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수면습관, 운동, 자세에 따라 후천적 키는 좌우된다

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도 사람들의 키높이에 대한 열망이 시시때때로 느껴진다. 그들의 속마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창 외모에 신경을 쓰는 청소년들과 부모들,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1센티미터라도 키를 크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해 한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풍조, 좀 심하게 말하자면 외모지상주의가 이러한 세태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오죽하면 작은 키를 가진 자에 대한 비속어로 ‘루저(looser)’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자신의 키나 자녀의 키를 조금이라도 키워보고자 하는 모든 분들께 이 글을 바친다.

최종 신장은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유전적인 요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신장이다. 드물게는 선천적인 질병이 있을 경우 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선천적인 요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결정이 된 것이기 때문에 수정이 불가능한 부분. 즉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요인이다. 따라서 키를 키우기 위해서는 후천적인 요인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키를 키우기 위한 노력도 때가 있다.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판이 닫히고 나면 어떤 노력을 해도 키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억지로 수술을 해서 키를 늘릴 수는 있지만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성장판은 남아의 경우 17세 전후, 여아는 14세 전후에 닫히게 되기 때문에, 성장을 위한 노력은 어릴 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후천적인 요인에는 영양, 생활 습관, 운동 및 자세 등이 있다. 먼저 영양은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 등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영양이 충분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비타민 D의 경우 실외활동을 통해서 피부를 통해서 생성되는데, 실내활동이 많은 아이들에게서 부족한 경우가 있다.

실외 활동뿐만 아니라 수면 습관도 키 성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성장 호르몬은 주로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배출이 되는데, 이 시간에 숙면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늦게까지 아이들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집안 전체가 늦게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키를 생각한다면 생활 습관의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키 성장을 위해서는 운동도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성장판을 자극할 수 있는 스트레칭 운동이나 점프 운동이 도움이 되며, 무거운 물건을 드는 운동이나 근력운동은 키 성장에 방해가 된다. 근력을 키울 때 나오는 남성호르몬이 성장호르몬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간혹 격렬한 운동을 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있는데, 어린이의 뼈는 어른에 비해서 약하기 때문에 골절이나 성장판 손상이 생기기 쉽다. 오히려 키 성장에 방해가 되거나 변형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학습량이 늘어나면서 아이 때부터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자칫 바르지 못한 자세가 고착될 경우 키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사실 실제 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나, 구부정한 자세로 인해서 원래 키보다 수 cm까지 작게 보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흔히 잘못된 자세로 인해서 측만증이 생겨 키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으나, 다 맞는 말은 아니다. 측만증으로 인해서 키가 작아질 수는 있으나, 측만증은 청소년기에 생기는 병으로 자세와는 거의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나 아이들이 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으로 치료의 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거나, 근거 없는 과잉 치료를 받는 것은 옳지 않다. 좋은 생활습관, 영양, 운동 및 자세가 가장 중요한 키 키는 방법임을 명심하자.



달려라병원 박재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