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성초(魚腥草), 쇠비름, 할미꽃

작년에 어성초(魚腥草), 녹차(綠茶), 자소엽(紫蘇葉) 이 세 가지 한약재가 전국을 열광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이 한약재로 만든 발모차와 발모팩을 소개하면서 탈모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간단한 한의학 상식으로 보면 어성초는 성질이 조금 차고 맛은 맵다(微寒辛). 녹차는 동의보감에 고다(苦茶) 즉 작설차(雀舌茶)에 해당된다. 고다는 성질이 약간 차고 맛은 달고 쓰다(微寒甘苦). 기(氣)를 아래로 내려서, 기(氣)가 위로 치받쳐 생긴 오래된 체기(滯氣)를 내려가게 하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소갈증을 낫게 하고 잠을 덜 자게 한다고 되어 있다. 소엽(蘇葉)은 성질이 따뜻하고 맵다(溫辛). 피부에서 발산을 잘 시켜 피부로의 혈액 순환을 촉진시킨다. 어성초와 녹차로는 두피의 열을 끄고 자소엽으로 국부적으로 순환하게 하고 매운 기운으로 발산을 시켜 탈모를 치료하겠다는 의미다. 탈모는 산에 있는 나무가 뿌리 뽑히는 현상과 같다. 나무가 자라는 토양이 메말라 물기가 없거나, 열로 인해서 두피가 쪄져서 물컹거리거나, 어혈 같은 쓰레기가 있어서 그 쪽으로 잘 순환이 안 되는 경우에 흔히 일어난다. 이런 지엽적인 일은 인체의 기혈(氣血)과 음양(陰陽)의 부족과 과잉에서 일어나며 기혈음양의 균형과 조화를 이룰 근본적인 치료 대원칙을 수립한 다음에 비로소 이런 지엽적인 것을 판단하면 더욱 싱싱한 나무들로 꽉 채울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다.

어성초(魚腥草)는 약모밀의 지상부위를 채취, 건조해서 사용한다. 잎을 비비면 생선 비린 냄새가 난다. 그래서 어성초다. 비린 냄새는 오행의 오취(五臭) 배속에서 폐장(肺臟)과 관계가 있고 어성초의 귀경은 폐경(肺經)이 유일하다. 모두에서 밝힌 대로 성질이 서늘하면서도 매워서 발산을 시킨다. 발산시키는 성질을 갖는 한약재는 대체적으로 따뜻하다. 하지만 어성초는 서늘하면서 발산시키는 특이한 성질이 있어서 열을 끄면서 밖으로 발산하므로 옹(癰, 악창)을 없애고, 농(膿)을 잘 배출한다. 오직 폐장(肺臟)으로만 들어가는 관계로 폐옹(肺癰)을 치료하고 폐(肺) 내부에 생긴 피고름 같은 농혈(膿血)을 밖으로 토하게 한다. 또한 임질(淋疾) 중에서 열이 극성해서 발생한 열림(熱淋)에 효과가 좋다. 유옹(乳癰)에는 포공영(蒲公英) 즉 민들레, 폐옹(肺癰)에는 어성초(魚腥草), 장옹(腸癰)에는 패장초(敗醬草)가 일반적으로 쓰임을 명심하자.

한때 쇠비름이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져서 아직까지도 인터넷에 쇠비름을 치면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가 나온다. 쇠비름은 마치현(馬齒莧)이라는 청열해독(淸熱解毒)하는 한약재다. 성질이 차고(寒) 맛은 시큼하다(酸). 열(熱) 때문에 생긴 독소(毒素)를 제거하는 힘이 다른 한약재보다 약해서 한약으로는 별로 잘 사용되지 않는다. 단지 열독(熱毒)으로 발생한 이질(痢疾)에 쓰이고 특히 여름철 야외활동이나 추석 즈음에 벌초 하다가 뱀에게 물렸거나 벌에게 쏘였을 때 찧어서 붙이면 응급조치는 된다. 이 때까지 칼럼을 읽은 독자라면 쇠비름 역시 장복하면 그 찬 성질 때문에 문제가 될 것임을 알 것이다. 찬 기운은 위장의 열을 꺼서 소화불량을 일으키거나 아랫배나 손발 뿐 아니라 몸 전체를 차갑게 할 수 있다. 누누이 말하지만 한 종류의 약을 장복하면 우리 인체의 음양기혈(陰陽氣血) 모두가 깨져서 더 큰 병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어릴 적에 야트막한 뒷동산에 지천으로 널려 있던 할미꽃은 다 어디로 가고, 지금 식물원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이 많이 씁쓸하다. 박목월의 시 ‘할미꽃’을 보면 싹 날 때부터 한 번도 허리가 펴진 적이 없어 ‘젊어서도 할미꽃’ ‘졸고 있는 할미꽃’이라고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할미꽃 뿌리 역시 한약재다. 백두옹(白頭翁)이다. ‘머리가 하얀 할미’란 뜻이다. 성질은 차고(寒) 맛은 쓰다.(苦) 그리고 독성(毒性)이 있다. 백두옹은 비록 독성이 있지만 반드시 써야할 곳에 잠시 쓸 수 있는 그런 한약이다. 특히 식중독이나 속의 열독(熱毒) 때문에 피똥을 쌀 때 잠시 동안만 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