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 열매(지실) 막힌 것 뚫어 기운 잘 돌게 해침향, 기운 아래로 내려 천식 환자에 효과

오래 전부터 대구시에서는 행정기관의 담장을 허무는 것을 필두로 종합병원, 학교, 종교시설 등의 담장을 허물어 가로공원으로 바꾸었다. 담장은 나와 세상을 구분지우는 경계다. 하지만 최순우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에서 우리나라의 담장은 ‘그다지 높을 것도 없고 그다지 얕지도 않아’ 나즈막한 담장을 통해서 담장 너머의 자연풍광이 안으로 전해지고 담장 안의 일들이 밖으로 전해져서 자연친화적이라 했다. 숨 막히게 높은 중국의 담이 자연과 인간을 확연하게 경계 지어 답답한 공간을 연출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담장 중에 가장 큰 것이 성곽이다. 필자가 한동안 성곽에 빠져 봄-가을로 서울성곽과 화성의 성곽, 남한산성 성곽을 여러 차례 오가면서 자세히 본 적이 있었다. 서울성곽의 석재가 상당히 잘 다듬어져 있는 반면 화성의 밑돌은 검은 색을 띠는 것으로 화려하지 않고 또한 거칠게 다듬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서울 성곽은 농한기 때 백성들이 의무적으로 지는 부역으로 만들어졌고 화성은 백성이 부역에 참여할지라도 품삯을 줘서 백성의 고단함을 달래준 것을 알 수 있다. 둘 다 멋지지만 화성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조선의 형벌 중에 위리안치(圍籬安置)란 게 있다. 왕족이나 대신들이 유배형을 받을 때 유배지 담장을 탱자나무로 촘촘히 심어 외부와는 일절 소통하지 못하고 그 속에서만 살아가도록 하는 형벌이다. 어릴 적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노란 탱자로 배고픔을 달래보려 먹어보지만 신맛이 강해 얼굴을 찌푸린 추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탱자를 ?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귤(橘)과 사촌격인 탱자 즉 지(枳)는 지실(枳實)과 지각(枳殼)이란 한약재다. 지실도 귤껍질인 진피(陳皮)와 효능이 서로 엇비슷하다.

탱자나무, 광귤나무(酸橙), 향원(香圓)의 과실이 성숙하지 않은 작고 푸른 과실을 지실(枳實)이라 하고, 완전히 자라서 크게 익은 것을 지각(枳殼)이라 한다. 둘 다 비위(脾胃)의 기운을 잘 돌려서 소화를 잘 되도록 한다. 다만 지실은 그 효능이 강해서 기운을 강력하게 돌리고 지각은 그 기능이 약하다. 지실을 사용할 때는 그 강력한 기운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되어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지각은 언제든지 사용이 가능하다.

지실은 꽉 막히게 체해서 명치 끝이 너무 뜬뜬하게 아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뚫어 펑’으로 사용되는 수가 많다. 이런 경우는 산사(山楂), 신곡(누룩) 맥아(엿기름)과 함께 사용한다. 매운 것을 많이 먹고 스트레스를 받아 발생한 열성(熱性)변비로 아랫배가 아프고 빵빵하게 부풀어 꼼짝 못할 때는 후박(厚朴), 대황(大黃)과 함께 사용해서 해결한다. 지실이 명치부위부터 아랫 쪽으로 작용하는 반면, 지각(枳殼)은 위쪽인 가슴이나 목 쪽으로 막힌 것을 잘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목에 뭔가 걸린 듯 한 매핵기(梅核氣)같은 질환에 길경(도라지)과 함께 길경지각탕(桔梗枳殼湯)으로 많이 사용한다. 또한 기운을 위로 끌어 올리므로 위하수, 자궁하수, 탈장 등에 사용된다. 침향(沈香)이란 한약재가 있다.

요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침향나무 혹은 백목향나무가 상처가 나면 진액같이 끈적거리는 수지(樹脂)성분이 나와서 상처부위를 치료하게 되는데 이것이 침향이다. 침향이란 향기가 나는 나무인데 가라앉는(沈) 특징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운을 아래로 보낼 때 많이 사용한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고 진품인 자연산은 1g에 백 만원을 주고도 구하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들 나무가 자생하는 곳에서는 인위적으로 생채기를 내서 수지를 채취한다. 침향나무가 아닌 가라앉는 특징을 지닌 다른 나무에 착색제나 향을 주입해서 그럴듯하게 해서 판매하니 조심해야 한다. 공진단을 만들 때 사향노루에서 사향을 채취하기 어려워 인공 침향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기운을 아래로 끌고 가므로 기운이 위로 뻗쳐서 생기는 기침이나 천식, 호흡이 가쁜 환자에게 다용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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