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한 가정집에서는 소금으로 간을 해야 할 때 기존의 천일염보다는 죽염이 대세다. 그것도 모자라 엄청 비싼 자죽염으로 대체되는 한가운데 있다. 자죽염은 인산 김일훈이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부분은 검증되지 않아 모르겠고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3년 묵힌 서해 천일염을 왕대나무 줄기부분에 넣고 소나무 장작으로 고온으로 태워서 아홉 번 똑같이 반복하면 소금이 자주빛을 띠게 된다 이를 자죽염이라고 한다. 대나무를 장작불로 태우면 황갈색의 즙이 나오는 데 이를 죽력(竹瀝)이라한다. 이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천일염과 죽력이 어우러져 자색을 띤다. 암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하는 데 그 부분은 알지 못하겠다.

우리가 바다에서 진화한 관계로 소금이 엄청 중요하다, 필자더러 소금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조선시대 전통염인 ‘자염(煮鹽)’을 권하겠다. 자(煮)는 굽는다는 뜻인데 소금을 구우려면 땔감이 필요하고 바닷물을 얻으려면 해안가여야 해서 울창한 숲이 있는 해안가에서 주로 소금업이 발달했다. 자염은 그 해 날씨에 영향을 받아 생산량이 둘쭉날쭉한 관계로 소금을 구하기 어려워 자염은 몸값이 귀했다. 생산하기만 하면 수요가 널려있던 관계로 임진왜란 때 이산해는 전쟁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 둔전(屯田, 군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경작한 토지)보다는 염조(鹽竈, 소금가마)를 황해도와 전라도에 설치할 것을 제안하였다. 강화도조약으로 나라의 빗장이 풀리면서 값싸고 품질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천일염이 중국, 대만, 일본으로부터 수입되기 시작했다. 1910년 60Kg 소금 한가마의 가격이 자염은 1,831엔, 일본의 전오염은 1335엔, 청국과 대만은 1,000엔 정도였다. 일본에도 자염과 비슷한 전오염(煎熬鹽)이 있었다. 일본은 그 당시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전쟁을 일으킬 시기여서 소금은 반드시 필요한 주요자원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과 달리 조수 간만의 차이가 작고 일조량이 작아 레이온, 펄프, 석유정제 등 군수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소금을 전오염으로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해보였다.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이란 책을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완용이 인천의 주안에 갔었다고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황해도와 서해의 조수간만의 차이와 월등한 일조량 때문에 일본에서는 꿈꿀 수 없었던 천일염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군수물자를 확보할 수 있게 하려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다시 대나무로 돌아가자. 죽여는 솜대의 줄기 바깥부분을 벗겨내고 그 아래 부분을 긁어내서 만들어진 한약재다. 성질은 약간 차고(微寒) 맛은 달다(甘). 찬 성질은 열 때문에 생긴 가래를 없애는 데, 특히 위장의 열을 없애는 효능이 있어. 위열(胃熱) 때문에 생긴 가래가 원인이 되어서 발생한 구역질을 치료한다. 또한 혈(血)에 잠복해 있는 열(熱)을 식혀서 태동불안(胎動不安) 즉 산모의 유산기를 막아준다. 열 때문에 발생한 가래를 삭힐 때는 그냥 쓰고, 구역질을 없애려면 생강즙에 버무려 구워서 쓴다. 반하, 지실, 복령, 진피 같은 이진탕 재료와 함께 쓰면 온담탕(溫膽湯)이 되는데 온담탕은 울화병으로 가슴이 미어지고, 답답하고, 불안하고 두근두근 거리며 잠을 못자는 증상을 치료하는 대표방이다. 죽력(竹瀝)은 대나무를 30∼50센티로 잘라서 불 위에 구우면 나오는 대나무 진액이다. 죽력은 죽여(竹茹)보다 열담(熱痰)을 잘 삭혀서 중풍에 말을 잘 못 하거나 혼미하거나 깜짝깜짝 잘 놀라거나 몸이 비틀어지는 증상에 쓰거나 갓난 아이들이 깜짝깜짝 경기할 때 쓴다. 성인의 1회 복용량이 20∼60 CC 정도이고 중풍에 입을 앙다물고 벌리지 못하는 구금(口噤)에 죽력 1되를 복용하면 된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반찬으로 먹는 다시마나 미역은 곤포(昆布)라는 한약재다. 청화열담약의 범주 안에 든다. 이들은 미끌거리면서 탱탱해서 물이 많은 관계로 성질이 차고 짜다. 곤포의 짠 맛은 단단한 것을 흐물거리게 만들고, 미끌거리고 수분이 많은 것은 열(熱)이나 화(火)가 진액을 졸여서 생긴 가래를 삭혀주므로 영류(癭瘤, 갑상선 질환)와 나력(瘰癧, 임파선 종)을 잘 치료한다. 미끌거리는 성분은 대장에 기름칠을 해줘서 변비를 치료하는 효능도 있다.

김철규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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