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길에서 만나는 '숨은 맛집'

설날, 황금연휴다. 고향길로, 또는 모처럼의 '쉼'을 위해 길을 나선다. 국도, 지방도에는 오래된 노포와 최근에 생긴 맛집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에서 숨어 있는 맛집들을 만난다.

경기ㆍ인천

구이랑/48번국도/031-997-9294/경기도 김포시 돌문로 62번길 13-11

숙성돼지고기 전문점이다. 돼지고기는 1.5cm가 가장 맛있다고 주장한다. 질좋은 참숯을 사용해 맛을 더한다. 고기도 좋지만 식후에 주문할 수 있는 냄비 밥이 압권이다. 점심의 시래기 밥도 강추 메뉴다.

우리옥/48번국도/032-934-2427/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신문리 184

대단한 밥상은 아니다. 그러나 내공이 깊다. 가마솥 밥으로 유명해진 백반집이다. 강화도에서 생산되는 나물들을 위주로 밥상을 차려낸다. 겨울철 김장김치, 젓갈 등이 아주 좋다. 푸근한 백반집.

욕쟁이할머니집/43번국도/031-542-3667/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죽엽산로 425

1980, 90년대 유행했던 욕쟁이할머니집이다. 음식으로는 백반, 그중에서도 채소, 두부 등이 아주 좋은 집이다. 화려한 맛, 인공조미료의 맛을 싫어하는 이들이 아주 좋아할 집이다. 편안한 한 끼 식사가 가능한 집.

별내황소한마리육개장/100번 순환도로/031-528-6292/경기도 남양주시 불암로81번길 8

예전 육개장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고기는 일일이 손으로 찢는다. 토란대와 고사리도 풍성하다. 바싹불고기를 곁들이면 좋다. 비빔밥도 있다. 숙채나물도 좋지만 조선간장도 압권이다. 품위 있는 반가의 비빔밥.

걸구쟁이네/42번국도/031-885-9875/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문로 707

'착한식당'으로 선정된 집이다. 내공이 깊은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주인이 나물을 꿰뚫고 있다. 속이지 않는 맛, 자연에서 채취한 식재료의 맛을 제대로 살린 집이다. 가격에 비해 푸짐한 밥상이다.

충청ㆍ대전

소박한 밥상/32번국도/010-8718-3826/충남 서산시 인지면 애정길 150-22

시골스러운 맛이 있다. 밥상은 정갈하다. 밑반찬이나 반찬 하나하나에 주방에서 기울인 정성이 돋보인다. '농가맛집'으로 선정된 집이다. 예약을 하고 가는 편이 낫다. 된장 등 장의 맛도 일품이다.

중앙탑초가집/19번국도/043-845-6789/충북 충주시 가금면 중앙탑길 10

새뱅이는 민물새우의 일종이다. 토하와는 다르다. 징거미새우라고 부르는 것이다. 얼마간의 흙냄새가 아주 좋다. 매콤하게 끓인 탕이다. 반찬은 거칠지만 깔끔하다. 젓갈을 많이 쓰지 않는 내륙지방의 김치도 시원하다.

경희식당/37번국도/043-543-3736/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7길 11-4

절제된 한상차림이다. 버섯전골로 풍성함을 더했다. 속리산에서 나는 갖가지 나물과 버섯반찬이 아주 좋다. 약 45찬. 반찬이 남으면 싸갈 수 있도록 용기도 준비해 놓았다. 북어 보푸라기, 정과, 꾀꼬리버섯이 일품.

미마지/36번국도/041-856-5945/충남 공주시 의당면 돌모루1길 40

손자며느리가 시할머님께 배운, 청송 심 씨 집안의 음식이다. '농가맛집'. 시할아버지가 즐겨 드셨던 '소민전골'이 시그니처 메뉴. 반가의 절도 있는 음식이다. 고급 재료가 아니라 제대로 된 재료로 맛을 낸다. 정갈하다.

경북ㆍ대구

가창칼국수/55번국도/053-767-9630/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로길 57

'착한식당'으로 선정된 집이다. 주인이 밀 재배부터, 제분, 국수 만들기의 전 과정을 꼼꼼히 챙긴다. 밀가루의 풋내가 풍기는 옛날 칼국수다. 모양새도 없고 투박하지만 고향의 맛을 원하면 꼭 가볼 집.

