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뭉술한 진단 따른 부정확한 치료 지양해야

우리 인간은 어떤 판단을 할 때 여러 감각 중에서도 시각을 절대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과거에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당연히 믿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미경이 개발되고 나서야 믿게 되었죠. 우리는 늘 진실을 알고 싶다고는 하지만 눈에 보이는 허상에 가려진 진실을 보는 데는 의외로 열심이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데로 믿기 쉬운 법이니까요.

척추 진료를 하다 보면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병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디스크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협착증이라는 병입니다. 디스크와 달리 협착증, 정확하게는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병은 50대 이후 나이 드신 분들에게 생기는 퇴행성 척추 질환 입니다. 말 그대로 퇴행변화로 인해서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추관 내부에 있는 척추 신경을 압박하면서 증상을 일으킵니다.

주된 증상으로는 요통, 엉치 통증이나 허벅지 종아리로 내려가는 통증이 생길 수 있고 특징적으로 걸을 때 하지 통증이 심해져서 걸어가다가 쉬어가야만 되는 신경인성 파행이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리 양측이 불편할 수도 있고 한쪽 다리만 불편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척추관 협착증 환자가 주변에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허리가 조금 불편하다고 오시는 어르신 중에 자신이 협착증 환자라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예를 한번 들어 보겠습니다. 60대 여성분이 진료실로 들어오십니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냐고 물어봅니다. 그분의 첫마디가 이렇습니다. “허리에 협착증이 있어서 왔습니다.” 아마 이분 생각에는 협착증이라는 단어가 자신의 모든 통증과 불편감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어디가 언제부터 어떻게 아프다는 대답보다는 협착증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또 다시 질문을 합니다. “협착증은 어디서 진단을 받으셨습니까?” 그러면 십중팔구 동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협착증이 있다고 했답니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디가 아프신지, 어떤 증상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허리가 한 달 전 부터 아프고 불편해 졌습니다. 움직이려고 해도 허리가 불편하고 자고 일어나서도 허리가 불편합니다. 걸을 때 엉치나 다리가 아프지는 않습니다.”

이제 이정도 말만 들어도 이 분은 정확한 의미의 협착증 환자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분은 협착증 환자가 되어서 진료실로 오신 걸까요? 그 원인은 보통 엑스레이 검사와 그것을 설명하는 의사에 있습니다. 엑스레이 검사 후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 간격이 좁아지면 의사가 협착증이 있다고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눈앞에 보이는 이것을 보고 환자는 협착증이 있다고 당연히 믿는 것이지요.

아마 의사 입장에서도 눈에 보이는 현상을 근거로 환자에게 설명하면 환자가 쉽게 받아들이니까 이런 설명을 하는 것일 겁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오신 분들은 당신이 협착증 환자가 아님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유는 적어도 정확한 본인 상태를 아시는 것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 보다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두루뭉술한 진단에 따른 부정확한 치료는 결코 환자분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것이 주변에 협착증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입니다. 적어도 의료라는 행위가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지만 진실을 전달하려는데 있어서는 최소한 완벽해 지려고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불필요한 정보로 인한 혼란을 막고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올바른 소통의 첫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