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건너 온 음식, 이북음식 발전

신승반점 짜장면
'원보' 본래의 전형적인 중국만두

'신승반점' 화상 후예, 짜장면 으뜸

'용화반점' 깊은 내공의 볶음밥

'이북식손만두국밥' 정통 북한식 맛

'초가집칼국수' 밀가루ㆍ콩가루 조화

‘원보’ 중국만두
'부암갈비' 솜씨꾼 생갈비 다뤄

'나무꾼 이야기' 수준급 고기, '술밥'

인천 음식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전쟁이고 나머지는 임오군란이다. 둘 다 전쟁이다. 한국전쟁은 남북 간의 전쟁이다. 북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남으로 건너왔다. 월남 피난민들이다. 황해도, 평안도 일대 사람들은 상당수 바닷길을 통하여 남쪽으로 왔다. 인천 음식 중 상당 부분은 '북쪽의 음식'이 차지한다. 만둣국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과 개성은 그리 멀지도 않다. 비슷한 음식도 있었을 터이다. 서로 이리저리 섞인 음식들이 인천에 자리 잡았다.

인천의 음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에서 건너와 한반도에 자리 잡은 음식들이다. 또 하나는 이북 음식이다. 중식은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임오군란은 청나라 군인, 민간인들이 인천에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인천에 청관(淸館)과 차이나타운이 생겼다. 오늘날 차이나타운은 예전 자리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선 것이다. 인천은 한반도 중국음식의 시작점이자 출발점이다.

‘부암갈비’ 생갈비
차이나타운에 있는 '원보'는 퍽 재미있다. "짜장면, 짬뽕을 팔지 않는다"고 써 붙였다. 중국식이다. 중국인들에게 면 음식이나 만두는 둘 다 식사용이다. '밥집'인데 만두가 주 종목이라는 뜻이다. 만두를 만들면서 또 면을 만들어 내놓기는 버겁다. '원보'의 만두는 원래 모습에 가장 가깝다.

원래 만두를 좋아하고 많이 먹는 지역은 약간 춥고, 건조한 지역이다. 중국의 만두(包子)는 북경, 천진 등 북부 지방이 유명하다. '원보'의 만두는 전형적인 중국만두다. 만두피가 두껍고, 소는 약간의 채소를 곁들인 돼지고기 위주다. 진한 고기 육즙이 두툼한 피와 잘 어울린다. 물만두가 좋다. 강추 메뉴다.

오래 전 '공화춘'은 심한 우여곡절을 겪었고, 지금의 '공화춘'과는 뿌리가 다르다. 차이나타운 '신승반점'은 오래 전 '공화춘'의 손녀가 오픈했다. '신승반점'은 임오군란 때 한반도로 건너온 화상들의 후예가 만든 셈이다. 짜장면의 변화도 놀랍다. 첨면장은 중국 것이었으나 한국에서는 채소를 넣어 볶고 녹말 분을 풀어서 끈적이고 잘 비벼지는 형태로 한 번 더 발전했다.

추억의 음식이 있다. '달고나'처럼 건강이나 영양을 생각하지 않고 추억만으로 먹는 음식이다. 이른바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다. 짜장면도 컴포트 푸드다. 짜장면에는 졸업날 부모님과의 맛있는 식사,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숨어 있다. '응답하라 짜장면'이다.

'용화반점'도 화상이 운영하는 중식당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중식 쉐프의 성실함과 실력을 평가하는 음식은 화려한 만한전석이 아니다. 소박한 볶음밥이다. 밥알이 하나하나 살아있어야 하고, 기름기도 적당해야 한다. 무엇이 들어가느냐, 달걀을 올리느냐 마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볶음밥 역시 밥이 중심이고 주인공이다. 초라한 외관이지만 볶음밥은 세월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내공을 보여준다. 밥알 하나하나가 검게 그을린 흔적이 있는 볶음밥이다.

‘초가집칼국수’ 칼국수
청천동의 '이북식손만두국밥'은 이름 그대로 북한음식이다. 한국전쟁 때 월남한 주인장이 고향의 음식을 선보인다. 만두국밥에는 만두가 먹기 편안할 정도로 터져있다. 두어 개 밖에 없지만 양은 충분하다. 밥이 조금 들어있어 든든한 식사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질박한 음식이다. 모양새도 없고, 대단한 맛을 자랑하지도 않지만 "아직 이런 든든한 국밥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국밥이다.

인천에는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많다. '초가집칼국수'의 주인도 마찬가지. 한반도 여기저기를 다니다 이곳에 자리 잡았다. 동인천에 있다. 가게의 모습이 특이하다. 대부분 건물은 바닥이 네모다. 이집은 세모다. 건물의 일부분이 도로가 되면서 특이한 모양이 되었다. 업력은 길다. 50년 이상을 한 자리에서 해왔다. 밀가루에 콩가루가 조금 들어간 반죽이다. 별다른 양념이나 육수도, 고명조차 없다. 애호박 조금에 바지락 몇 개가 전부다. 밀가루에 콩가루를 더한 맛, 더도 덜도 아닌 칼국수다. 소박한 보리밥의 향취는 덤이다.

인천 '부암갈비'는 유명하다. 보기 드물게 생갈비를 잘 손질해서 내놓는다. 생갈비는 신선하지 않거나 고기를 만지는 사람의 솜씨가 조금만 부족해도 바로 티가 난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양념갈비를 내놓는 이유다. 계란말이는 요즘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했다.

'나무꾼 이야기'는 재미있는 집이다. 고기집이다. 삼겹살 등이 아주 좋다. 검단지역은 인천의 외곽지였다. 최근 신도시 개발 등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맛집이 들어서기엔 제법 시간이 걸릴 터였지만 놀랍게도 내공 있는 고기집이 나타났다. 오랫동안 육류를 전문으로 만져온, 주방장 출신의 운영진들이 수준급의 고기를 내놓는다. 신선한 고기를 숙성과정을 거쳐서 내놓는다. 가게 안쪽에 숙성 전용 냉장고를 따로 두었다. 삼겹살 등 돼지고기를 주력으로 내놓는 집에서 생맥주를 파는 것도 재미있다. 고기의 두께와 굽는 방식 등이 정갈하다. 고기를 구워주는 종업원들의 서빙 실력도 대단하다. 이집의 '술밥'은 강추 메뉴다. 고기를 썰면 이른바 '칼밥'이 나온다. 고기를 썰 때 나오는 조각 고기, 자투리 고기다. 된장찌개에 이 칼밥을 넣는다. 술을 곁들일 때도 좋고,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용화반점’ 볶음밥
‘이북식손만두국밥’ 만둣국
‘나무꾼이야기’ 술밥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