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관절 전방통증 증후군 …무릎의 이상 신호

하인리히 법칙이란 한 번의 큰 사고가 생기기 전에 그것보다 작은 사고가 29번, 또 이 작은 사고보다 더 미세한 사고가 300번 먼저 생긴다는 것으로 모든 큰일에는 항상 사전 징후가 있다는 뜻이다.

50대 후반 여자 환자가 양측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언제부터 불편하셨나요?”라는 필자의 질문에 그 환자는 “시큰거림은 좀 오래됐어요… 몇 년쯤 된 것 같네요. 그래도 병원에 갈 만큼 불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엔 집 앞에 있는 산에 몇 번 다녀온 뒤로는 쉬어도 무릎이 완전히 편안하질 않네요. 그래서 걱정돼서 병원에 왔네요” 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도 “그래 나도 그런 것 같은데…상황이 왜 이리 나하고 비슷하지?” 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이는 그만큼 흔한 사연이기 때문.

일단 무릎의 시큰거림, 뻑뻑함, 불편한 느낌 등이 어떤 의미인지부터 알아보는 게 좋겠다. 왜냐하면 다들 그런 증상을 한 번쯤 경험하지만 이런 증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시큰거림, 뻑뻑함 등은 무릎 관절 속 염증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염증이라 함은 의학적으로는 활액막염이라는 진단명으로 정의된다. 무릎 내에 있는 우리 속살들이 빨갛게 부어서 조금씩 끈적끈적한 물이 생기는 것이다.

이 염증이 생기게 되는 병은 정말 다양하다. 무릎 연골이 조금 거칠어지고 압력을 아주 부드럽게 넘기지 못하는 상태인 연골연화증. ‘딱’하는 소리를 동반하면서 가벼운 불편함 뒤에 시간이 경과해 통증까지 생기는 추벽증후군. 무릎 앞쪽에 위치한 뚜껑뼈인 슬개골에 부착되어 많은 역할을 하는 힘줄인 슬개건에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슬개건염. 굵직한 것들만 해도 이렇게 많다.

그래서 의사들은 이런 비슷한 증상과 치료방법 또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병들을 모아서 ‘슬관절 전방통증 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였다. 다행히 수술 치료가 아닌 약물이나 주사치료 그리고 재활운동치료로 호전이 된다. 그러나 특별한 조치 없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무릎 앞쪽 연골이 닳거나 무릎 안쪽이나 바깥쪽에서 충격흡수 역할을 하는 연골판이 찢어지는 나쁜 병들이 생길 수 있다.

슬관절 전방통증 증후군은 우리 무릎이 더 이상은 현재와 같은 생활을 못 버틴다는 내 몸의 신호라고 보는 게 좋겠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항상 관절만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 때는 날다람쥐 소리를 들으면서 산을 탔는데 무슨 소리에요?” , “최근에 특별히 무릎에 무리가 갈만한 일은 전혀 없었어요. 항상 똑같 았다니깐요” 등등.

그런데 이런 환자들의 말을 아주 약간만 깊이 파고들어가 보면 사실 이런 말로 해석될 수 있겠다. 이제까지 무릎 관절의 건강을 잘 타고나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무릎을 사용하는 운동이나 일을 계속 해 왔다. 그리고 특별히 무릎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못했고 그럴 시간도 별로 없다. 어떤가? 이런 필자의 생각에 “그건 절대 아니거든요” 라고 말할 수 있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통용되는 여러 명제 중에서 하나가 바로 ‘매에는 장사 없다’라는 말이다. 담배를 하루에 1갑 이상씩 피우면서도 100세 넘어서까지 장수하신 어느 할머니의 소식이 뉴스에 나오기도 하지만, 많은 수의 흡연자들은 그로 인해 폐에 병을 얻어 그 분이 흡연을 하지 않았으면 누렸을 천수를 못 누리게 되는 사연이 주변에 훨씬 많음을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무릎에도 이 말은 그대로 적용된다. 누구나 타고난 유전적인 관절 건강이 다르고 그렇기에 특별히 관리하지 않더라도 어떤 이는 50세, 어떤 이는 60세가 훌쩍 넘어갈 때까지도 크게 무릎이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관리 없는 관절건강의 유지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초반에는 크게 대수롭지 않은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지만, 이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다가는 결국 퇴행성관절염, 연골판 파열 등등의 무시무시한 질환들이 나에게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이 항상 큰 건물의 붕괴나 도로 밑 지반의 침하 같은 대형 사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제 우리 칼럼을 열독하시는 독자들께 혹시 전방통증 증후군이 생긴다면 하인리히 법칙이란 말을 떠올려보시길 권하고 싶다. 이 말이 더 큰 병으로부터 내 무릎을 지키는 등대이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싶다. 다시 한번 기억하자. ‘하인리히 법칙’!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