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로 끓인 개장국 같은 음식

옥야식당
육개장 시작은 된장에 개고기로 끓인 국

장터국밥, 따로국밥, 선지해장국과 차이

''대파 흰 부분 사용, 정갈한 맛

'' 순하고 단정한 선지해장국

'국일 따로국밥' 80년 전통의 맛

황소한마리육개장
''육개장 고유의 맛

육개장, 장터국밥, 따로국밥 그리고 선지해장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육개장의 시작은 알려져 있다시피 개장국이다. 개장은 '구장(狗醬)'이다. 된장에 개고기로 끓인 국이다.

소는 중요한 농사의 도구이니 함부로 도축하기 힘들었다. 돼지는 한반도에서 잘 자라지 못했다. 일부 사육했으나 상당수는 멧돼지다. 닭은 개체가 작다. 어차피 모이를 준비해야 하니 양계장도 그리 널리 사용치는 못했다. 조정에서는 소의 도축을 막기 위해 고려시대부터 양계장, 양돈장의 설치를 고민한다.

결국 만만한 것이 개다. 조선후기 김려의 <담정유고>에는 "긴 여름 개장국을 끓인다(長夏烹狗醬)"이란 표현이 보인다. 개고기 먹는 일이 비교적 흔했다는 뜻이다.

옛집식당
조선후기에는 '개고기 식육을 부끄러워하는 이들'도 생긴다. 개고기 식육이 일상적이지만 그중에는 개고기 먹는 걸 야만적으로 보고 먹지 않는 이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경부철도가 건설된다. 기차 노선을 따라 새롭게 도시가 생긴다. 대구의 경우 원래 있었던 작은 도시가 급격히 커진다. 교통의 중심이 된다. 도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생긴다. 지금의 약령시장 등이 이 무렵 생긴 시장들이다. 시장이 생기면 사람이 모인다. 상인도 있고 손님도 있다. 이들이 식사를 할 곳이 필요하다.

번듯하고 제대로 된 식당들과 더불어 편하게 한 그릇 훌훌 먹고 나설 집들도 필요하다. 시장 통의 작고 허름한 가게들이다. 더러는 좌판 정도를 펴고 음식을 내놓는다. 오늘날도 시장 통의 순대, 만두, 어묵, 간단한 김밥 가게들은 좌판 형태로 장사를 한다. 마찬가지다. 당시에도 좌판 혹은 허름한 초가 아래 음식을 내놓았다.

역시 국밥이 좋은데 개고기를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소의 도축 금지 조처도 풀렸다. 소의 도축이 편해지고 예전에 비해서 소의 사육도 늘어났다. 쇠고기는 개고기를 대체한다.

육개장은 '육(肉)+개장국'이다. 여기서 '육'은 쇠고기를 의미한다. 쇠고기로 끓인 개장국 같은 음식이 바로 육개장이다. 대구탕이라는 이름은 '개고기를 대신하는 탕(代狗湯)'에서 시작되었다는 '설'과 '대구 지방에서 먹던 탕(大邱湯)'이라는 주장이 있다. 어쨌든 '대구 지방에서 시작된 개고기를 대신한 쇠고기 탕반 음식'이 바로 육개장이다. 지금도 서울의 노포들에서는 육개장 유의 음식을 '대구탕'으로 팔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기록에는 '대구 지방의 명물 육개장'에 대한 내용도 자주 나타난다.

국일따로국밥
'따로국밥'도 대구지방에서 시작된 것이다. 밥 따로, 국 따로 내놓는다고 따로국밥이라는 설이 우세하지만 정확치는 않다. 예전 대구 혹은 대구 언저리 경북 지방에서는 행사가 있을 때 반드시 육개장을 끓였다. 밥을 주는 줄이 있고 한쪽에는 국물, 육개장을 주는 줄이 있다. 줄이 따로 있어서 따로국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따로국밥'이 널리 유행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용은 없고 형식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로국밥이라고 해서 별다른 내용물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밥 따로, 국 따로 주는 형식만으로는 발전하기가 힘들다.

장터국밥도 마찬가지. '장터에서 먹었던 국밥'이라는 단순한 표현이다. 내용물이 복잡한 육개장을 단순화한 것이다. 대중적이고 싼 가격으로 만들었다. 가격이 싸고 대중적이라는 표현은 장터국밥이 육개장의 하위에 있는 느낌을 준다. 장터국밥의 생명이 그리 길지 않은 이유다.

선지해장국은 특이한 경우다. 선지를 넣은 음식들은 대중적이고 비교적 가격이 싼 것들이었다. 선지는 소의 피다. 보관은 힘들고 가격은 낮다. 싼 음식을 내놓는 식당들이 선지를 넣은 해장국 등을 메뉴로 선호하는 이유다. 어차피 선지는 보관, 유통이 힘들다. 가까운 곳에 제공하는 것이 도축장으로서도 편하다. 선지해장국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육개장 유의 음식'은 여러 종류의 음식으로 발전한다. 대구의 ''은 상당히 단아한 분위기의 국밥이다. 고사리 등이 없으니 정통 육개장은 아니다. 작고 낡은 기와집을 식당으로 사용한다. 음식이 상당히 정갈하다. 대파의 흰 부분만을 국밥에 사용한다. 대파의 흰 부분은 단 맛을 낸다. 푸른 잎은 진액으로 단 맛을 해친다. 오랫동안 대파의 흰 부분만을 고집하고 있다. 메뉴도 국밥 한 종류다.

안동 중앙신시장의 ''은 선지해장국이라 써 붙였다. 이집도 메뉴는 한 가지다. 주인 할머니가 늘 국솥 곁을 지킨다. 선지가 들어간 해장국이지만 맛은 순한 편이고 정갈하다. 고기를 손질하여 그릇에 넣고 국자로 국물을 떠서 담아 준다. 가게 앞에는 늘 국물 솥이 끓고 있다. 푸근한 시장 통의 분위기. 음식은 단정하다.

대구 따로국밥의 대명사 격인 '국일 따로국밥'은 8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음식은 꾸준히 변화했지만 여전히 곱게 간 마늘과 고추가 밥상에 등장한다. 예전에는 따로국밥에 많은 양의 마늘을 넣었다. 싫어하는 이가 있으니 별도로 내준다.

늘 예로 드는 '대구 아닌 곳에서 만나는 전통 육개장'을 내놓는 집이 남양주 별내의 ''이다. 거세하지 않은 황소고기를 고집하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원형 육개장은 잘 풀어지지 않는 황소고기로 끓였다. 이 집에서 만날 수 있다. 손님들도 '오래 전에 만났던 육개장 맛'이라고 평가한다. 고사리, 토란대 등을 제대로 사용한다.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