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건강을 위한 저축 또는 보험 같은 것

정형외과 전문의인 필자를 찾아 허리 통증이나 하지 방사통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진료실 문을 두드립니다. 어떤 분들은 일을 하다가, 또 어떤 분들은 물건을 들다가, 다른 어떤 분들은 아무 일도 특별하게 한 게 없는데 느닷없이 허리가 아프다고 병원을 찾아옵니다. 극심한 통증으로 119 구급차 신세를 지는 분도 있지요. 환자들의 이야기도 듣고 진찰을 합니다. 검사도 하고 치료를 하지요. 어떤 분들은 가벼운 근육 염좌이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허리 디스크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 종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허리가 아파서 오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허리 운동을 언제부터 하면 되느냐는 것. 아마 허리가 아프면 운동을 열심히 해야 된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던 적이 있나 봅니다. TV에서든 인터넷에서든 ‘허리가 아프면 운동을 해야 한다’라는 정보가 환자들의 뇌리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지요.

그렇다면 통계를 한번 살펴볼까요. 신뢰할만한 통계자료를 보면, 전 국민의 80%는 일생에 한 번 정도 요통을 겪는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이 문제는 꼭 지금 허리가 아프지 않은 분들이라도 관심을 갖고 살펴볼 문제인 것 같네요.

이런 관심은 평상시 요통이 없을 때는 생겨나지 않다가, 허리가 한번 아프면 그때서야 관심이 생기는 그런 성격의 문제이긴 합니다. 인지상정이겠지요. 의사인 필자 생각엔, ‘요통이 있으면 운동해야 한다’라는 말(명제)는 명확한 것 같은데도, 왜 운동을 왜 해야 되는지 알고 있는 분은 실제로 없는 것 같습니다.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은 분들도 ‘운동이 허리에 좋다’라는 식으로 쉽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운동을 하면 문제가 있는 디스크가 저절로 건강해 진다거나, 디스크가 튼튼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왜 운동을 하면 요통에 도움이 되는지 아는 게 환자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 같군요.

전문적으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척추에는 척추를 구성하는 여러 구조물들이 있습니다. 먼저 몸의 가운데 있는 기둥처럼 서있는 척추뼈가 있지요. 그 척추뼈 기둥을 둘러싸고 있는 뼈를 이어주는 인대, 여러 종류의 척추 근육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복근을 포함해서 척추기립근, 다열근, 대요근 등 다양한 척추 근육들이 있습니다. 물론 골반의 근육들도 척추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관계가 있는 근육입니다.

운동은 기본적으로 척추 근육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럼 이 근육을 강화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느냐? 허리 디스크 환자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허리 디스크 환자는 기본적으로 척추뼈 사이사이에 있는 디스크라는 연골이 건강하지 못한 분들입니다. 디스크는 우리 몸무게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게 좋지 않으니 당연히 통증이 발생하지요. 쉽게 말해, 우리 몸의 기둥 하나가 약해진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이 디스크 기둥 말고 척추 근육이라는 다른 기둥도 존재 합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기둥이지요. 그래서 여러 기둥 중에 기둥 하나가 약해서 흔들거리더라도 다른 기둥들이 충분히 강해서 약한 기둥을 보완 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어지는 겁니다. 운동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록 디스크가 약해지고 튀어 나와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나머지 척추근육을 강하게 만들어 보완하면 비록 디스크 자체가 건강해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는 지금 허리 통증이 없는 분들에게도 적용되는 중요한 점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미리 운동이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이라는 저축을 열심히 해놓으면, 나중에 허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큰 문제없이 잘 회복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거나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지금 모아놓은 돈이 나중에 큰 도움으로 돌아오듯이, 건강 또한 운동이라는 저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운동은 반드시 미래의 건강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니까요.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