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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규 원장의 스마트 한의학(140)] 뭉친 것을 풀어내는 준하축수약(峻下逐水藥)

병원에서 응급으로 스테로이드를 쓰듯이 한의학에서도 응급할 때 쓰는 한약들이 있다. 이들이 인체에 미치는 독성이 지대해서 함부로 쓰면 안되는 한약이지만 꼭 필요할 때 잠시동안 사용해야 하는 원칙을 가지고 써야 한다.

한의학 치료 이론에 선공후보(先攻後補), 선보후공(先補後攻)가 있다. 선공후보는 먼저 질병을 치료한 후에 원기를 보하는 방법이고, 선보후공은 먼저 체력을 보강해서 싸울 힘을 비축한 다음 치료를 하는 방법이다. 지금 소개할 한약들은 선공후보에 해당하는 한약으로 강력하게 공격해서 질병을 먼저 퇴치할 때 쓰는 한약들이라 기세가 대단하고 독성도 포함되어 있어 치병즉지(治病卽止), 즉 병이 치료되면 곧바로 사용을 중지해야 하며 장복하는 것이 금기시된다. 반드시 한의사의 진단 하에 써야 한다. 감수(甘遂), 대극(大戟), 파두(巴豆), 원화(芫花), 견우자(牽牛子), 상륙(商陸, 자리공), 속수자(續隨子)가 그들이다. 이들은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독약들이다. 이들을 준하축수약(峻下逐水藥)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약리작용은 맹렬해서 극렬한 복통(腹痛)과 설사를 일으키고 대량의 수분을 대소변을 통해서 밖으로 배출한다. 복부에 덩어리져 있는 온갖 수적(水積)과 수종(水腫), 가래가 숨구멍을 막아 가랑가랑하면서 천식을 일으키는 증상 등을 주로 치료한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너무 약한 사람에게는 적용이 어렵고 특히 임산부는 주의해야 한다. 주변에서 민간요법의 대가니 자연치료사니 하면서 이런 한약들을 술에 담궈 먹으면 부종에 신효하다고 권하더라도 절대 복용하면 안 된다.

한 여름날에 ‘아침의 영광’을 재현해주는 나팔꽃의 씨앗 중에 검은 색을 띠는 것이 흑축(黑丑)이고 흰색을 띠는 것이 백축(白丑)이다. 둘 다 견우자(牽牛子)로 쓰이지만 흑축이 약효가 빨리 나타나고, 백축은 늦게 나타나 흑축을 주로 많이 쓴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물이나 알콜에 담궜다가 끓인 흑축에서는 독성이 많이 감소된다고 한다. 이들 약은 대개 찬 성질(寒)을 가지고 있어서 찬 한약이 대장에 들어가면 대장에 강력한 자극이 되어 아래로 쏟게 된다. 그래서 소양인이나 열이 많은 태음인의 변비에 사용된다. 위의 한약 중에 파두(巴豆)만이 성질이 대열(大熱)하다. 열(熱)이 부족해서 항상 아랫배가 냉골이고, 손발이 시린 소음인은 대개 대소변으로는 문제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장시간 받거나 해서 허열(虛熱) 즉 가짜 열이 위로 떠서 입안이 헤지거나, 갈증이 생기거나 하는 열의 상부 편중현상이 가중되면, 그 결과 아랫배 부위에 있는 대장(大腸) 또한 차갑게 되면 대변이 찬 기운을 받아 응결되게 된다. 이것이 한비(寒秘)다. 한비(寒秘)는 언 것이 쌓여서 변비가 된 것으로 아랫배를 덥혀주는 온리약(溫裏藥)을 함께 사용하거나, 대열한 성미의 파두(巴豆)를 극소량 사용할 수 있다. 변비는 실상 한 가지 한약만으로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대장이나 소장이 꿈틀거리며 아래로 음식물을 잘 내려줘야 하는데 대소장이 무력할 때는 오히려 기운을 올리는 한약과 함께 쓰고, 대소장이 교감신경이나 부교감 신경에 반응하지 않고 그대로 정지해 있으면 자극을 주는 방향제를 함께 쓰고, 대소장의 기운이 막혀 있을 때는 기운을 뚫어주는 이기제(理氣劑)를 함께 사용해야 하며, 진액이 부족하면 진액을 증가시키는 보음약(補陰藥)을 같이 써야 한다.

대장은 폐(肺)와는 장부로 연결되어 있고 간(肝)과는 상통(相通)하는 관계에 있다. 간(肝)은 파극지본(罷極之本)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일차적으로 담당하는 데,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오면 간(肝)과 장부로 연결되어 있는 담(膽)이 영향을 받아 담력이 약해지고 ‘쪼그라 들게’ 된다. 또한 상통하는 대장(大腸)이 영향을 받아 변비가 되거나 설사를 하게 되는데 이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대변의 내용이 달라지고, 어떤 삶의 상황에 맞닥뜨렸나에 따라 변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회에서 엄청난 장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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