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족’의 손목과 손가락이 위험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국이다. 그에 걸맞게 스마트폰 보급률도 84%로 매우 높다. 국민의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셈이다. 환자들이 정형외과 상지(어깨 팔 손목 손가락) 전문의인 필자의 진료실에 들어올 때도 대부분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밖에서 진료를 대기하면서도 스마트폰 사용을 계속하다가 간호사의 안내에 성급하게 폰을 정리하고 들어오는 것이다. 지하철에 앉아있는 사람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에 비례해서 늘어나고 있는 환자가 있다. 바로 손가락 마디 혹은 손목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다. 한참 동안 게임을 하거나 웹서핑을 한 뒤 손 부위의 뻐근함을 느낀 경험을 다들 여러 번 했을 것이다. 최근 커진 스마트폰, 이른바 ‘패블릿’이 유행하면서 이런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더 흔해졌다.

손목이나 손가락 마디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무리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초염이다. 건(腱)은 손목이나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을 의미하고, 건초(腱鞘)는 그 힘줄을 싸고 있는 막이다. 이 건과 건초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건초염이다. 가장 대표적인 건초염으로는 엄지쪽 손목에 생기는 ‘드꿰르벵병’과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부분 부위에 통증이 생기는 ‘방아쇠 손가락’라는 병이 있다. 각 건초염과 관련된 인물이나 특징으로 인해서 붙여진 이름이라서 왠지 의학용어 같지 않는 병명이지만, 결국 각 부위에 생기는 건초염들이다.

드꿰르벵병은 ‘블랙베리 엄지 (BlackBerry thumb)’, ‘아이폰 엄지’라고 불릴 정도로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이 많은 질환으로 엄지쪽 손목의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약간 부어있는 경우가 많고 손으로 누르면 통증이 유발되어 비교적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산모에서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엄마 엄지(mommy thumb)’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부분 안정과 휴식, 약물치료 등으로 쉽게 호전되나 경우에 따라서는 주사치료나 간단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해야 한다.

방아쇠 손가락은 손가락을 굽히거나 펼 때 ‘탁’하고 걸리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마치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같이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부위에서 염증으로 인해 부은 손가락 힘줄이 힘줄터널을 통과할 때 걸려 발생하는 증상으로 압통을 동반한다. 이 병도 초기에는 안정과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으로 쉽게 호전되나,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주사치료 혹은 간단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런 병들은 만성화가 되어 정상적인 손사용이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장시간의 스마트폰 사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용 중간 중간에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주어야 한다. 또 스마트폰의 무게가 손에 부담을 많이 주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할 때에는 책상이나 무릎 등에 올려놓고 사용하거나 거치대를 사용해야 한다.



달려라병원 박재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