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인 꽃들은 버들강아지, 산수유, 매화,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순서대로 핀다. 개울가에 언뜻언뜻 보이는 얼음 사이에 새 봄을 알리는 버들강아지가 필 때만 해도 천지의 기운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두꺼운 옷을 못내 떨치지 못해 아쉬워하는 형국이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아서’이다. 목련이 피고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면 그때서야 따스한 햇살이 우리의 두툼한 겨울옷을 벗겨 준다. 그 중 특히 개나리는 어린이집을 다니는 꼬맹이들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언어다. 그래서 단복이 겨울철에도 노란색의 병아리 색깔이다.

개나리도 한약재다. 의성개나리의 열매를 가을에 익었을 때 채취해서 쪄서 익혀서 그늘에서 말려서 사용한다. 이것의 이름이 연교(連翹)다. 표면이 녹갈색(綠褐色)을 띠고 거의 다 익었으나 열매가 벌어지지 않은 상태로 채취한 것을 청교(靑翹)라고 하고, 완전히 다 익어서 딱 벌어진 열매를 노교(老翹)라고 하는 데, 효과는 청교(靑翹)가 더 낫다. 연교는 성질이 미한(微寒) 즉 살짝 차다. 그리고 맛은 쓰다(苦). 금은화보다 더 가벼워서 상초(上焦) 즉 횡격막 이상에 있는 심폐(心肺)에 있는 열(熱)을 맑혀주고 특히 심장의 화병(火病)을 맑히는 청심사화(淸心瀉火)의 기능이 있다. 우리 몸의 왕인 심장(心臟)을 열(熱)이 뒤흔들어 놓으면 가슴이 뛰고, 답답하고, 숨이 차서 가쁘고, 마치 하루 안에 인생의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듯 조급해지고, 자신의 모든 것을 활용해서 상황을 돌파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데 이 때 그 열(熱)을 끈다. 연교는 가볍고 약간 찬 기운이 돌아, 걸쭉하고 덩어리진 대변에 작용하기보다는 가벼운 소변 쪽으로 작용해서 소변이 잘 통하지 않는 소변불통(小便不通)이나 임질(淋疾)에 주로 사용된다. 약성본초(藥性本草)에 나오는 얘기다. 또한 연교는 맺혀서 뭉쳐있는 종양 같은 것을 잘 흩어서 풀어주는 소종산결(消腫散結)작용이 있어서 옹저(癰疽, 악창이나 등창) 나력(瘰癧, 연주창)등에 많이 쓰여서 이들을 앓는 이에게는 성약(聖藥, 성스러운 한약)이라고 불렸다. 금은화와 연교는 동무처럼 잘 어울려 맑은 기운을 공통점으로 삼아 주로 인체의 윗부분인 상초(上焦)부위나 겉부분인 피부(皮膚)에 작용하지만 금은화는 혈(血)을 식히는 양혈(凉血)작용이 있고, 연교는 종양을 흩어주는 산결(散結)작용이 더 강하다.

개나리 뿌리도 한약재에 사용되는데 연초(連軺)라고 부른다. 연초는 상한론에서 딱 한군데 나온다. 마황연초적소두탕(麻黃連軺赤小豆湯)이 그것이다. 주치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 처방으로 황달, 부종, 소변불리와 함께 온 피부질환에 효과가 컸다는 일본 한의사의 임상보고가 있었다.

다음은 민들레다. 민들레의 대근전초(帶根全草) 즉 뿌리를 포함한 민들레 전체를 한약재로 쓰는데 한약재 명칭이 포공영(蒲公英)이다.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민들레이지만 한약재로는 아마 생소할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식물이 한약재라고 해서 함부로 쓰면 안 된다. 특히 포공영은 독성이 있어서 함부로 쓰다가는 큰코다친다. 성질이 차고(寒) 맛은 달고 쓰다.(甘苦) 금은화나 연교와 비슷하게 열독을 꺼주는 청열해독(淸熱解毒), 종양을 흩어서 없애는 소종산결(消腫散結), 소변을 잘 통하게 하고 임질을 없애는 이뇨통림(利尿通淋)의 작용이 있다. 다른 점은 포공영은 유방에 난 악창인 유옹(乳癰)이 초기에 딱딱해지면서 성이 나서 빨갛게 종양처럼 솟아났을 때 쓰이며, 고름 즉 농(膿)이 있으면 사용하지 못한다. 또한 나력(瘰癧)이나 장옹(腸癰, 창자에 난 악창)에 특효약이다. 포공영은 장기간 사용하거나 과도하게 많이 사용하면 복통설사(腹痛泄瀉)를 일으킬 수 있으니 체격이 건장하거나 실열(實熱)이 있고 화독(火毒)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유옹(乳癰) 초기에 금은화, 연교, 적작약 등과 함께 쓰면 효과가 좋다. 민간에서는 황금(黃芩)과 포공영 달인 물로 세안해서 결막염(結膜炎)을 치료하기도 한다. 어릴 때 동네 한 바퀴를 돌면 여기저기 손 내밀던 민들레를 씽씽 달리는 자동차로는 못 볼 것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