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열하한(上熱下寒)의 허열(虛熱) 다스려

청열양혈약(淸熱凉血藥)과 보음약(補陰藥) 함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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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에서 방영되는 ‘생각의 집’은 요즘 인문학이 대세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프로다. 인문학을 지지하는 사업가 한분이 한옥 집에 건명원이라는 현판을 걸고 우리나라 인문학을 이끌어가는 여러 석학들을 모시고 본인들의 지혜를 학생들에게 품앗이 강의를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면서 서로의 관점에서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고 토론한 것이 생각의 집이다. 이른바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최재천 교수가 말한 학문 간의 ‘통섭’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95년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고 전공분야가 전혀 다르지만 자기분야에서 만큼은 최고의 명성을 떨치던 진화생물학자, 철학자, 수학자 겸 컴퓨터 과학자, 경제학자, 편집 출판자 등 세계의 석학들이 3∼4일간 만사를 제쳐두고 ‘제3의 문화’란 주제로 미국사회나 전 세계에 존재하는 불확실한 문제에 대해 집단적으로 토론했다. 이런 집단토론의 연장선상에 Edge(http://edge.org/)라는 웹사이트가 있다. ‘지식의 끝단(edge)’까지 가보자는 의미로 만들어 진 것으로 이 웹페이지에는 해마다 전 세계의 지성들의 의견을 묻는 ‘화두’가 올라온다. 2015년의 화두는 ‘당신은 생각하는 기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다.

건명원의 강의 중에 현생인류가 지나간 자리에는 모든 동물과 다른 인간의 종까지 모두 멸종했다고 한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개개인은 작지만 협동할 줄 알았고 대단히 폭력적이라 자신보다 50배나 큰, 평균 5톤이나 되는 ‘메머드’의 씨를 말려 멸종에 이르게 했다고도 했다. 실재로 지금으로부터 3500년 즉 기원전 1500년전 까지 매머드의 생존한 흔적이 지구 곳곳에서 발견되곤 한다. 아마도 이런 현생인류가 부족을 이루고 국가를 이룰 때면 그 폭력성이 중첩되어 국가의 책임자인 왕도 어쩌지 못하는 경지에 도달하게 될 것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500년 전 동양이나 서양 할 것 없이 성인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도 겉으로는 세련된 매너와 온화한 표정을 짓지만 내부에서는 정복하고 짓밟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폭력성이 들끓고 있다. 사회 구성원끼리 맺은 사회계약만 아니면 언제든지 튀어나와 야만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런 구성원들의 갈등은 인체에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그것이 몸으로 나타나는 것이 상열하한(上熱下寒)이다. 이 때 열은 대체로 실열(實熱)은 아니고 허열(虛熱)이다. 허열은 쉽게 생각하면 나무가 다 타고 끝에 남아 있는 ‘잿불’같은 거다. 그래서 강렬한 불꽃이 아니고 미열로 스러져가는 불꽃이다. 이 허열을 끄는 한약재를 청허열약(淸虛熱藥)이라고 말한다. 유행성 독감을 오래 앓고 나면 오랫동안 지속된 열로 인해서 진액이 소모되어 목이나 입이 마르고, 음허(陰虛)해지는 밤에는 음액(陰液)이 더욱 줄어들어서 열이 심해지고, 그 반대인 낮에는 체온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는데 이를 음허발열(陰虛發熱)증이라 한다. 폐결핵 같은 만성 소모성 질환을 오랫동안 앓았으면, 오후에 발열이 나타나고, 손발이 갑갑하면서 열이 나고 얼굴이 붉어지고 잠잘 때 땀범벅이 된다. 그리고 남녀관계인 방로(房勞)를 과다하게 했거나 쉬지 않고 일해서 생기는 열을 골증조열(骨蒸潮熱)이라고 한다. 이 때도 청허열약을 쓴다. 하지만 청허열약 혼자로는 불을 끌 수 없다. 반드시 청열양혈약(淸熱凉血藥)과 보음약(補陰藥)을 함께 써야 불길을 잡을 수 있다. 청허열약은 임상에서는 그렇게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지골피(地骨皮)는 많이 쓰인다. 지골피는 구기자(枸杞子) 나무의 뿌리껍질이다. 지구자 가격이 만만치 않은 요즘에는 나무를 베어서 채취하는 지골피 값이 엄청 뛰는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구기자도 역시 보음(補陰)하는 한약재다. 지골피는 성질이 차다(寒). 독성은 없고 맛은 달다. 폐(肺)가 열을 받아서 기침하거나 숨이 가쁠 때 석고, 지모, 황금, 상백피 등과 함께 쓰이고, 혈열(血熱)로 인해 생긴 요혈(尿血), 객혈(喀血), 코피(衄血)에는 생지황, 우절(藕節,연근)과 함께 쓰이고,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없어지지 않는 번갈(煩渴)에는 생지황, 천화분, 지모, 산약과 함께 쓰인다.

김철규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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