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약(賜藥) 주재료로 독성 강하나 치료 다양…암세포 억제 작용도

천남성은 천남성과 천남성의 괴근(塊根, 덩이줄기)이다. 덩이줄기를 자세히 보면 그 주변에 동그란 모양의 곁눈이 있어 얼핏 보면 호랑이 발바닥과 모습 같다고 해서 호장(虎掌)이라고 불린다. 수술머리나 암술머리는 뱀이 화가 나면 머리를 쳐든 형상과 닮았다고 해서 사우(蛇芋)라고 불렀는데 뱀 모양의 덮개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곤충들이 천남성의 수술머리에서 꽃가루를 싣고 암술머리로 옮길 때, 수술머리 쪽에는 밖으로 열린 공간이 있는 반면 암술머리 쪽에는 밖으로 나가는 공간이 없어서 들어온 곳으로 나가야 하지만 그게 어려워 암술머리 아래쪽에 갇혀서 죽게 된다. 천남성의 후손인 씨앗을 만들어준 중매쟁이를 너무 박정하게 대하는 것이 아닌가 독기(毒氣)가 느껴진다.

천남성은 조선시대 사약(賜藥)의 주재료인 만큼 독성이 강하고 반하보다 습담(濕痰)을 더 강하게 없애줘서 반하정(半夏精)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반하보다는 쓰기가 멈칫해지고 잘 쓰기 위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한약재다. 그래서 남성은 그냥쓰기도 하지만 독성이 많은 관계로 법제를 해서 많이 쓴다. 생남성은 맵고 쓰며(苦辛) 온조(溫燥)한 성질이 있으며 독이 있다. 남성의 온조한 성질은 너무 강해서 생 걸로 쓰기는 무리가 가지만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치료하는 부분도 있다. 남성을 깨끗하게 물로 씻은 다음 식초(食醋)에 버무려 갈아서 즙을 내거나 찧어서 나력(瘰癧, 결핵성 림프염)이나 옹종(癰腫, 악창이나 종기) 부분에 도포하여 사용한다. 근래에 신선한 천남성이 정상세포에는 뚜렷한 위해를 가하지 않고 암세포에 대해 특이한 억제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는 달리 탕제로 복용할 경우는 독성을 직접 섭취하는 것이 되므로 반드시 수치(修治)를 하고나서 복용해야 한다. 만약 생것을 날로 먹어서 남성에 중독되면 혀와 목이 가렵고, 타는 듯하며 붓고 심하면 숨을 못 쉬게 된다.

제천남성(製天南星)은 법제한 천남성(天南星)을 말하고 당연히 한약재의 성질도 바뀐다. 제천남성은 정선된 생남성(生南星)을 찬물에 담가 매일 2∼3회씩 물을 갈아주다가 흰 거품이 나오기 시작하면 백반수(생남성 100Kg에 백반 2Kg의 비율)에 하루 동안 담갔다가 다시 물을 갈아준다. 이와 같이 한 다음 쪼개서 맛을 보아 아린 맛이 없으면 꺼내서 저민 생강편과 백반을 용기에 넣고 적당량의 물로 끓인 다음 여기에 천남성을 넣고 내부에 마른 부분이 없이 익힌 다음 꺼내서 생강편은 버리고 천남성을 말려서 사용한다. 남성은 성미가 따뜻하고 건조하기가 반하(半夏)보다 강해서, 물이 많은 가래인 습담(濕痰)이 기관지를 막아 기침을 할 때 물을 빼 주는 복령(茯苓), 찌꺼기를 잘 삭히는 진피(陳皮), 습담 치료에 사용되는 반하(半夏)등과 함께 어울려서 가래 때문에 생긴 기침을 치료하는데 이것이 도담탕(導痰湯)이다. 만약 폐에 열이 있어서 끈끈하기가 쇠심줄 같이 누런 가래에는 폐의 열을 끄는 황금(黃芩) 과 끈끈한 것을 묽게 해 주는 과루인(瓜蔞仁)과 패모(貝母)와 함께 쓴다. 한의학 이론 중에 열생풍(熱生風)이란 이론이 있다. 열이 많이 나는 곳에서는 태풍 같은 바람이 분다는 뜻인데 적도의 고온다습한 곳에서 태풍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우리 몸에서도 스트레스로 열 받아서 감내하기 힘들면 몸에 태풍이 휘몰아치는데 이것이 중풍(中風)이라고 누누이 말했다. 천남성은 풍담(風痰) 즉 중풍이 와서 온 몸을 망가뜨리고 기혈이 다니는 경맥과 혈맥들이 다 끊어져 그 여파로 진액이 잘 분배되지 못해서 여기 저기 담음(痰飮)이 생긴 것을 치료한다. 중풍, 반신불수, 구안와사, 구금(口噤, 입이 닫혀 벌려지지 않음)등에 반하, 백부자, 천오같은 독(毒)이 있는 한약재와 함께 쓴다. 우담남성(牛膽南星)은 남성을 분말로 해서 소의 담즙과 섞어 담즙주머니에 넣어 그늘진 곳에서 말리며 3년 정도 묵힌 후 꺼내 말려서 사용한다. 남성의 뜨겁고 건조한 성질을 줄여 주어서 음분을 손상하는 폐단이 없이 남성의 장점만 잘 살리기 위한 방편이다. 경련에는 특효가 있어 어린이 경풍(驚風)이나 경련에 많이 쓰인다. 우리가 흔히 먹는 겨자 소스에 쓰이는 겨자도 백개자(白芥子)라는 온화한담약(溫化寒痰藥)의 하나다.

김철규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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