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의 양은 체중의 8%로 5L정도 된다. PH는 약 7.4정도로 약한 알칼리성이다. 혈액에는 인체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고 인체가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모든 성분들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이나 세균들도 호시탐탐 우리의 혈액을 노린다. 여름철 성가신 모기도 그렇고 세균들도 우리 몸을 점령해서 점령지에서 군수물자를 공급받아 더욱 맹렬하게 전투를 벌이고 자신들을 닮은 후손들을 퍼트리고자 한다. 만약 전쟁 중에 총에 맞았거나 칼로 베이거나, 아니면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인해서 혈관이 밖으로 개방되면 세균들은 손쉽게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패악질을 해서 결국 혈액이 썩는 패혈증에 이르게 되고 곧이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상처가 나면 감염의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일상생활 중에 심한 구토나 설사 혹은 한 여름에 많은 땀을 흘리거나 화상으로 진액이나 수분이 줄어들어 혈액의 조성이 변하면 인체는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혈액의 25%에 해당되는 2L정도 혈액이 감소되면 저혈량성 쇼크(hypovolemic shock)가 발생한다.

한의학으로 본 출혈의 원인은 앞서 말한 외상 외에 여러 가지가 있다. 감기가 들어 열이 심하게 나면 코피가 터지고, 분기탱천하게 화가 나서 피를 토하는 것 같이 혈(血)이 열(熱)을 받아서 맥관(脈管)을 떠나 자기 멋대로 돌아다니는 것을 혈열망행(血熱妄行)이라고 한다. 치료법은 당연히 열나는 것을 식히는 것이다. 기운이 약해 혈관을 꽉 잡아주지 못하면 혈(血)이 밖으로 스멀스멀 젖어 나오게 된다. 이를 기불능섭혈(氣不能攝血)이라 한다. 치료법은 기운을 올려주는 것이다. 타박상이나 어혈이 있으면 맥관으로 혈(血)이 순환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출혈이 된다. 이를 어혈저체(瘀血阻滯)라 하고 치료법은 활혈거어(活血祛瘀)법이다.

<본초강목>을 쓴 명(明)의 이시진(李時珍)은 ‘소회제흑약 개능지혈(燒灰諸黑藥 皆能止血)’이라고 했다. ‘어떤 것이던 검게 태우면 모두 지혈약이 될 수 있다.’라는 뜻이다. 이는 홍견흑즉지(紅見黑則止)란 의미로 나온게 아닐까 생각된다. 혈(血)의 붉은 색은 검은 색을 보면 멈춘다는 뜻으로 검은 색은 블랙홀처럼 수렴하고 거두어 들이는 역할이 있어 혈(血)을 막을 수 있다는 뜻으로 오행으로 원리를 설명한 듯하다. 하지만 태워 쓴다고 모두가 효능이 증가된 것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한약재의 성질에 따라 그대로 쓰거나 태워서 쓰거나 해야 한다. 수렴지혈약(收斂止血藥)이라고 있다. 일반적인 지혈약이다. 맥관을 수렴시켜서 혈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차단하는 한약들이다.

선학초(仙鶴草)는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하는 짚신나물 전체를 한약재로 쓴다. 성질이 차거나 열나지 않아 한열허실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 독이 없고 맛은 쓰고 꺼끌거린다(澁味). 꺼끌거리는 맛은 수렴을 한다. 피똥 싸는 설사를 멈추게 한다. 촌충이나 트리코모나스 질염에 사용할 수 있다. 대용량을 사용해도 좋을 만큼 안전한 지혈제다. 백급(白及)은 난초과의 자란의 뿌리줄기를 건조해서 사용한다. 지란은 우리나라에서는 광주 유달산에서 자생한다. 성질은 약간 차고 쓰고 꺼끌거린다. 폐경(肺經)과 위경(胃經)으로 들어가서 허파 혹은 위장에서 출혈이 있거나 폐결핵이 있을 때 이를 수렴시켜서 지혈한다. 백급은 종양을 잘 없애주고 상처부위를 잘 오므려서 새살이 잘 돋아나게 한다. 이를 소종생기(消腫生肌)라고 한다. 겨울철 피부가 터거나 장시간 밖에 있어서 손등이 거북등같이 갈라질 때 백급 가루를 참기름에 개어 도포하면 빨리 상처부위가 회복될 수 있다. 위궤양으로 새벽에 칼로 베인 듯한 통증을 느낄 때 흔히 겔포스나 암포젤엠을 많이 복용한다. 오적골과 패모, 백급으로 처방된 오패산(烏貝散)은 위궤양의 성약(聖藥)이다. 보통 이 처방을 아는 사람들은 오적골과 패모(貝母)가 주성분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백급이 주인이다. 오적골(烏賊骨)은 갑오징어의 하얀 뼈를 말하고 한약명칭으로는 해표초(海螵蛸)다. 백급은 위궤양으로 헐어버린 위의 점막을 빠르게 복구할 용도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백급의 소종생기작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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