식당’ ‘풍어횟집’은 제철 해산물 인기…제주 ‘곶감식당’은 갈치 국 마니아들에게 알려져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3월의 바다는 새로운(?) 해산물을 선보인다. 3월의 해산물이 좋은 것은 이 계절의 나물이 풍성한 것과 같은 이치다. 3월은 겨우 내내 보관했던 묵나물의 끝물이다. 따뜻해지면 묵나물들은 슬슬 맛이 없어진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산과 들에서 나오는 햇나물들을 찾는다. 3월에는 햇나물들도 나오기 시작한다. 울릉도 전호나물을 비롯하여 각종 산나물, 들나물이 3월에는 귀하게 나타난다. 쑥을 비롯하여 여린 싹들이 겨울의 언 땅을 헤치며 나타난다. 아직은 흔하지 않고 크기도 그리 크지 않으니 오히려 귀하게 다가온다.

해산물도 마찬가지. 3월의 바다는 겨울 생선을 마지막으로 내보낸다. 한편으로는 남해안을 중심으로 봄철이 제철인 생선들이 서서히 얼굴을 내민다. 3월은 겨울과 봄이 만나는 시기다. 해산물들도 겨울 해산물과 봄 해산물이 겹친다. 삼면이 바다이자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의 특혜인 셈이다.

겨울 해산물의 최고는 역시 복어다. 조선시대 초기의 기록에도 복어 독이 나타난다. 경상 남해안에서 “생선을 먹고 사람이 죽었으니 생선, 해산물 채취를 금하겠다”는 보고가 조정으로 올라온다. 중앙에서는 “아마 복어 알일 것이다. 섣불리 해산물 채취를 금하게 하면 오히려 가난한 이들이 살기 어려울 것이니 잘 살펴보고 대처하라”는 지시를 내려 보낸다. 기록에는 조선시대에 복어 독을 이용한 독살 사건도 있었다. 선조들도 꾸준히 복어를 드셨다는 이야기다. 복어 특히 복어 회는 횟감으로도 고급어종이다. 지난 겨울에는 중국 어선의 남획 탓에 오징어가 귀해졌다. 오징어 값이 하도 오르니 덕분에 복어는 가격이 싼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역시 복어는 귀하고 비쌌다. 3월이 되면 복어를 만나기는 힘들다. 서해안에서 봄철에 황복이 나타난다고 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물건도 귀하다. ‘임진강 황복’은 대중적이지는 않다.

‘분소식당’은 경남 통영 서호시장 안에 있다. ‘유리 가라쓰’ 문이 있는 시장 통의 허름한 가게다. 유리문에 써 붙인 메뉴가 재미있다. ‘졸복’과 도다리쑥국 등이 적혀 있다. 복어는 겨울철이 한철이고 도다리쑥국은 봄에 제철이다. 계절별로 복어와 도다리쑥국을 각각 만날 수 있다. 겨울이든 봄이든 통영에 들르면 계절의 음식을 느낄 겸 ‘분소식당’에 들러볼 일이다. 서호 시장 구경은 덤이다.

최근에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봄의 해산물은 도다리쑥국이다. ‘도다리+쑥’이니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셈이다. 겨울철의 물메기탕과 봄의 도다리쑥국은 3월을 기점으로 임무 교대한다.

도다리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도다리는 가자미의 여러 종류 중 하나다. “진짜 도다리는 귀하고 우리가 먹는 도다리는 문치가자미”라는 이야기가 떠돈다. 문치가자미도 아니고 물가자미나 또 다른 가자미로 국을 끓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웬만한 판단력으로는 20여 종류에 달하는 식용 가자미의 종류를 하나하나 섬세하게 가르기는 힘들다. 지역별로 이름이 다른 경우도 있고 생김새도 얼핏 보면 비슷비슷하다. 다만 어떤 가자미든 신선도가 떨어지면 비린내가 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생선은 알이 찼을 때 혹은 알이 차기 전이 가장 맛있다. 가장 맛없는 시기는 갓 산란을 했을 때다. 알을 지니고 있으면 알의 맛도 있지만 기름기도 아주 좋다. 기름진 생선이 산란한 생선보다 맛있는 것은 당연하다. 도다리의 산란기가 2월 전후니 3월 도다리는 맛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도다리쑥국은 이른 봄에 나오는 쑥의 향기를 취하는 것이다. 비리지 않은 생선의 맛과 더불어 막 돋아나는 쑥의 향기만 제대로 취해도 좋을 것이다. 남해안, 통영의 도다리쑥국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하나는 된장을 푼 물로 국을 끓이는 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맑은 탕의 형태다. 통영 등에서는 된장 푼 도다리쑥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서울 등에서는 맑은 국물이 대세다.

서울 무교동의 ‘충무집’은 3월1일을 기점으로 도다리쑥국을 내놓는다. 서울로 진출한 통영 출신의 가게들은 흔히 ‘충무’라는 이름을 쓴다. 한때 통영의 지명이 충무였다. ‘충무집’도 마찬가지. 계절 별로 회나 탕, 생선찜 등을 내놓는다. 도다리쑥국과 더불어 갈치조림을 내놓는 메뉴도 좋다.

3월에는 남해안 일대에서 새조개를 만날 수 있다. 새조개는 조갯살의 모양이 마치 새 대가리와 부리를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 조개 중에서도 단맛이 강하고 샤브샤브 형태로 먹으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뛰어나다.

전남 보성 벌교읍의 ‘잉꼬식당’은 이제는 보기 드문 ‘실비집’이다. 식재료를 시장에서 직접 사서 맡기면 ‘양념값을 받고’ 음식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경남 사천의 ‘풍어횟집’도 3월이면 풍성한 해물을 내놓는다. 새조개회를 비롯하여 털게 찜, 개불 회 등과 방풍나물이 아주 좋다. 3월 중하순이면 방풍나물이 제철이다.

갈치는 겨울이 제철이다. 도시에서는 만나기 힘든 ‘갈치로 만든 음식’은 갈치 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갈치 국은 비리다’고 여긴다. 신선한 갈치는 국 혹은 회로 먹는다. 3월이면 서서히 ‘제철 갈치’는 사라진다. 3월에 마지막으로 제철 갈치 국을 먹을 수 있는 셈이다.

제주도 제주시의 ‘곶감식당’은 갈치 국 마니아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식당이다. 늙은 호박과 겨울철 제주도 배추 등을 넣은 국이 아주 달고 시원하다. 제주공항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이른 아침 제주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해장국으로 여긴다. 갈치 국과 더불어 성게미역국도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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