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출, 비장의 기운 정상적으로 활동하게 해서 입맛 살아나게

70년대만 해도 연말이 되면 모든 가게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어 놓아 춥고 을씨년스러운 겨울 날씨를 따뜻하고 포근하게 바꿔 놓았다. 중ㆍ고등학생들은 이런 분위기에 자기도 모르게 이끌려 ‘근하신년’ 혹은 ‘Merry christmas and Happy a New Year'라고 새겨진 연말 연하장을 사거나 직접 손으로 만들어서 한글한글 또박또박 한 해 동안 감사했던 선생님이나 가까운 친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곤 했다. 요즘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유행처럼 번졌던 ‘크리스마스 씰’을 우표 옆에 붙여서 동네 빨간 우체통에 넣곤 했다. 한해를 마무리한 듯한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목 동네가게에서 피할 수 없는 ‘비쥬얼 테러’를 당하면 나도 모르게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동전이 몇 닢이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호빵’ 때문이다. 먼저 보는 것으로 테러를 당하고 수증기가 밖으로 새어 나와 맛있는 냄새가 풍기면 침이 꼴깍 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배고플 때 맛있게 생긴 음식을 보거나, 맛있는 냄새가 풍기면 식욕은 절로 증대되기 마련이다. 약식동원(藥食同源)에서 출발한 한의학에서도 식욕이 없는 사람들의 식욕을 증대시키는 한약재는 대체로 코를 자극해서 구미를 당기게 하는 향기(香氣)로운 냄새를 가진다. 보통 사람들은 입맛이 없는 것과 밥 먹으면 소화가 안 되서 밥을 안 먹거나 먹기 싫어지는 것을 많이 혼동한다. 또한 밥 먹으면 곧바로 화장실에 가는 것이 싫어서 안 먹는 사람도 있다. 입맛 혹은 구미는 뭔가를 먹고 싶다는 욕망이다. 이 욕망은 비장(脾臟, 췌장, 비장)이 주관한다. 밥을 먹고 난 다음 위장에 다다랐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 소화(消化)다. 위장의 장애는 속이 더부룩하거나 가스차거나 명치끝이 그득하거나 오랫동안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있거나 하는 증상을 수반한다. 이 때는 위장(胃臟)을 다스려야 한다. 대변이 설사를 하거나 변비가 있거나 해서 불편하면 대장과 소장을 의심해 봐야 한다.

오행에서 비위(脾胃)가 토(土)에 배속되는데 오장인 비(脾)는 음(陰)인 관계로 습기가 많은 축축한 흙인 습토(濕土)에 해당되고, 육부인 위(胃)는 양(陽)인 관계로 마른 흙인 조토(燥土)의 성질을 갖는다. 그래서 입맛을 조절하는 비장은 습으로 가득 차 있는 관계로 건조한 것을 좋아하고 습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를 비희조오습(脾喜燥惡濕)이라 한다. 반대로 위장은 건조한 까닭으로 습을 좋아하고 건조한 것을 싫어한다. 이를 위희습오조(胃喜濕惡燥)라고 한다. 방향화습약은 향기로운 냄새를 갖는 한약으로 그 향기가 사방으로 잘 퍼지게 되면서 습기를 날려줘 건조하게 할 뿐 아니라 비장을 자극해서 입맛을 돋우게 하고 소화도 잘 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비희방향(脾喜芳香) 즉 비장은 방향성인 냄새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향기로우려면 한약의 성질 자체가 맵고 따뜻하고 건조하다. 그래서 음혈(陰血)이 부족하거나 기운이 가라지는 사람은 사용할 수가 없다. 그리고 향기롭기 때문에 휘발성이 있어서 오랫동안 달이기보다는 다른 한약을 일정 시간 달인 뒤에 늦게 넣고 달인다.

창출(蒼朮)이란 한약재가 있다. 백출이랑 쌍둥이다. 둘 다 활용빈도가 높아서 중요한 한약재다. 우리나라에서는 ‘삽주뿌리’라고 부른다. 창출은 삽주뿌리 중에서도 단면을 잘라보았을 때 붉은 점이 많이 있고 약간 어두운 편이다. 반면 백출은 단면이 하얗기만 하고 붉은 점이 없다. 창출은 방향화습약이지만 백출은 보기약(補氣藥)의 범주에 든다. 창출은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溫辛) 기운이 강해서 생 걸로 쓰면 매운 맛이 너무 강해서 피부 표면의 풍사(風邪)를 흩어서 밖으로 내보내고 따뜻한 기운은 땀을 나게 해서 몸이 찌뿌듯한 것을 치료한다. 이 때는 강활, 독활 등과 함께 쓰인다. 창출을 볶아서 쓰면 강한 성질들이 누그러져서 적당히 매운 맛이 비장 안에 있는 습기(濕氣)를 발산시켜서 습사에 찌든 비장의 기운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게 해서 입맛이 살아나게 한다. 이를 조습건비(燥濕健脾)라고 한다. 습기를 말려서 비장을 튼튼하게 한다는 뜻이다. 이 때는 후박, 진피, 사인, 청피와 함께 쓰인다. 다리가 부어서 무거울 때는 황백, 우슬, 의이인과 함께 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