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열려 있는 음식'비빔밥 기원 혼란은 '우리 고유 음식' 때문비빔밥 형태 먹는 사람이 결정… '열려 있는' 음식中 골동반, 日 가마메시 '솥밥' 개념…비빔밥과 차이강남 '부옥당', 성북동 '선동', 양평 '지평보리밥' 등 특색

지평보리밥
'비빔밥의 기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떠돈다. 인터넷에도 근거 없는 여러가지 '설'들이 떠돈다.

"병영에서 기원하였다"는 설도 있다. 군대에서 여러 명의 군인들이 동시에 밥을 먹는다. 그릇도 부족하던 시절이다. 조선후기의 기록에는 궁중에서 연회를 할 때 그릇이 부족해서 민간의 '그릇 대여점'에서 그릇을 빌려서 궁중으로 날랐다는 내용도 있다. 당연히 민간이나 병영 모두 그릇이 부족했다. 비빔밥은 '나만의 그릇'은 하나면 가능하다. 밥을 비빌 큰 그릇 하나에 국 그릇 하나면 된다. 나머지 반찬들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가능성은 있는 '설'이지만 콕 집어 "비빔밥이 병영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제사 기원설'도 있다. 제사를 모신 후 모두 둘러 앉아 비빔밥을 먹었고 그게 바로 비빔밥의 기원이라는 '설'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사를 모시는 집에서는 늦은 밤 제사상에 올랐던 나물반찬 등을 넣고 밥을 비벼 먹는다. 하지만 이 역시 "언제, 누구의 제사를 지낸 후 먹었던 비빔밥이 기원이 된다"는 명시적인 기록이나 증언은 없다. '비빔밥 제사 기원설' 역시 무리는 있다.

엉뚱한 이야기도 있다. 조선 왕실에서 종친들이 궁중으로 입궁하면 비빔밥을 대접했고 그게 바로 비빔밥의 시작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조선에는 수도 없이 많은 종친들이 있었다. 그들 중 누가 비빔밥을 먹기 시작했는지 어떤 형태의 음식이었는지에 대한 기록 역시 없다. 추정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 숱한 종친들 중 비빔밥을 유달리 좋아했던 이는 있었겠지만 느닷없이 "왕실 종친 접대 비빔밥이 비빔밥의 기원"이라는 주장은 생뚱맞다.

<시의전서>의 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 한글로 비빔밥이 처음 등장한다는 뜻이지 이 무렵 비빔밥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조선시대 초, 중기 기록에도 '골동반'이라는 이름으로 비빔밥은 등장한다. 혼란스러운 세상을 빗대어 '골동(骨董) 같은 세상'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초성공원
비빔밥의 기원이 혼란스러운 것은 비빔밥이 우리 고유의 음식 형태이기 때문이다. 오늘날까지도 비빔밥은 우리만 먹는 음식이지 외국 어디에서도 상식(常食)하지 않는다. 중국 명나라의 '골동반' '반유반' 등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 비빔밥과는 거리가 있다. 밥을 지을 때 고기, 생선, 채소 등을 쌀과 더불어 넣고 만들어내는 '솥밥' 같은 개념이다. 일본인들의 가마메시(釜飯)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의 골동반이나 일본 가마메시는 모두 미리 쌀, 채소, 고기, 생선 등을 솥에 같이 넣고 밥을 짓는다. 큰 그릇에 밥을 미리 넣고 그 다음 각자 원하는 나물, 채소, 장류, 고기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비빔밥과는 거리가 있다.

비빔밥의 경우, 특별한 전래의 흔적이 없다. 외부에서 들여온 흔적도 없고, 한편으로 우리 역사상에도 '비빔밥 기원'에 대한 특정한 기록은 없다. 그저 누구나 흔하게 먹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빔밥의 기원이 혼란스러운 이유다.

마이클 잭슨이 한국 방문 시, 호텔에서 여러 차례 비빔밥을 먹었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비빔밥이 그렇게 대단한 음식이야?"라고 생각했지만 곧 잊었다. 비빔밥은 한국인들에게는 일상의 음식이자 별다른 의미를 지닌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빔밥은 '열려 있는' 음식이다. 들판에서 비빔밥을 먹을 때 아무도 나물의 종류와 양을 특정하지 않는다. 먹는 이,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내용물을 적절하게 정하고 선택한다. 몇 가지나물을 선택할 것인지, 각 나물마다 어느 정도의 양을 선택할는지 모두 먹는 이가 결정할 일이다. 장류도 마찬가지다. 간장, 된장, 고추장을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또 그 사용량도 소비자가 정한다. 비빔밥을 스마트폰과 비교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스마트폰 역시 숱한 어플리케이션(APP)이 있고 어떤 앱을 사용할는지는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 스마트폰이나 비빔밥 모두 열려 있다.

서울, 서울 근교에서 편하게 비빔밥을 먹을 수 있는 곳들을 몇 곳 소개한다. 특별할 것도 별난 것도 없지만 '열려 있는 음식' 비빔밥을 만날 있는 곳이다.

선동
강남구 삼성동의 ''은 편한 밥집이다. 점심시간이면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이래저래 불평들도 있다. 혼잡스럽고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다. 자리에 앉으면 그릇을 하나씩 준다. 기본적인 나물들이 놓인다. 반찬 중 일부를 비빔용 나물로 더해도 좋다. 된장, 고추장을 얹어서 비벼먹는다.

성북동의 ''도 마찬가지다. 미리 나물과 더불어 밥을 비벼먹을 수 있도록 그릇, 장 등을 준비해준다. 음식이 정갈한 편이다.

경기도 양평의 ''은 전형적인 '열려 있는 비빔밥집'이다. 나물양도 푸근하다. 식당공간은 지금도 주인 가족들이 살고 있는 시골집이다. 방 한 켠에 앉아 비빔밥을 먹으면 마치 내 집에서 밥 먹는 기분이 든다. 음식은 시골 음식으로 간이 강한 편이다.

경기도 일산의 ''은 박으로 만든 바가지가 탐나는 집이다. 음식도 보리밥, 나물 모두 푸근한 예전의 형태다.


부옥당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