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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규 원장의 스마트 한의학(139)] 기름칠해서 대변을 내보내는 윤하약(潤下藥)

70년대 중반부터 간혹 대마초를 흡연하는 연예인이 자주 뉴스의 전면에 등장하곤 했다. 60년대만 해도 해마다 7∼8월이 되면 시골에서 마을 사람이 모여서 대마(大麻)를 수확해서 큰 솥에 찌는 것은 동네마다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 날은 동네 잔치날이다. 동네 아이들도 고사리 손으로 자기 키보다 더 큰 대마를 옮기고 맛있는 고깃국과 쌀밥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어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대마의 잎이 ‘대마초’다. 지금은 ‘대마’의 재배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삼베 농사는 환경만 맞으면 장려할 정도로 흔한 것이었다. 오래전에는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던 섬마을이나 깊은 산속마을의 경우 동네 이장이 양귀비 진액인 ‘앵속각’이란 마약종류를 가지고 있다가 식중독을 일으켜서 다 죽어갈 때 눈꼽 만큼 떼어서 응급으로 복용토록 하기도 했다. 대마의 나무부분은 버리고 껍질을 취해서 쪄서 말린 다음 겉껍질을 버리고 속껍질을 가늘게 찢어서 실을 이어서 이 실을 가지고 베틀에서 씨줄, 날줄로 이어서 짜낸 것이 ‘삼베’다. 삼의 실 같은 것으로 베, 모시 등의 직물로 짜내기까지 손으로 하는 모든 과정의 일을 ‘길쌈’이라고 한다. 삼베는 대마포(大麻布), 마(麻), 포(布)라고도 불리고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보면 예(濊), 변(弁)·진(辰)에 마가 있었음이 기록되어 있어 오래전부터 의복으로 사용됨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삼베 한 폭이 나오기까지는 여인네들의 삶의 고단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을 거라고 짐작되지만 반드시 해야만 했던 일이기도 했다.

대마의 씨앗이 ‘마자인(麻子仁)’이다. 이 씨앗을 뿌려서 기르면 대마초를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한의원에 한약재로 들어올 수 없다. 마자인은 미끈미끈한 것이 미꾸라지같은 느낌을 받는 한약재다. 기름성분이 많아서 대변을 밖으로 잘 보낼 수 있어, 진액이 부족해서 미끈미끈한 것이 줄어든 노인의 변비에 특효가 있다. 특히 살짝 볶아서 사용하는 것이 더 효능이 좋은 것으로 나와 있다.

민간에서는 변비에 아주까리 기름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방법 또한 대변에 기름칠을 해서 잘 나오게 하는 방법이다. 아주까리는 피마자(蓖麻子)다. <향약집성방> ‘대복수종(大腹水腫)’ 편에 나온다. 피마자를 그냥 먹으면 리신(Ricin)이라는 독성 때문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실재로 4∼7세 어린이가 피마자 2∼7알을 먹고 사망한 보고가 있다. 하지만 잘 볶아서 기름성분만 사용하면 독성이 많이 줄어들고 소장 연동운동을 촉진시키면서 설사시키는 작용이 있다. 세종 때 우리나라에서 나는 한약재를 분류 편찬한 것이 <향약집성방>인데 거기 변비약을 보면 대개 대황이나 흑축, 마자인, 조각자 같은 한약재 1∼2개로 구성된 처방과 유지(油脂)성분이 많은 잣, 참기름과 진액이 많은 대추 과육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민간약재도 실려 있다. 상한론에는 꿀의 끈적임을 이용해서 관장하였는데 열이 많거나 땀을 많이 흘려 진액이 부족한 사람의 변비에 사용했으며 이를 밀전도법(蜜煎導法)이라 불렀다. 욱리인(郁李仁)이란 한약재가 있다. 산앵도나무나 이스라지의 씨앗부분을 말려서 사용하는 데, 소변과 대변을 잘 소통시킨다. 마자인(麻子仁)과 욱리인(郁李仁)은 윤하약(潤下藥)이다, 윤하약은 대부분이 기름이 많은 씨앗 같은 것으로 기운이 떨어지고 진액이 결핍된 노인성 변비에 특히 효과를 가져온다. 씨앗에는 풍부한 유지(油脂)성분을 함유해서 대장에 기름칠을 해서 매끄럽게 할 뿐 아니라 대변에도 기름을 공급하므로서 부드럽게 해서 내보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들만의 힘으로는 대변을 밖으로 잘 배변시킬 수 없다. 힘이 없는 노인이나 노약자가 힘을 줄 수 있도록 기운을 올리는 한약과 끈적거리는 진액을 많이 생성시켜서 대변을 묽게 하는 보음약(補陰藥)을 함께 썼을 때 이들이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요즘은 생활 속에서 삼베옷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단지 죽어서 안동포로 만든 수의(壽衣)를 근사하게 차려입고 조상님을 뵈러 갈 때만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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