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전경.
타임스퀘어, 자유의 여신상으로 대변되던 뉴욕은 이제 식상해졌다. 이방인들은 뉴욕 맨하튼의 뒷골목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섹스& 더 시티' 등 뉴욕 배경의 드라마들은 식 맨하튼 구경을 부추기고 있다.

당장 맨하튼 14번가에 위치한 '유니온 스퀘어'에 나가 앉아 있어도 변화는 피부로 전해진다. 뉴욕의 청춘들이 바닥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거나, 벼룩시장에서 무공해 채소를 사거나, 체력 단련을 한답시고 발차기를 하고 있다.

뉴욕의 문화적 흐름은 공간의 변신과 맥을 같이한다. 소호, 첼시 등 대표적인 거리들은 예전에는 대부분 공장지대였다. 맨하튼의 소호는 몇 블록에 걸쳐 늘어선 철근 건물들이 죄다 섬유 및 의류 공장으로 쓰이던 곳이었다. 1950년대 이후 제조업체들이 도심 외곽으로 빠져나가면서 널찍한 공장 터에 값싼 임대료에 매력을 느낀 예술가들이 찾아들었고. 동네는 파산 직전에 재활의 수순을 밟게 된다. 소호지역은 최근에는 옷가게, 부띠끄숍 등이 밀집된 활기 넘치는 메인 스트리트로 사랑을 받고 있다.

현대미술의 아지트인 첼시

소호의 물결은 '현대미술의 아지트'인 첼시로 이어진다. 첼시는 90년대 이후 소호의 아티스트들이 새롭게 둥지를 튼 곳으로 허름한 창고형 밀집지역에 200여개의 갤러리와 갤러리 빌딩이 밀집돼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고 범죄도 빈번했던 지역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부터 젊은 작가들의 실험작까지 수천종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거리로 변신했다.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게다가 입장도 무료다.

뉴욕 현대미술관.
첼시로 가는 길이 흥미로운 것은 인근 웨스트 빌리지가 뉴욕 게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바에 들어서면 유독 잘 생기고 친절한 게이들을 만날 수 있으며 게이 거리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매년 게이 페스티벌도 이곳에서 열린다. "뉴욕에서 호리호리한 미남은 대부분 게이인 경우가 많다"는 뉴욕 여인들의 푸념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맨하튼에서 뜨고 있는 명소들

'들은 주말 밤을 위해 산다'는 말이 있다. 청춘들에게 가장 뜨거운 동네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맨하튼 서쪽의 미트 패킹이다. 미트 패킹(meat packing). 말 그대로 예전에 푸줏간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200여개의 도축장과 푸줏간이 있던 지역으로 아직도 10여개의 창고가 남아 있다. 살덩이를 매달던 철제물의 흔적이며, 칙칙한 핏물이 밴 에이프런을 두른 아저씨들을 만날 수 있는 으스스한 동네는 주말밤만 되면 뉴욕에서 가장 늘씬한 미남미녀들로 채워진다.

미트 패킹 거리의 한 낮은 오히려 고즈넉하다. 동유럽처럼 돌길로 채워진 골목에서는 차들이 지날 때마다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며 고풍스런 분위기마저 연출한다. 미트패킹은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단골로 등장한 뒤 관광객들이 한번쯤 들려보는 명소가 됐다. 미트패킹의 '물 좋은 동네'로 급부상한 것은 무엇보다 뉴욕에서도 내로라하는 클럽들 때문이다. 짧은 치마에 등이 훤하게 패인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클럽 입구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미트패킹은 50여개의 부띠끄숍과 바, 레스토랑이 푸줏간과 어우러져 공존하며 맨하튼에서 최고로 뜨고 있는 명소가 됐다.

이밖에 한 곳 더. 사이에서는 지적이고 섹시한 미녀들을 보려면 금요일 오후 5시 현대미술관 'MoMA'로 가라는 말이 있다. 미술관에 무료 입장하는 금요일 오후만 되면 늘씬한 미녀들이 한껏 차려입고 이곳으로 몰려든다. MoMA에서는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피카소 등 명장들의 수준작을 감상할 수 있다.

미트패킹.
여행메모

▲가는길=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뉴욕까지 직항편을 운항중이다. 약 13시간 소요. 뉴욕 시내 구경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된다. 7일 동안 버스, 지하철을 무제한 탈 수 있는 메트로카드를 구입하면 편리하게 이동 할 수 있다.

▲레스토랑, 숙소=미트패킹에서는 낮에도 폼나게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여럿 있다. 다운타운의 호텔 가격은 꽤 비싼편이다. 도심 외곽에서 비앤비(민박) 스타일의 숙소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기타정보=맨하튼에는 24시간 운행 버스가 오간다. 지하철과 연계해 버스로 환승할때는 일정 시간 동안 추가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뉴욕에서는 명품 아웃렛 매장이 밀집한 우드버리를 방문하는 쇼핑투어, 미국 드라마 촬영지를 둘러보는 투어 등 별도의 현지 테마투어를 선택해 즐길 수도 있다.


소호의 거리풍경.
현대미술의 새로운 메카 첼시.
맨해튼의 햇살을 즐기는 들.
센트럴 파크의 악사.
뉴요커
뉴욕의 고전적인 상징 자유의 여신상.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