남산식육식당/69번국도/053-852-5124/경북 경산시 남산면 산양1길 6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접근성은 좋지 않다. 고기도 좋지만 '칼밥'으로 나오는 자투리 고기를 넣은 된장찌개가 압권이다. 인근에서는 널리 알려진 노포. 신선한 고기도 좋지만 반찬도 좋다.

새지천식당/3번국도/054-534-6401/경북 상주시 문필로 38

'안동국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건진국시'고 또 다른 하나는 '제물국시'다. 제물국시는 국물 혹은 육수에 국수를 넣고 바로 끓여내는 것이다. 원형에 가까운 제물국시를 먹을 수 있는 곳. 수육도 권할 만하다.

영천금호할매추어탕고디탕/4, 35번국도/054-331-4534/경북 영천시 금호읍 금호로 47

전통방식에 가까운 추어탕이다. 추어는 민물고기다. 당연히 흙냄새가 나야 정상이다. 흙냄새가 기분 좋게 나는, 제대로 된 추어탕이다.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추어탕을 제대로 끓여낸다.

경남ㆍ부산

백만석/4번국도, 1018번 지방도/055-638-3300/경남 거제시 계룡로 47 오헌빌딩

멍게비빔밥을 전국적으로 알린 공로가 있다. 멍게젓갈은 소금을 넣지 않고 그대로 냉동시킨다. 마치 화투 패처럼 만든, 냉동 멍게젓갈을 더운밥에 얹으면 자연스레 녹는다. 멍게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노포.

삼일식육식당/3, 24번국도/055-962-4492/경남 함양군 안의면 강변로 303-1

국도변에 있는 작은 식당이지만 전국구로 유명하다. 지명을 딴 '안의갈비'를 고유명사로 만들었다. 수육에 양념을 해서 내놓는다. 간은 간장으로 잡는다. 흰 접시에 소담하게 담은 모양새가 정갈하다.

동부식육식당/24, 30번, 1080 지방도/055-352-0023/경남 밀양시 무안면 무안중앙길 5

부산돼지국밥의 뿌리는 밀양돼지국밥이다. 밀양돼지국밥 중 노포다. 쇠고기, 돼지고기의 맛을 잘 섞은 육수가 특이하다. 감칠맛도 강하고 먹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국물의 무게감도 좋다.

어촌싱싱회해물탕/14번국도, 1021번지방도/055-646-1982/경남 통영시 도천상가안길 18 동원나폴리빌

보기 드문, 조미료 없는 해물 탕, 해물 찜 집이다. '착한식당'으로 선정되었다. 해물의 싱싱함은 물론이고 스스로 개발한 양념도 좋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다. 붉은 빛을 띠지만, 맛은 맑다.

전남ㆍ광주

성내식당/18번국도, 806번지방도/061-533-4774 전남 해남군 해남읍 북부순환로 107-8

쇠고기를 호남의 손맛으로 가장 재치 있게 선보이는 집이다. 소고기 샤브샤브는 고기가 두툼하다. 냉동육이 아닌, 냉장육을 쓰기 때문이다. 소의 생식기를 요리한 '미자탕'이 있다. 밑반찬은 정갈하다. 호남의 내공 깊은 한상 차림.

약수닭집/17번국도/061-642-8500/전남 여수시 구봉산길 77-8

특이한 호남식 닭요리다. 큰 닭을 한 마리 해체해서 갖가지 방식으로 요리한다. 이른바 '닭 코스 요리'다. 육회부터 시작해서 숯불구이, 마무리는 닭죽이다. 닭 한 마리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드는 집.

국일식당/2, 15번국도/061-857-0588/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길 24-1

중국산 혹은 국산 피고막이나 새꼬막들이 흔해졌다. 반드시 국산 참꼬막을 먹어보고 싶다면 가 봐도 좋다. 까먹는 꼬막은 참꼬막을, 다른 반찬의 꼬막들은 새꼬막을 쓴다. '벌교 참꼬막'을 만날 수 있는 집.

전통식당/29번국도, 887번지방도/061-382-3111/전남 담양군 고서면 고읍현길 38-4

단아한 호남식 한상차림 밥상이다. 반찬 하나하나에서 주방의 음식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굴비 등도 좋지만 특히 밑반찬이 수준급이다. 된장 등도 아주 좋다. 호남의 푸짐함과 정갈함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전북

명천슈퍼/21번국도/063-542-8486/전북 김제시 공덕면 청공로 680-1

묘한 집이다. 식당도 아니고 슈퍼에서 파는 김치찌개다. 슈퍼에서 술을 사가는 손님들을 위해 조금씩 내놓았던 음식이 유명세를 탔다. 잘 묵은 호남식 김치를 사용하고 특히 돼지고기가 신선하다.

