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족부 전문의의 종골골절 수술 후기

몇 년 전 일이다. 119구급차로 병원에 온 환자가 극심한 양쪽 발 뒤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정형외과 족부전문의인 필자에게 "공사 현장에서 2m 아래로 떨어지고 나서부터 뒤꿈치가 너무 아파요"라고 말하는 환자. 그 표정이 무척이나 절박했다. 서둘러 x-ray 와 CT를 찍었다.

거골하 관절이 함몰된 종골골절. 필자가 상황을 환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관절 함몰정도가 심하고 분쇄가 심합니다.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데, 추후에 거골하 관절염이나 만성 발바닥 통증 같은 후유증이 좀 남을 수 있겠습니다. 수술 없이는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날 저녁, 곧장 수술을 실시했다. 관절 함몰과 분쇄가 워낙 심해서 생각보다 수술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최선을 다해 원상태로 맞추려고 노력했다. 다행히도 수술은 큰 무리없이 잘 완료됐다.

그 후 약 4개월 쯤 지났을까? 그 환자가 필자에게 고맙다며 큰 케이크를 하나 들고 왔다. 다른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며 들었던 이야기를 필자에게 풀어놓았다. "아직 좀 불편하긴 한데 그래도 많이 좋아졌네요. 걸을 만합니다. 재활 ??문에 다른 병원에 가서 수술한 사진을 다른 의사분에게 보여줬더니, 이 수술 누가 했냐고 묻더군요. 자신은 같은 정형외과 의사인데도 이렇게 꼼꼼하고 완벽하게 수술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애써주신 선생님 생각이 나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거듭 되풀이하던 그 환자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종골이란 발뒤꿈치에 만져지는 뼈를 말한다. 발의 뼈 중에서 가장 크고 추락에 의하여 골절되는 경우가 가장 흔한 부위. 그래서 건설공사현장에서 또는 등산 도중에 종골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 팔과 다리의 긴 뼈들은 어떻게 부러졌는지 어느 방향으로 휘어졌는지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종골은 생긴 모양이 울퉁불퉁한 돌멩이처럼 생겨서 정형외과 전문의라고 해도 다친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종골의 천장 부분에 발을 좌우로 움직이는 거골하 관절이라는 관절면이 있다. 때문에 잘못 맞추면 발을 좌우로 움직이는 운동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수술할 때 원래대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거골하 관절면은 정확하게 맞추려고 한다.

크래커 같은 과자를 망치로 부순 것을 100% 맞출 수 없듯, 뼈가 많이 분쇄되면 100% 원래대로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관절면이 심하게 부스러지면 뼈를 원래대로 맞추더라도 뼛조각들에 이미 피가 통하지 않는다. 다칠 때 충격으로 연골세포가 다 죽어서 뼈는 잘 맞았다 하더라도 연골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 하나, 종골은 몸과 지면이 바로 닿는 부분이기 때문에 뒤꿈치 바닥 부분의 쿠션이 파손되어서 뼈가 아무리 잘 맞춰져 있어도 디딜 때 통증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쿠션이 좋은 신발을 신으면 괜찮지만 바닥이 딱딱한 신발을 신으면 뒤꿈치 바닥이 아픈 경우도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종골 골절은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종골골절을 맞추지 않게 되면 뒤꿈치가 양옆으로 불룩해진다. 게다가 뒤꿈치의 높이가 낮아져 신발 신기가 불편해진다. 또한 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아킬레스건의 힘이 약해져 계단을 올라가거나 뛰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관절염이 생겨 아픈 것도 이런 기능상의 문제를 일으키지만, 형태가 너무 낮아지고 벌어져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늦게라도 뼈를 깎아내고 뒤꿈치 높이를 원래대로 높이는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런저런 합병증을 최소화 하려면 첫 수술이 가장 중요하다. 첫 수술 때 종골 뒤꿈치 높이 각을 잘 만들고, 거골하 관절면을 잘 맞추면 앞서 언급한 합병증들을 하나씩 줄일 수 있다. 종골 골절. 어렵고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서 수술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달려라병원 장종훈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