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화 ‘국제시장’의 인기는 대단했다. 6ㆍ25를 겪으면서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산과 들에서 먹을거리를 ?기란 쉽지 않았던 시절의 한 가정에 포커스를 맞춰 가장이 얼마나 힘들게 그 시절을 살아왔는지를 그려내면서 많은 호응을 얻은 것 같다. 특히 겨울에, 잘 먹지 못하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에서도 여전히 똑 같이 생활하다보면 온몸이 항상 찌뿌둥하고 어깨, 허리 근육이 뭉치는 것이 다반사 일이었지만 그 시절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다.

온몸이 쑤시고 밤새 끙끙 앓다보면 주위에서 민간요법을 많이 권하게 된다. 고양이 관절이나 닭발을 고아서 먹거나 지네를 잡아서 가루 내어서 소주에 타 먹기도 하고 맹독성이 있는 부자(附子)를 불에 구워서 먹기도 한다. 또 무릎이 아프다면 쇠무릎 즉 우슬(牛膝)을 삶아먹고 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오가피(五加皮)를 달여서 먹기도 했다. 중국 여행이라도 다녀올라치면 ‘호랑이 연고’가 삐거나 부딪쳐서 타박상을 입거나 어깨, 허리, 무릎 통증에 좋다고 우황청심환과 함께 하나씩 다 구입해 온다.

물론 이들이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본초학(本草學) 교과서에 보면 거풍습약(袪風濕藥)아래 통증을 그치게 하는 지비통(止痺痛) 한약, 강근골(强筋骨)한약, 서근활락(舒筋活絡) 한약으로 갈래지어 설명했다. 초보자도 이 분류로 유추해 보면 거풍습 한약이 곧 통증을 멎게 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근육을 부드럽게 해주는 효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분류 안에 여러 한약이 있지만 실상 한의사들이 근육통에 자주 쓰는 한약은 몇 가지 없다. 왜냐면 통증이 풍(風)과 한(寒), 습(濕) 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발생하게 되고, 거기에 맞게 처방을 구성해야하기 때문이다. 비통(痺痛)은 비증(痺症)과 통증(痛症)이 합해져 잇는 형태로 존재하며 비증(痺症)은 역절풍(歷節風), 백호역절풍(白虎歷節風), 통풍으로 불리며,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관절염과 근육통, 골격의 통증을 말하며 류머티스관절염, 통풍, 경피증, 전신성홍반성낭창 등등이 이에 포함된다. 오죽 아팠으면 호랑이에 물린 정도로(白虎風) 아플까?

비증(痺症)에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행비(行痺), 통비(痛痺), 착비(着痺)가 그것이다. 행비(行痺)란 풍사(風邪)가 침입해서 발생한 것이라 달리 풍비(風痹)라고도 불린다. 아프고 저릿한 곳이 바람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는 뜻이다. 풍비에는 방풍(防風), 강활(羌活), 위령선(威靈仙), 오초사(烏梢蛇) 같은 한약재가 포함된 한약을 쓴다. 처방으로는 견비탕(蠲痺湯), 오약순기산(烏藥順氣散)등이 있다. 특히 어깨나 뒷목이 아프고 고개 돌리기 힘들 때는 오약순기산을 많이 쓴다. 통비(痛痺)란 추위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온 몸의 근골이나 관절이 뻣뻣하게 굳어 아주 많이 아픈 것을 말하고 원인은 한사(寒邪)로 한비(寒痺)라고도 불린다. 통증이 극심하고 통증부위가 일정하고 따뜻한 곳에 가면 통증이 완화되고, 찬기운을 만나면 더욱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때는 천오(川烏), 초오(草烏), 부자(附子)등 찬 기운을 몰아내는 한약을 쓰야 하지만 모두 맹독성 한약이라 반드시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처방으로는 복령탕(茯笭湯)과 오적산(五積散)이 있다. 오적산은 한의원에서 많이 사용하는 처방으로 반드시 한사(寒邪)가 있을 때만 사용한다. 착비(着痺)는 습지 근처에 기거하거나, 빗속이나 물속에서 오랫동안 작업하거나 밤이슬을 맞으면서 풍찬노숙하거나, 땀을 흘린 상태에서 물속에 들어갈 때 생기며, 습사(濕邪)가 원인이 된 것으로 습비(濕痺)라고도 부른다. 습기가 쉽게 유입될 수 있는 작은 뼈마디 사이에 생기며, 한번 생기면 ‘착’ 달라붙어 안 움직인다. 습기가 몸에 들어온 경우라 솜이 물을 머금듯 온몸이 무겁고 축 쳐지고, 그래서 움직이기 싫어하는 특징이 있다. 습사로 인한 것이라 통비보다는 덜 아프다. 많이 아프지는 않지만 은근히 아프고 컨디션이 안좋은 경우가 많다. 방기(防己), 모과(木瓜), 비해(萆薢)등의 한약재를 쓴다. 의이인탕(薏苡仁湯), 제습견통탕(除濕蠲痛湯)이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