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지도 않은 손가락에서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드물지 않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정형외과 진료를 하다 보면 “손가락이 걸리는 느낌이 들고 잘 펴지지 않는다”, “구부리기가 힘들다” 또는 “붓고 아프다”라고 하며 진료실을 찾는 분들을 종종 본다. 활동 왕성한 중년 여자분들이 대체로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기계적인 마찰 또는 끼임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손가락을 구부리는데 사용되는 힘줄은 손바닥 쪽의 손가락 가운데 부분에서 손가락과 나란한 방향으로 위치하고 있다.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펴는 동작을 하게 되면 이 힘줄은 활차라는 통로를 미끄러지듯이 지나다니게 된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건 힘줄이 두꺼워지거나 활차 부위에 염증이 생기게 되면 힘줄이 활차 내에서 미끄러지는 동작이 방해를 받게 되므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펴기가 어렵게 된다. 활차의 내부 공간보다 힘줄의 두께가 상대적으로 커지게 되면 손가락을 펼 때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같은 저항감을 느끼게 되므로 증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심해지게 되면 손가락이 펴지지가 않아서 반대쪽 손으로 잡고 펴야 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이 질병을 방아쇠 수지 또는 방아쇠 손가락이라고 부른다.

장기간 반복적으로 손가락을 힘주어 구부리는 동작을 하게 되면 힘줄 및 주변에 무리가 갈 뿐 아니라 노화로 인해 힘줄의 통로가 딱딱해지고 굳게 되어 이런 현상이 생기게 된다. 물론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할 수도 있고, 당뇨, 통풍, 류마티스병 등과 관련되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주부들 또는 기구나 도구 등의 손잡이를 강하게 잡아야 하는 직업에 종사하거나 그러한 종류의 운동을 많이 하시는 분들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2∼6배 이상 이 병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유전적인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여성들 특히 주부들이 가사노동으로 인해 손가락 사용을 많이 하기 때문인지는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주제와는 살짝 벗어난 이야기지만 심정적으로는 주부들의 가사노동이 어느 정도 기인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방아쇠 손가락이 생길 수 있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반복적으로 과도한 힘을 줘서 손가락을 구부리는 경우들인데 대표적이 것들이 골프, 칼질, 가위질 등이다. 그런 이유로 진료실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환자분들이 가정 주부들 외에 식당일을 하시는 어머님들과 골프를 많이 치시는 분들이다.

증상이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은 초기에는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손가락 사용을 되도록 줄이고, 온찜질, 약물치료를 하는 정도만으로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사치료를 통해서도 많은 경우에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주사치료 등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에는 힘줄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넓혀주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것은 간단한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수술의 원리는 손가락과 손바닥이 연결되는 부위 근처에 있는 활차를 절개하여 힘줄과의 마찰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형외과 영역의 많은 병이 노화 및 과다 사용과 관련이 있는데 이 방아쇠 손가락이라는 질병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과도한 손가락 사용이 생계와 관련됐던 취미와 관련됐던 불가피한 상황이 대부분이겠지만 필자가 환자들에게 늘 강조하듯이 “조금이라도 덜 써야겠다라는 마음을 항상 가지세요” 를 염두에 둔다면 좀더 나은 치료 결과로 보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달려라병원 박진웅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