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은 전통식 아닌 '기획상품'삼계탕은 한식의 '평(平)'에 어긋나조선시대 '백숙'이 전통 닭요리삼계탕용 어린닭 고유의 맛 못내

'거시기삼계탕'
춘천 닭 내장구이
마포 '박달재' 연천 '충남식당' 깊은 맛
군산 '거시기 삼계탕' 맑은 맛 풍미

결론부터 밝힌다. 삼계탕(蔘鷄湯)은 우리 시대의 '기획 상품'이다. 역사 있는, 전통 보양식은 아니다.

곧 삼복이 시작된다. 보양식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질 것이다. 난감하다. 이 무렵에는 "보양식 원고를 써달라" 혹은 "방송에서 보양식 이야기 해달라"는 주문이 잦다. "민간은커녕 궁중도 보양식은 없었다"고 해도 믿질 않는다. 삼계탕은 우리 시대의 기획 상품일 뿐이라고 설명해도 듣지 않는다. 굳이 꼽자면 타락죽(駝酪粥) 정도가 궁중과 반가의 보양식이었다.

조선시대 기록에 삼계탕이 있었다는 표현은 틀렸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조선시대 닭을 먹는 방법은 '백숙(白熟)'이 보편적이었다. 백숙은 '희게 찐다'는 뜻이 아니다. 백숙은 "아무런 고명이나 다른 재료 없이 맹물에 쪄낸다"는 뜻이다. 1670년 언저리에 발간된 안동 장 씨 할머니의 <음식디미방>에도 백숙은 나온다. 연계백숙(軟鷄白熟)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수증계(水蒸鷄)라고도 한다. 앞의 표현은 연한 닭을 고명 없이 물에 삶았다는 뜻이고 뒤의 표현은 '물로 찐 닭'이라는 뜻이다. 인삼은커녕 닭 이외에는 아무 것도 넣지 않았다. 붉고 푸른 닭은 없다. 검은 닭, 오골계는 있지만 굳이 '흰 닭' 즉, 백숙이라고 표현할 이유는 없다. 아무런 일을 하지 않는 손은 '백수(白手)'다. 흰 손이 아니라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손이다. 백숙은, 아무런 고명과 양념 없이 물에 찌거나 삶아낸 것을 이른다.

오늘날의 '기획 상품 삼계탕'은 너무 허망한 음식이다. 삼계탕 닭은 너무 어리다. 30일 정도 자란 닭에는 '닭고기 고유의 맛'이 없다. 껍질과 뼈에도 닭고기의 맛이 배지 않았다.

'원조숯불닭불고기'
1960년대부터 닭이 비교적 많이 생산된다. 농수축산물이 일본 등 외국으로 수출되기 시작할 때다. 닭이나 인삼 등의 생산이 늘어난다. 1970년대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유통이 비교적 쉬워진다. 냉장고가 등장하는 것은 오히려 이 이후다. 말린 건삼이나 홍삼은 이동이 쉽지만 물기가 많은 수삼(水蔘)은 유통, 보관이 힘들다. 닭고기 생산이 늘고 유통이 쉬워지며 한편으로는 냉장고 등을 통한 보관이 용이해지면서 삼계탕은 널리 보급된다. 닭 한 마리가 들어가는 뚝배기도 등장하고 원래 이름이 계삼탕(鷄蔘湯)이었던 삼계탕은 '국민 보양식'으로 자리매김한다. 양계업자들은 삼복에 맞추어 닭을 준비한다. 크기는 1인용 뚝배기에 들어갈 정도. 5.5호 닭이다. 도축 후 550g 정도, 생닭 상태에서 800g 정도다.

30일 정도 자란 어린 닭이 닭고기 맛을 낼 리는 없다. 유명 삼계탕 전문점에서 각종 견과류와 들깨가루 등을 사용하는 이유다. 닭고기 맛이 약하니 견과류의 맛으로 대신한다. 닭 뼈는 육수를 내는 재료로 사용할 정도로 그 맛이 강하다. 그러나 어린 닭의 뼈는 맛이 없다. 푹 고아서 뼈, 껍질, 살코기의 맛을 섞어도 역시 맛은 별로다.

한식은 음과 양을 더하여 평(平)을 향하는 음식이다. 음의 계절인 동지에 양의 음식인 팥죽을 먹는 이유다. 밤이 길고 추운 계절이다. 양을 더해야 한다. 팥죽은 양이 강한 음식이다. 보양식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표현은 억지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난다. 피부의 온도가 일정 시간 내려간다. 시원하다. 땀을 흘리면 시원한 것이지 반드시 삼계탕을 먹어서 시원한 것은 아니다. 소화 흡수가 쉬운 단백질을 섭취하여 한여름의 기력을 보충한다는 의미는 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다이어트, 복부지방을 염려한다면 삼복더위의 삼계탕은 권할 만한 음식은 아니다.

한식의 평(平)은 균형이다. 밥(음)이 있으면 반드시 국이나 탕(양)이 있다. 더운 계절에는 수분이 많은 과일 등을 섭취하는 것이 맞다. "더운 날, 신체의 겉은 덥지만 속은 냉하다. 그래서 양의 음식인 삼계탕을 먹는다"는 표현이나 이열치열을 위하여 삼계탕을 먹는다는 표현은 억지일 뿐이다. '삼복더위를 이길 보양식 삼계탕'은 억지다. 영양보충이 아니라 영양과다를 염려하는 시대다. 더구나 혼자서 닭 한 마리를 다 먹겠다고 작은 뚝배기에 30일 정도 자란 닭을 넣고 푹 고아 먹는 것은 탐욕이다.

'충남식당' 백숙
삼계탕은 아니지만 닭고기 음식을 전문적으로 내놓는 집을 소개한다.

모든 고기의 지방 태운 맛은 압권이다. 닭고기 중 지방이 많은 부분은 껍질과 내장이다. 춘천의 에서는 닭 내장구이를 만날 수 있다. 손질하기 번거롭고 미리 손질되어 제공되는 닭고기에는 내장이 아예 없다.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닭 내장구이를 내놓는다.

마포의 '박달재'에서는 수준급의 백숙이나 닭볶음탕을 만날 수 있다. 엄나무를 넣어서 푹 곤 백숙과 닭볶음탕은 전통 재래 간장으로 맛을 낸다. 맛이 깊다.

시골길이나 깊은 산속에서는 흔히 닭을 방사하면서 백숙, 삼계탕을 파는 경우가 잦다. 더러는 양계장에서 닭을 가져온 다음 방사 '흉내'만 내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연천의 '충남식당'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집이다. 5만 원 정도의 닭 값을 내면 방금까지 바깥에서 뛰놀던 닭을 백숙으로 내놓는다. 부추 정도만 얹은, 소박하면서 제대로 된 백숙이다. 40분 정도 고아서 낸다고 하지만 역시 질기다. 2시간 전에 전화,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군산의 '거시기 삼계탕'은 채널A 먹거리X파일_착한식당에 선정한 곳이다. 조미료 사용을 절제한다. 닭고기 맛이 맑다.

'박달재' 백숙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