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반음식과 결합해 한반도 특유 만두고려시대 전래… 메밀가루 사용했을 가능만두와 국물 두루 소중한 만둣국 독특'자하손만두' '이북식손만두국밥'…

'제갈공명 노수대제 만두 기원설'은 엉터리다. 제갈공명의 시대인 서기 200년 무렵에 중국에 만두가 있었다는 사실까지도 의심스럽다. 아직 이 무렵에 만두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는 셈이다.

남는 의문이 있다. 중국이 만두를 전래해준 나라가 아니라면, 과연 우리 만두는 언제 어디서 전래된 것일까?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실제 조선시대 각종 문헌에는 '중국 만두 전래' 이야기가 잦다.

문제는 고려 가요 '쌍화점'이다.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갔더니 회회아비가 내 손목을 쥐더라"로 시작되는 "쌍화점"의 '쌍화(雙花)'는 오늘날의 만두와 비슷한 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만두 혹은 중국식 포자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한다. 쌍화, 상화, 만두는 혼란스럽다.

조선시대 기록에도 "조선의 쌍화/상화(雙花/霜花, 床花)와 비슷한 음식이 있다. 만두다"라고 적은 내용도 있다. 유구국(오키나와)에 갔더니 우리나라 상화와 비슷한 음식이 있더라는 기록도 남아 있다. 허균은 그의 문집 <성소부부고_도문대작>에서 "중국의 대만두가 유명한데 접경지역인 의주 사람들이 대만두를 잘 만든다"고 했다. 쌍화/상화가 아니라 만두라고 이야기한다. 대만두는 만두 속에 작은 만두가 여러 개 들어간 특이한 만두다.

고려 말기의 기록에 "궁궐 주방에 들어가서 만두를 훔쳐 먹었다가 혼이 난" 이야기도 있다. 적어도 고려 말기에는 만두가 비교적 흔했다는 이야기다. 궁궐에 들어간 도둑이 만두를 훔쳐 먹기도 하고, 개경(개성)의 길거리에 만두 전문점이 있었다.

고려 처자의 손목을 쥔 만두전문점 주인은 '회회(回回)아비'다. 회회아비는 아랍인으로 당시는 '색목인(色目人)'이라고 했다. 색목인은 서아시아, 아랍지역, 유럽 등에서 온 눈이 파란 사람을 두루 이르는 말이다. 그중 아랍계열 사람들이 몽골 칭기즈칸의 부대를 따라 다녔다. 몽골부대는 그들의 과학지식을 높이 샀다.

몽골이 간접통치하는 고려의 개성 땅에 아랍남자가 있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회회아비가 손목을 쥐는데도 상대 여성은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만약 소문이 나면 가게에서 일하는 중노미의 짓"이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분위기를 보면 회회아비는 이 만두전문점의 주인이거나 혹은 주요 일꾼이다. 주방장 아니면 객장 매니저 쯤 되어 보인다.

만약 회회아비가 만두가게의 주인이 아니라면 주인은 몽골인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라고 하지만 몽골의 원나라다. 하기 편한 말로 "만두는 중국에서 전래되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쌍화점"의 만두 이야기를 감안한다면 "만두는 아랍지역 혹은 몽골에서 전래되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실제 아랍이나 몽골에는 지금도 우리의 교자 혹은 만두와 비슷한 음식을 널리 먹는다.

조선시대에도 만두는 꾸준히 전래된다. 이번엔 북방의 중국이다. 허균이 이야기한 대만두 역시 중국 음식이다. 만두도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단 한 번의 전래로 그치지는 않는다. 한번 들어온 만두는 한반도에서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 사이에 또 다른 만두가 들어온다. 미국 햄버거가 단 한번 전래되고 그친 것은 아니다. 우리 식의 햄버거를 개발하는 동안 미국 등 외국에서 꾸준히 새로운 맛, 새로운 형태의 햄버거가 들어온다. 같은 이치다. 이미 전래되고 발전된 만두와 다시 전래되는 만두가 뒤섞인다.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고려 조선시대 만두의 피에 대한 부분이다. 흔히 밀가루를 생각하지만 밀가루는 상상 이상으로 귀했다. 대부분의 경우 메밀가루를 사용했을 것이다. 국수도 그렇지만 만두 역시 메밀가루로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락정
한반도의 만두는 탕반음식과 결합하면서 한반도 특유의 만두 음식을 빚어낸다. 바로 국물이 있는 만두, 만둣국이다. 국물이 있는 만두를 이야기하면 흔히 중국의 훈툰(馄饨)을 예로 든다. 중국에도 국물 있는 만두 음식이 있다는 것이다. 훈툰 혹은 완당(云吞)은 우리 만둣국과 다르다. 우리 만둣국은 만두와 국물이 두루 소중하다. 중국의 훈툰은 만두가 주인이고 국물은 부수적이다. 훈툰은 우리 만둣국과 닮았으나 다른 음식이다.

만두를 먹지 않는 민족은 드물지만 만둣국을 먹는 민족도 드물다.

서울 자하문 ''를 한국식 만두, 반가 식 만두라고 표현한다. 색깔이 곱고 깔끔한 만둣국이 있다. 크고 작은 만두(교자)가 수준급이다.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힘든 우리식 채식 만두, 여름 만두인 편수도 아주 좋다. 편수는 오이 등을 속으로 사용한다.

인천 청천동 ''은 제대로 된 한국식 만두국밥을 내놓는다. 아예 국밥에 만두를 넣어서 내온다. 손님들은 만두를 으깨서 국물과 섞은 다음 먹는다. 허름한 노포지만 단골손님이 많다.

삼청동 ''에서는 된장만두전골, 김치만두전골 등을 만날 수 있다. 음식은 완전히 한국화 된 것이다. 된장 푼 육수나 김치 국물을 넣고 전골로 끓인 다음 각종 부재료와 만두를 넣고 전골처럼 먹는 방식이다.

개성만두 궁
목동 ''이나 인사동 ''은 중부 반가 음식으로서의 만두를 만날 수 있다. 큼직한 만두와 더불어 전골, 탕반식의 만두 음식이 가능하다. 이북식 만두도 좋지만 한국화 된 국물이 있는 만두 음식이 수준급이다.


자하손만두
이북식손만두국밥
개성집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