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을 잘 통하게 해…어혈 제거에 최고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의 집합체인 은하수를 보면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 지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 같은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인간은 위대하고 인간이 만든 학문인 과학은 더 위대해서 이에 대해 지금 거의 모든 답을 내놓고 있다. 우주로 가지 않고도 앉아서 우주에서 보내온 미세한 단서를 가지고 우주에 대한 모든 것을 다 밝혀놓았다. 그것은 ‘윌리어미나 플래밍’이라는 스코틀랜드 아줌마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국으로 이민 왔지만 이혼 당하고, 하버드천문대 대장 피커링 집의 가정부로 일했다. 조수들이 명문대 천문학과를 나왔어도 너무 일을 못하자 피커링은 “우리 집 가정부가 너보다는 낫겠다”고 화를 내고 해고한 다음 진짜로 가정부를 천문대로 전격 발탁해서 조수로 썼는데 그녀는 이를 기회로 수 만 장이 넘는 별의 사진을 22개 부류로 나누고, 말머리성운을 발견하면서 천문학사에 업적을 남기게 된다. 이 때 고용된 12명의 여자 조수 중에 캐논(Cannon)은 별의 분류 시스템을 고안해냈고 아직도 천문학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지구는 우주의 구성원으로서 45억 년 전부터 참여했다. 지구는 외견상 사람이 지배한다고 모두가 생각하지만 한 겹 벗겨보면 지구를 지배하는 것은 다른 생명체이다. 시아노 박테리아와 미토콘드리아가 그들이다. 전자는 태양에서 에너지를 받아서 영양분을 만들고, 후자는 그걸 분해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전자의 후손들은 식물 엽록소에 들어가 그 일을 계속하고 있고, 후자는 아예 모든 동ㆍ식물세포의 세포질과 핵에 들어가 공존하고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것들이 광합성에서 출발하는데 광합성의 출발은 물을 전기분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물을 분해한다는 것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든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시아노박테리아가 태양에너지를 흡수해서 높은 에너지 영역대로 전자를 퍼 올리면 전자가 부족해지고 이를 채우기 위해서 물 분자가 분해되게 된다. 광합성은 35억년 전에 시작되어 지구 내 모든 생물체의 자양분을 만들어 주었고, 부산물로 생산된 산소는 오존층을 형성하여 자외선을 차단함으로써 비로소 지상동물을 출현하게 돕는다. 광합성의 결과 식물이 만든 녹말과 전분을 동ㆍ식물이 소화해서 ATP라는 에너지를 만드는데 미토콘드리아가 그 일을 한다. ATP에서 인산기가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7.3Kcal/M이 발생된다. 우리가 걷고 생각하고 말하고 일하고 먹고 마시고 소화하고 배변하는 모든 일상생활은 ATP에너지가 사용된다. 미토콘드리아는 동ㆍ식물의 세포 안에서 공존하면서 주인에게 자신의 DNA를 80% 이전하고 ATP라는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잘 생산되도록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고, 노폐물을 체외로 잘 배출하도록 요구한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심장, 간장, 혈관시스템이다.

혈(血)이 막혀서 생긴 것이 어혈(瘀血)이다. 어혈약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천궁(川芎)이다. 일(日)천궁과 토(土)천궁이 있다. 일천궁은 일본에서부터 건너와 울릉도에서 재배되었다가 전국으로 퍼졌고 토천궁은 강원도에서 자생하던 천궁으로 일천궁보다 진액이 많고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세다. 천궁은 냄새만 맡아도 향이 진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성질이 맵다. 매운 맛은 사방으로 잘 퍼트린다. 그래서 천궁은 기운을 잘 통하게 해서 기체(氣滯)로 인해서 생긴 어혈 제거에 최고로 치며 혈중지기약(血中之氣藥)이라고 부른다. 자연분만하는 임부가 힘들이지 않고 출산하기 위해서 당귀(當歸)와 함께 불수산(佛手散)을 쓰는 데 부처님이 손으로 해산을 돕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혈(血)을 보하는 사물탕(四物湯)에는 반드시 혈을 보하는 한약뿐 아니라 기운을 돌리는 천궁을 함께 써야 한다. 지구 막둥이인 인간은 세상을 지배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자신이 그 이전에 출현한 생명들에 빚을 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모든 생명체가 하나로부터 생기고 소멸된다는 만물동근(萬物同根)이란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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