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은 복숭아 씨앗 부위 어혈에 효과…도핵승기탕 타박상, 변비에 주효

노자(老子)가 꿈꾸던 세상을 이 땅에서 펼친다는 의미로 도교(道敎)가 만들어졌지만 후대로 갈수록 노자의 꿈은 점점 더 멀어져 갔고 주술적이고 미신적인 것이 그 자리를 꿰차고, 기복신앙으로 변질되어갔다.

유독 도교는 복숭아와 관련이 많다. 모든 신선들을 관리하는 최고의 신선인 ‘서왕모(西王母)’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의 모습을 띠고 있다. 서왕모가 사는 곳은 중국인들이 요즘도 신성한 산이라 여기는 곤륜산이고, 궁궐 옆에는 요지(瑤池)라는 아름다운 호수와 반도원(蟠桃園)이라는 복숭아밭이 있었다고 한다. 요지 호숫가에서 벌인 잔치가 너무도 환상적이어서 ‘요지경’이라는 말이 나왔다.

반도(蟠桃)는 3,000년에 한번 열린다는 신성한 복숭아로 이걸 따 먹으면 1천갑자(6만년)를 산다는 전설이 있는 과일이다. 반도원의 복숭아를 겁도 없이 훔쳐 먹은 두 사람이 ‘손오공’과 ‘삼천갑자 동방삭(東方朔)’이다. 손오공은 원래 반도원을 지키는 문지기였는데 생명이 연장된다는 말을 듣고 싹쓸이하듯 따먹었다고 한다. 도교에 등장하는 손오공이 부처님을 따르는 삼장법사를 보필한다니 아이러니컬하다. 반도를 ‘하늘의 복숭아’란 뜻의 천도(天桃)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요즘 흔히 말하는 천도복숭아다.

도교는 중국에서도 당나라 때 가장 융성했으며 그 때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였다. 그 영향으로 고구려 벽화에 서왕모가 종종 등장한다. 복숭아나무는 귀신을 쫓는 능력이 있어 제사상에는 복숭아를 올려 놓으면 조상님이 현신(顯神)하지 못하게 되어 안 된다. 또 귀신들린 사람에게서 귀신을 몰아낼 때도 복숭아 나무가지로 때린다고 하며, 복숭아나무 근처에 묘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영지버섯도 복숭아나무에서 난 것을 최고로 친다. 동쪽으로 난 복숭아 나무 가지를 동도지(東桃枝)라고 하는데 귀신과 나쁜 기운을 내쫓는 기운이 강성해서 사람뿐 아니라 음식에도 나쁜 기운이 들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규합총서(閨閤叢書)> ‘소주국방문’에서는 술을 담근 뒤 반드시 동도지로 저어서 술맛이 나빠지거나 상하는 것을 방지했다고 한다. 무릉도원(武陵桃源)도 역시 복숭아와 연결되어 있어 도교에서 유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복숭아의 씨앗부위가 도인(桃仁)이다. 도인은 가장 많이 쓰이는 어혈약이다. 맛이 달고도 쓰고(甘苦) 씨앗이라 기름이 많아서 미끈미끈하다. 그래서 피가 가장 많은 간(肝)에 들어가 어혈을 제거하고 미끈미끈한 기름성분 때문에 대변에 기름칠을 해서 잘 빠져나가게 한다. 또한 도인은 타박상을 입어 멍이 들었을 때 홍화(紅花)와 함께 쓰게 되는 데 이것이 당귀수산(當歸鬚散)의 주약이다. 도인(桃仁)이 들어간 처방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처방이 도핵승기탕(桃核承氣湯)이다. 과거 의안(醫案, 치료내용)들을 보면 산에 나무 하러 갔는데, 뒤 따라 가던 사람이 앞 사람에게 딸려가서 튕겨진 가시에 눈을 정통으로 맞아 눈이 시커멓게 변해서 실명의 조짐이 있는 환자를 도핵승기탕으로 치료한 기록이 나온다. 또 공사장에서 무거운 철골에 무릎이 짓이겨 뼈와 관절은 온전하지만 스치기만 해도 비명소리가 날 정도로 통증이 극심한 경우에도 도핵승기탕을 써서 치료한 내용이 나온다. 타박상이나 어혈부위가 새까마면 도핵승기탕, 덜 새까마면 계지복령환, 희끗희끗하면 당귀작약산을 주로 쓴다. 어혈이 있으면 이와 같이 피부가 맑지 못하게 되니까 위의 3가지 처방은 피부미용에 가장 중요한 한약이라 할 수 있다.

도핵승기탕은 변비와 소복급결이 있을 때 쓰는데, 소복급결은 배꼽에서 왼쪽으로 45도 각도로 내려가면서 배를 눌리면 ‘악’소리가 나는 것으로 판단한다. 설사가 나면 어혈이 많이 빠져나간 것이라 아픈 곳의 통증이 완화됨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하혈, 생리 때만 되면 도벽같은 스릴을 즐기는 사람, 상사병으로 가슴에 맺힌 것이 많은 사람, 공사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타박상에도 쓴다. 얼굴색은 주로 검붉고 얼룩덜룩 한 것이 많아 마치 기름이 번진 것 같고, 소복급결이 있거나 변비가 있으면 잘 듣는다. 복용 후 설사하게 되면 얼굴색이 하얗게 변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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