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前胡)라는 한약재는 바디나물, 흰바디나물, 백화전호(白花前胡), 자화전호(紫花前胡)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다. 열담(熱痰)을 없애는 한약재가 대개 성미가 찬 반면 전호(前胡)는 찬 성질이 강하지 않고 순해서 인체에 영향을 덜 끼쳐 청화열담약에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많이 쓰이는 한약재다. 성질은 약간 차다(微寒). 독은 없고, 쓰고 맵다(苦辛). 다른 경락으로는 가지 않고 폐경락으로만 작용한다. 전호는 열 때문에 발생한 끈적거리는 가래를 없애는 효능 외에 화병이나 과로로 인해 기운이 위로 솟구쳐 조금만 움직여도 턱 밑까지 숨이 차서 헐떡거릴 때 그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려 숨을 고르게 해서, 숨이 덜 차게 하는 강기(降氣,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의 효능도 있다. 약간 찬 성질과 매운 기운은 풍열(風熱)을 잘 흩어주는 역할을 한다. 전호(前胡)와 시호(柴胡)는 모두 풍열(風熱)을 흩어주는 역할이 있는데 전호(前胡)는 폐(肺)에 들어가서 주로 기운(氣運)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효능이 있고, 시호(柴胡)는 간(肝)으로 들어가 기운을 위로 끌어올리는 효능이 있어 풍열에는 시호와 함께 항상 사용되므로 이호(二胡)라고 부르기도 한다. 임신을 하면 전반적으로 복압이 올라가 기운이 쉬 상승해서 얼굴이 붉고 조금만 걸어도 헐떡거리는 상기(上氣)증상이 발생하게 되는 데 이 때 전호가 많이 쓰인다. 특히 감기에 걸리면 이런 증상이 더욱 심해지며 이 때 궁소산(芎蘇散, 방약합편 중통21)을 많이 쓰는데 궁소산의 군약(君藥)이 전호다. 전호는 임산부 감기, 중이염, 기관지염, 축농증 등에 많이 사용되어 제수안태(除嗽安胎) 즉 기침을 멎게 해서 태아를 편안케 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궁소산과 더불어 임산부에게 많이 쓰는 처방이 황룡탕(黃龍湯)인데 삼금탕(三禁湯)이라고 불리는 소시호탕(小柴胡湯)에서 임산부에 영향을 주는 반하(半夏)를 뺀 처방이다. 삼금(三禁)이란 세가지 금지해야할 것인데 금한(禁汗), 금토(禁吐), 금하(禁下)가 그것이다. 환자를 땀 내거나, 구토시키거나, 설사나 소변을 잘나오게 하면 환자의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를 금하고 이 때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처방이 삼금탕(三禁湯) 즉 소시호탕(小柴胡湯)이다. 끈끈한 가래가 폐와 기관지를 막아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면 전호산(前胡散)을 쓰는데 상백피(桑白皮), 행인(行人), 패모(貝母)와 함께 쓴다. 꿀에 볶아서 쓰면 촉촉한 전호로 탈바꿈하는데 기침을 오래해서 폐가 윤기를 잃었을 때 쓴다.

과루(瓜蔞)라는 한약재가 있다. 하눌타리나 노란 하눌타리의 성숙한 과실을 말려서 쓴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분포한다. 과실을 과루(瓜蔞)라 하고 그 안에 있는 씨앗을 과루인(瓜蔞仁), 과실의 껍질을 과루피(瓜蔞皮)라하고 뿌리를 천화분(天花粉)이라 해서 거의 버릴 것이 없이 모두 한약재로 쓰인다. 과루와 과루인은 성질이 차고 독이 없으며 맛은 달고 약간 쓴맛이 돈다. 과루피는 단맛만 있고 쓴맛은 없는 차이 밖에 없다. 먼저 과루인은 씨앗이라 기름성분이 있어 폐를 윤택하게 해서 가래를 없애는 윤폐화담(潤肺化痰)의 효능과, 기름성분이 폐와 부부관계인 대장으로 가서 대장을 매끄럽게 코팅해줘 대변이 잘 나가게 하는 활장통변(滑腸通便)의 효과가 있다. 과루피와 과루인으로 된 과루는 열 때문에 폐에 생긴 가래(熱痰)를 없애므로 가슴이 뻥 뚫어지게 하는 관흉(寬胸, 가슴이 넓어짐)역할이 있으며 속에 있는 과루인 ??문에 대변이 잘 나가게 한다. 과루피는 과루와 유사하나 활장통변의 기능은 없다. 진득진득한 가래가 가슴과 명치를 막아 기운의 승강을 막아서 가슴과 배가 더부룩하고 누르면 아프고 끈끈한 가래를 토할 때는 반하와 황련과 함께 쓴다. 소함흉탕이다. 가래가 낀 기침이 심하면 반햐, 생강, 지모, 패모와 함께 반하산(半夏散)을 처방한다. 기침할 때 고름이나 피를 토할 때 감초, 몰약, 유향과 같이 쓰는데 사성산(四聖散)이다. 가슴에 끈끈한 가래가 있어 답답하고 변비가 있으면 황금, 지실, 우담남성과 함께 쓰이는데 청기화담환(淸氣化痰丸)이라 한다.

김철규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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