내촌휴게소식당/19번국도/063-626-1033/전북 남원시 주천면 정령치로 201

소박한 음식이다. 나이 든 부부가 많지 않은 손님들을 위하여 '집에서 먹듯이' 내놓는 음식이다. 전기밥솥에 끓여서 내놓는 닭고기, 닭죽이 일품이다. 주변 분위기와 더불어 푸근하게 먹을 수 있다.

행운집/27, 30번국도/063-643-3327/전북 임실군 강진면 갈담2길 10-4

임실의 '백양국수'는 식당이 아니라 작은 국수 공장이다. 중면을 만든다. '행운집'은 '백양국수'를 꾸준히 사용하는 자그마한 가게다. 버스터미널 옆의 노포. 국수와 더불어 내놓는 돼지고기 수육도 아주 좋다.

함씨네 밥상/26, 27번국도/063-212-2112/전북 전주시 덕진구 번영로 472 오리엔팜

한식뷔페. 콩을 주제로 다양한 음식을 선보인다. 생선은 있지만 육류는 없다. 채식주의자들도 편안히 찾을 수 있다. 색다르거나 별스러운 음식은 없다.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직접 담그고 묵힌 장으로 맛을 낸다. 건강한 밥상.

강원

금대리막국수/5번국도/033-765-5653/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치악로 1008

보기 드문 100% 메밀 막국수다. 겨울철의 동치미와 메밀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궁합이다. 좋은 식재료에 대한 주인의 진정성이 엿보인다. 감자전도 아주 좋다. 심심한 맛의 메밀 막국수와 고소한 감자전의 궁합도 좋다.

남북면옥/31, 44번국도/033-461-2219/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 178번길 24

오래전부터 100% 메밀 막국수를 내놓았다. 대를 이어온 노포다. 투박한 음식이 수준급이다. 동치미도 좋다. 이집의 갓김치는 특이하다. 겉절이 특유의 양념냄새가 나지만 갓김치는 묵은 지다. 돼지수육도 아주 좋다.

백담갓시래기국밥/46번국도/033-461-5915/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536-9

백담사 입구 황태마을에 오롯이 서 있는 시래기국밥집이다. 강원도의 차가운 산바람에 갓을 말린다. 여러 가지 맛보기엔 정식이 좋다. 버섯구이는 기름마저 절제해서 구워낸다. 버섯의 풍미가 진하다. 소담하고 품위 있는 밥상.

기사문/7번국도/033-646-9077/강원도 강릉시 정원로 78-22

강원도의 해산물을 주제로 다양한 음식을 선보인다. 정해진 메뉴는 없다. 강릉 토박이 주인의 식재료에 대한 진정성이 남다르다. 조림, 탕수, 회, 샐러드, 탕은 물론 라면에도 응용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그 이상.

원조김영애할머니순두부/56번국도/033-635-9520/강원도 속초시 원암학사평길 183

속초의 두부를 널리 알린 공로가 있다. 강원도는 늘 한반도의 평균기온보다 낮다. 콩이나 다른 작물의 맛도 깊다. 이른 아침 만나는 순두부가 수준급이다. 밑반찬도 좋다. 예전의 두부를 만날 수 있다. 정갈하다.

제주도

남경미락/1132번지방도/064-794-0055/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남로 190-7

제주도의 해산물을 가장 다양하고 호화롭게 맛볼 수 있다. 국산 다금바리를 맛볼 수 있다. 다금바리, 돌돔 등과 더불어 갈치김치, 각종 해물 맑은 탕으로 유명하다. 직접 만드는 어간장, 하귤식초 등도 압권이다.

명문사거리식당/1136번지방도/064-787-1121/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중산간동로 5218

제주도 토종돼지와 가장 가까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돼지고기의 질과 더불어 도축, 숙성의 과정도 남다르다. 밑반찬도 아주 좋다. 제주도 특유의 몸국이나 돼지 부속을 이용한 각종 음식이 권할 만하다.

달잠/1132, 1112번지방도/010-6704-1203/제주 제주시 구좌읍 세화7길 23-5

최근에 문을 연, 소박한 라면집이다. '깅이'가 들어간 해물라면이 주 종목. 깅이는 작은 게를 부르는 제주도 사투리다. 주인이 직접 세화 앞바다에서 '깅이'를 잡는다. 죽으로도 먹지만 라면에서도 독특한 식감, 맛을 낸다.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