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 수술로 본 수술 후 통증관리

두려움은 상상을 통해 더욱 증폭된다. 오늘 칼럼은 현실과 상상의 괴리감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정형외과 족부전문의의 경험담이자 해결책이다. 특히, 수술 후 통증이 무서워 수술을 기피하다 병을 키우는 환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당부이기도 하다. 미리 상상 하면서 겁부터 먹지는 말자는 게 오늘 칼럼의 요점이다. 그럴수록 더 아픈 게 현실이니까….

갓 대학교에 입학한 여대생이 병원을 찾아왔다.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엄지가 바깥으로 틀어진 무지외반 변형이었다고 했다. 수능을 치르고 나서부터 하이힐을 신기 시작했다. 각종 다이어트 워킹 운동과 하이힐 신는 시간을 늘리자 엄지 안쪽 튀어나온 부분의 통증이 점점 심해졌고 발바닥 굳은살도 더 딱딱해져 갔다. 몇 달 동안 진통소염제도 먹어보고 신발도 바꿔 봤지만 통증은 더해갔다. 다른 병원에서도 수술을 권유 받았지만, 수술 받는 게 겁이 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필자를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방사선 엑스레이 촬영을 한 뒤 필자는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수술 후 통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여대생과 보호자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마침내 수술을 하기에 이르렀다. 수술 후 첫째날 밤이 지나고, 밤사이 얼마나 아팠냐고 물었다. “ 좀 뻐근하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 만큼 아프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가장 아픈 것을 10점으로 본다면 3~4 정도의 통증이랄까요”라는 밝고 명랑한 대답이 돌아왔다. 다행히도 그 여자 대학생은 상태가 호전되어 가끔씩 필자의 병원을 찾아와 간단한 치료만 받으며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무지외반증 환자는 약 4~5년 전부터 점진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우리나라가 서서히 발건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또한 발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 치료를 원하는 만큼의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증상이 있고 변형이 중등도 이상인 무지외반증은 엄지를 둘러싼 힘줄들의 밸런스가 맞지 않은 상태로 고착화 되어있기 때문에, 비수술치료( 보조기 혹은 단순 스트레칭)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수술 말고는 근본 치료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필자도 증상이 있고 변형이 중등도 이상인 무지외반증에 대해서는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이다.

진료실에서는 외관상 보기도 좋지 않고 통증도 있는 무지외반증을 가진 환자인데도 단지 수술 후 통증이 겁나서 엄두를 못내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수술을 해보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겁을 내냐고 물으면, 주변에 누군가가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에 너무 아파서 말리더라는 말들을 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런데 이는 거의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필자가 볼 땐 그렇다.

무지외반증 수술은 뼈를 절삭, 절골하여 교정하는 수술이다. 따라서 수술 후 며칠간은 어느 정도는 아플 수 밖에 없다.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한쪽 발을 수술 후에 다른 쪽 발도 수술을 하러 필자를 찾아오는 환자가 많을 걸 보면 실제로는 수술 후에 치료효과에 만족하는 환자가 훨씬 많은 것 같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수술 후 환자들의 통증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소홀히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몇 년 사이에 수술 후 통증 관리를 하는 여러 좋은 방법들이 발견되고 연구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척추 신경관 마취관을 통한 하반신 마취 유지 요법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최근엔 임산부에게 출산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도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환자가 원하는 경우 수술 후 만 48시간 까지 덜 아프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약효가 끝날 때까지 발바닥을 포함한 발 전체 감각이 떨어져 휠체어를 타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수술 후 통증관리의 두번째 방법으로는 발목신경 차단술(후경골신경 차단술)이 있다. 마취약제 중 효능시간이 긴 감각신경 마취제 (주로 Naropine 계열) 를 주입해, 발목 뒤쪽으로 지나가는 후경골 신경을 차단하는 비교적 간단한 주사 요법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수술에서 시행하고 있다. 지속시간이나 효능이 사람마다 좀 차이가 난다는 단점이 있다. 세 번 째 방법은 수술 흉터 주변 연부조직에 직접 마취약제를 뿌리는 방법이다. 앞서 언급한 감각신경 마취제를 직접 흉터 연부 조직에 뿌려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방법이다. 수술 상처의 혈액순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게 단점이다.

이제 결론이다. 요즘은 무지외반증 뿐 아니라 각종 뼈 수술, 심지어는 인공관절 수술 후의 통증도 많이 경감시킬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러니 수술 후에 죽도록 아플거라고 너무 예단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수술이 필요한데도 통증이 두려워 수술을 망설이는 환자들은 당장 담당 주치의에게 수술 후 통증관리방법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보길 권한다. 전문의와 상담을 하다보면 수술전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수술 후 실제 통증보다 훨씬 더 크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달려라병원 장종훈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