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음(痰飮), 즉 가래가 원인이 돼 발생한 기침ㆍ천식을 멈추게 하는 한약

온화한담약(溫化寒痰藥)ㆍ 청화열담약(淸化熱痰藥)ㆍ 지해평천약(止咳平喘藥)

아궁이에 불을 지펴 온돌을 통해 난방을 했던 과거 시골동네에서는 그 온기가 식어갈 때쯤 되면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전염병처럼 어르신들의 그르렁그르렁하는 가래 섞인 기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당시 문학작품에는 종종 가래가 목구멍을 막아서 숨을 가쁘게 쉬는 모습이나, 숨구멍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침하는 모습이 나온다. 어떤 작가는 거친 가래 소리를 기관차의 할딱이는 숨소리로 비유했고, 외할머니의 목구멍에서 그르렁그르렁 가래 끓는 소리 때문에 내 숨통이 답답해졌다고도 표현했다. 그 시절 꼬맹이들은 한겨울 그 추운 날씨에 그나마도 따뜻한 집안에 있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서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를 하거나, 썰매를 타고 놀았다. 그럴 양이면 콧물은 쉼 없이 나오고, 살이 터서 가문 논에 논바닥이 갈라지듯이 쩍쩍 갈라져서 진물이 나오는 손등으로 그 콧물을 문지르면 손등은 번들번들하게 된다. 콧물도 알고 보면 가래의 일종으로 몸이 추워서 발생한 한담(寒痰)이다.

화담지해평천약(化痰止咳平喘藥)은 담음(痰飮) 즉 가래를 없애서 가래가 원인이 되어서 발생한 기침과 천식을 멈추게 한다는 뜻을 가진 한약이다. 기침은 대개 담(痰)을 끼고 있으며, 담이 많을 때 기침이 나온다. 그래서 임상에서는 기침을 치료할 때 반드시 담을 없애는 화담(化痰)약과 기침을 멎게 하는 지해(止咳)약을 병용하게 된다. 담음이 만들어진 원인에 따라 한약을 처방해야 될 뿐 아니라 몸 전체에 나타나는 증상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몸에 열이 있으면 열을 식히는 청열약(淸熱藥)을, 몸이 추우면 속을 덥히는 온리약(溫裏藥)을, 기운이 없으면 보익약(補益藥)을, 혈이 부족하면 보혈제(補血劑)를 경우에 따라 더해서 처방해야 한다. 특히 주의해야 될 점은 기침할 때 피가 나오는 객혈(喀血)을 할 경우 약성이 강렬하고 자극이 있는 화담약을 사용하면 출혈이 촉진되므로 특히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화담지해평천약은 크게 한담(寒痰)을 없애는 온화한담약(溫化寒痰藥)과 열담(熱痰)을 없애는 청화열담약(淸化熱痰藥) 그리고 기침과 천식을 멎게 하는 지해평천약(止咳平喘藥)으로 나누어진다. 온화한담약은 습기가 많은 습담(濕痰)이나 차가워서 생긴 한담(寒痰)을 치료하는 데 습담이나 한담 모두 담의 양이 많고 투명하고 묽으며 쉽게 잘 배출되는 특성이 있다. 한담은 대표적으로 감기에 걸렸을 때 나는 콧물이나 가래에 해당되며, 이때는 마황, 계지, 건강, 세신 같은 피부나 폐의 차가운 것을 발산하는 한약재인 발산풍한약을 함께 써서 치료해야 한다. 습담과 한담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강력하게 데워주고 말려주는 한약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질이 따뜻하고 건조한 성질이 강력한 온조(溫燥)성을 띠어야 하고, 덩어리진 가래를 잘게 쪼개어 흩어주고 뿌려줘서 밖으로 유출시켜야 하므로 매운맛의 발산(發散)하는 기운을 빌리므로 맛은 아리거나 매운 신미(辛味)다. 신온(辛溫)하면서 가래를 없애주는 주요 한약재는 거의가 천남성(天南星)과에 속한 식물들이다. 한약의 성질이 강력해서 쉽게 진액을 손상하거나 열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몸집이 마른 음허증(陰虛證)을 가진 환자나, 열이 많은 환자, 특히 각종 출혈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반하(半夏)라는 한약재가 있다. 반하가 들어간 이진탕(二陳湯)은 담음 치료의 성약(聖藥)이라 불린다. 반하는 여름이 반(半)쯤 지나서 싹이 나와 꽃이 핀다는 뜻이다. 이 시기는 장마가 오기 직전으로 폭염으로 달구어진 대지를 생각해보면 반하의 성질을 쉬 알 수 있을 것이다. 성질은 따뜻하다고 되어 있지만 엄청나게 건조하다. 건조하기가 사막 같다. 그래서 습기를 쭉쭉 빨아먹는다. 위장에 담이 있으면 마치 배 멀미하는 것과 꼭 같은 증상이 생긴다. 속이 울렁거리고, 미식미식하고, 빙빙 돌고 어지럽고, 속이 쓰리거나 머리가 아프다. 이 때 반하를 쓰는데 화담지구(化痰止嘔)의 효능 때문이다. 담을 없애서 구역질을 없앤다는 뜻이다. 반하는 독성(毒性)이 있으므로 독성을 없애고 성능을 증가시키는 법제 방법이 많이 있다. 아직 반하(半夏)에 대해 할 얘기가 많다.

김철규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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