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교자·포자 내용 다르고 맛 각각

'노독일처' 개봉만두
'만두'의미 내용 따라 교자·포자·만두로 쓰여
제갈공명 만두기원설은 지어낸 것… 정사(正史)엔 없어
'다다복' 중국 만두=교자 모습 제대로 보여줘
'노독일처' 송나라 '개봉만두' 만날 수 있어
'수원' 다양한 만두 맛볼 전형적 중국 만두 전문점
'신발원' 예전 화상들이 팔던 만두 그대로 선봬
'천진포자' 베이징 '천진구부리포자' 포자와 닮아

'만두'에 대한 엉터리 이야기는 너무 많다. 첫 번째는 '노수대제 만두기원설'이다.

"제갈공명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수에 다다랐다. 물결이 거세서 앞으로 진군하지 못하는데 마을 촌로들이 말했다. '남만인의 머리를 잘라서 강에 던지면 물결이 잔잔해진다'. 제갈공명은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밀가루 반죽에 고기 속을 넣어서 사람 머리 같이 만들어 물속에 던졌다. 어느새 물결이 잔잔해졌다. 만두의 시작이다."

'노수대제 만두기원설'이다. 이야기의 출처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다. 소설이다. '연의(演義)'는 소설, 지어낸 이야기라는 뜻이다.

<삼국지연의>를 통해 가장 미화된 인물은 제갈공명이다. 거의 신의 경지에 다다를 정도로 높이 미화되었다. '삼고초려(三顧草廬)'도, '읍참마속(泣斬馬謖)'도 거짓말이다. 아시아권 여기 저기 제갈공명을 모시는 사당이 있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사당을 짓듯이 많은 이야기를 지어냈고 마치 사실처럼 전해졌다. 만두도 마찬가지다.

왼쪽부터 '다다복', '신발원', '수원'
<삼국지연의>가 완성되는 14세기 무렵 중국에 널리 유행했던 만두가 '제갈공명 신화 만들기'에 슬쩍 들어간 것이다. 소설의 거짓 이야기다.

역사서인 정사 <삼국지>에는 제갈공명의 남만정벌, 남만원정은 등장한다. 그러나 그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칠종칠금의 고사나 맹획에 관한 내용도 전부 소설의 내용이다. 노수는커녕 만두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나와 있지 않다. "봄에 남만원정을 떠났다가 가을에 돌아왔다"는 식이다. '노수대제'는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만두는 후세에 덧댄 이야기다.

만두의 시작을 중국으로 보는 것도 어색하다. 유럽에서는 밀의 원산지인 터키에서 '파스타 류'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밀 문화는 아랍권을 거쳐 중국으로 전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만두'의 정체도 아리송하다. 우리가 '만두'라고 부르는 것은 대략 3가지다. 반달 모양의 만두는 교자(餃子)다. 일본에서도 '교자'라 부르고 중국인들은 '자오지에' 정도로 발음한다. '교자'는 발효, 숙성시키지 않은 생피를 사용한다. 속에는 채소, 두부, 버섯류, 해산물의 어패류, 고기 등을 넣는다.

물에 삶으면 물만두(수교자, 水餃子), 증기로 찌면 찐만두(증교자, 蒸餃子), 구운 것은 군만두다. 우리는 물만두와 찐만두를 혼동하고 튀김만두와 군만두를 혼동한다. 기름에 넣고 튀기거나 기름을 흥건하게 넣은 철판 등에 덖은 것은 튀김만두다. 군만두는 한쪽 면은 구웠고 한쪽 면은 하얗게 남아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구운 것이 군만두다. 대부분 튀김만두를 내놓으면서 군만두라고 한다.

물만두는 거의 사라졌다. 화상노포들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물만두와 찐만두를 혼동한다. 만두는 곡물 덩어리를 찐 것이다. 곡물은 날 것이 아니고 발효, 숙성시킨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발효, 숙성시킨 중국식 밀가루 빵이 만두다. 곡물덩어리인 만두에는 반드시 '반찬'이 있어야 한다. 적절하게 조리한 채소, 고기, 해물 등을 반찬 삼아 먹는 것이 바로 밀가루 빵, 만두다. 속에는 아무런 것이 없다.

노수에서 제갈공명이 만두를 만들었다면 만두가 아니라 '포자(包子)'였을 가능성이 높다. '빠오츠(包子, 포자)'는 발효, 숙성시킨 중국식 밀가루 빵에 고기, 채소, 해산물 등을 넣은 것이다. 샤오룽바오(小籠包, 소롱포)는 '소롱포자(小籠包子)'의 준말이다. 포자의 일종이다. '빠오츠'는 모양에서 이름을 따왔다. 곡물 피로 둥글게 싼 다음 윗부분을 마치 보자기 묶듯이 매듭을 지은 것이다. '포(包)'는 묶다, 싸다는 뜻이 있다. '빠오츠, 포자'는 결국 보자기 모양으로 위를 돌려 묶은 것을 이른다. 딤섬도 만두가 아니라 빠오츠일 때가 많다. 물론 교자 모양을 한 해산물 딤섬도 흔하다.

지금은 폐업한 차이나타운의 만두전문점 '원보' 주방에서 일하던 이가 '원보'가 문을 닫은 후, 독립해 가게를 열었다. '다다복'이다. 음식은 '원보'와 비슷하다. 두 곳 모두 '중국 만두=교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특히 요즘은 귀한 군만두도 만날 수 있다.

'포청천(包靑天)'은 송의 수도 개봉부 지부사(知府事) 포증(包拯)의 별명이다. 송나라 개봉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 바로 '개봉만두'다. 서울 신사사거리 언저리 '노독일처'에서는 개봉만두를 만날 수 있다. 부추를 많이 쓴 포자와 소롱포 등이 있다. 낙타 발자국 같이 생긴 낙타만두 등도 있다.

제대로 된 중국 만두는 수원의 만두전문점 '수원'에서 만날 수 있다. 전형적인 중국 만두전문점이다. 교자 형태의 만두를 주로 팔지만 빠오츠 형태도 판다. 여러 가지 만두를 만날 수 있다.

지방의 또 다른 화상 만두집 중 업력이 오래된 곳은 부산의 '신발원'이다. 예전 화상들이 팔던 그 만두를 만날 수 있다. 콩국 등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로 만두도 추억 속의 모습이다.

삼청동 '천진포자'는 국내에 '포자=빠오츠'를 널리 알린 공로가 있다. 만두라고 부르지만 중국식으로는 역시 '포자=빠오츠'다. 이름을 '포자'라고 붙였으니 당연히 포자를 파는 전문점이다. 중국 북경을 여행한 사람들은 현지에서 '천진구부리포자'를 들른다. 우리는 만두라고 부르지만 현지에서는 정확하게 '포자=빠오츠'라고 부른다. 삼청동에서 시작된 '천진포자'는 북경 '천진구부리포자'의 포자와 닮았다.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