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액이란 인체 내의 수액의 총칭이다. 진(津)은 다소 가벼워 피부, 눈ㆍ코ㆍ귀ㆍ입을 촉촉이 적셔 윤택하게 하고, 땀과 소변으로 조절된다.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소변으로 가는 양이 적어 소변색이 짙어지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액(液)은 자동차의 ‘그리스(Grease)’처럼 끈적끈적하고 무거워 오장육부와 골수, 관절을 윤활하게 한다. 뼈와 뼈가 맞물려있는 관절에는 반드시 윤활유 주머니인 활액낭이 있는 까닭이다. 정액(精液)은 정미로운 진액이란 뜻으로 방로과다(房勞過多)로 함부로 소모하면 큰 질병이 온다고 한의학에서는 정의한다. 이런 진액(津液)은 정상적으로 순환되어서 잘 사용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어떤 이유로 순환이나 분포에 문제가 생기면 정체되게 되고, 고인 물이 썩어 들어가듯이 진액(津液)이 변성하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물질을 담음(痰飮)이라고 부르고 순우리말로는 ‘가래’다. 현대의학에는 없는 개념이다.

담음이 인체 각 부위에 있을 때 나타나는 전반적인 증상을 보도록 하자. 담음이 폐(肺)에 있으면 기관지를 가래가 막아서 숨이 가쁘게 되고 그러면 우리 몸은 숨 쉴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가래를 뱉어내고 기도를 청소하려고 하는데 이 때 나타나는 것이 기침이다. 기침이 심하면 천식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기침과 천식은 대개 밤에 더 극성을 부리게 되어 숙면을 방해하므로 잠은 들었지만 수시로 깨는 바람에 안 그래도 잠이 적은 어르신들은 항상 몸이 피곤해서 녹초가 된다. 담음이 심장을 막으면 우리 몸의 주인인 심장은 정신(精神)이 거처하는 곳이므로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멈추지 않거나, 정신이 아득하고 혼란스러우며, 미치거나하게 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담미심규(痰迷心竅)가 있는데, 담음이 심장의 구멍을 막았다는 뜻이다. 정신분열증, 중풍 등이 이에 속한다. 담음이 위장에 가득차면 속이 미식거려 토할 것 같은 오심(惡心)과 구토(嘔吐) 증상이 일어나고, 심하면 어지러운 현훈(眩暈)증상이 나타나고, 속이 쓰리고 공복에는 위장이 에일 듯이 아파서 새벽잠을 깨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위장의 담음증상은 신물이 올라오는 탄산(呑酸)과 매스껍고 가슴이 답답한 조잡(嘈雜) 그리고 트림인 애기(噯氣)다. 담음이 머리 쪽에 있으면 어지럼증 즉 현훈(眩暈)이 발생하고, 담음이 가슴이나 옆구리에 있으면 그 부분에 담이 결려 움직일 때 마다 뜨끔뜨끔하게 아프고 기침할 때에도 아프다. 사지에 있으면 사지가 뻣뻣해지고 뻑뻑해지는 마목(麻木)의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경락에 있으면 몽글몽글 잡히는 담핵(痰核)이 발생된다. 동의보감에는 담병(痰病) 10가지와 음병(飮病) 8가지가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다만 진액이 어떤 원인으로 정체되는가에 따라서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어 그 부분은 언급해야할 것 같다. 스폰지나 솜에 물을 먹이면 늘어지듯이 몸이 무겁고 힘이 없으며 노곤하면서 나른하면 습기가 진액을 정체시킨 것이므로 습담(濕痰)이라 하고 물기가 많아 가래가 묽고 투명하고 양이 많다. 온몸이 추워서 여기 저기 저리고 결리면 한담(寒痰), 냉담(冷痰)이라고 하는 데 몸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것을 먹거나 해서 몸을 녹이면 저절로 증상이 없어진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더운 곳에서 땀을 흘리면서 장시간 근무하면 당연히 열담(熱痰)이 생기므로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열담이 지나치면 진액이 졸아들어 울담(鬱痰), 조담(燥痰)이 생기게 되는 데, 목과 입이 마르고, 가슴 속에 가래가 걸죽하게 달라붙어 있어 뱉기 힘들고 가슴속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풍담(風痰)은 태풍 즉 중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발생한 진액의 정체로 생긴 담으로 가슴이 답답하거나, 경련이 일어 살갗이 떨리는 증상이 있다. 기담(氣痰)은 스트레스로 목구멍에 진액의 정체되어 헌솜이나 매화씨 같은 것이 있어 뱉어도 안 나오고, 삼켜도 안 삼켜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청중 앞에 처음 서서 강연하면 스트레스로 목에 가래가 끼어 ‘흠흠’하고 시작하게 되는 경우다. 식담(食痰), 주담(酒痰)은 안좋은 식사습관이나 음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주로 많이 생기며, 경담(驚痰)은 깜짝 놀란 것 때문에 가슴이나 배에 진액이 정체되어 덩어리가 생기는데 발작하면 툭툭 뛰면서 참을 수 없이 아픈 증상이 있다.

김철규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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