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칼럼에 등장했던 지혈약은 수렴지혈약(收斂止血藥)이다. 출혈이 되는 것을 거두어 수렴시켜서 지혈시키는 방법이다. 그래서 각종출혈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오늘 소개할 지혈약은 양혈지혈약(凉血止血藥)이다. 양혈(凉血)이란 혈(血)을 식힌다는 뜻이므로 반드시 병의 뿌리에 열(熱)이 증상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혈(血)이 열을 받으면 끓어올라 맥관을 이탈해서 출혈이 되게 되는데 이를 혈열망행(血熱妄行)이라한다. 이 혈열망행을 잡는 것이 양혈지혈약이다. 혈열망행의 증상은 혈색이 붉고, 발열감이 있거나 가슴이 미어지듯 답답하고 얼굴은 불콰하고 눈이 충혈이 되고 맥은 힘이 있고 엄청 빠르게 뛴다. 열 때문에 음(陰)이 손상을 입었으므로 음(陰)을 기르는 양음(養陰)하는 약과 청열약과 함께 쓴다. 하지만 성질이 차므로 혈(血)이 잘 굳어 어혈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활혈약(活血藥)과 행기약(行氣藥)을 함께 써야한다.

‘항가새’라고 불리는 엉겅퀴는 우리나라 산하에 지천으로 널려있어 별로 주목 받지 못하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나라를 구한 꽃으로 추앙받는 지위에 있다. 엉겅퀴의 가시에 찔린 적군의 병사가 비명소리를 내는 바람에 적군의 매복을 눈치 채게 되어 전쟁을 승리했기 때문이다. 엉겅퀴의 한약재 명칭이 대계(大薊)다. 엉겅퀴의 뿌리까지 모두 사용 된다. 대계는 성질이 서늘하고 독이 없고 맛은 쓰고 달다(凉甘苦). 심장과 간장의 경락으로 들어간다. 간과 심은 둘 다 혈(血)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혈열망행을 치료한다. 혈열망행 증상은 코피가 나거나(衄血), 혈(血)을 왈칵 토하거나(吐血), 피똥을 싸거나(便血), 오줌에 피가 나오거나(尿血) 생리할 때 폭포수처럼 혈(血)이 쏟아지거나 할 때 사용한다. 찬 기운으로 출혈을 없애는 경우이므로 생 걸 그대로 쓴다. 하지만 열이 많지 않을 때는 까맣게 숯으로 만들어서 초탄(炒炭)으로 사용한다. 대계는 이것 외에도 어혈을 제거하고 종양을 소멸시키는 거어소종(祛瘀消腫)의 효능이 있다. 그래서 옹종(癰腫, 악창, 종기)을 없애주고 창독(瘡毒, 부스럼)을 치료한다. 임상에서 담(膽)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이뇨작용이 있어 급성 혹은 만성간염이나 고혈압, 신장염 등에 많이 쓰인다.

소계(小薊)는 ‘조뱅이’의 한약재 이름이다. 성질이 차고 맛이 단 것이 대계와 같이 혈열망행으로 인한 여러 출혈증을 치료하는 것은 비슷하다. 대계와 같이 거어소종의 약효가 있으나 대계보다는 못하다. 반면 이담(利膽), 이뇨(利尿) 혈압강하(血壓降下)의 효능이 대계보다는 우수해서 간염(肝炎)과 신장염(腎臟炎) 고혈압에 두루 쓰인다. 대개는 대계와 소계가 함께 사용되어 효과를 증대시킨다.

지유(地楡)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하는 오이풀, 수박풀의 뿌리를 건조한 한약재다. 지혈제의 대명사라고 할 정도로 지혈에는 많이 사용된다.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은 쓰고 시큼하며 꺼끌꺼끌하거나 덜 익은 감을 씹을 때 나는 탄닌의 느낌인 삽미(澁味)다. 실재로 성분에 탄닌이 있다. 지유는 간과 대장의 경락으로 유입된다. 간은 모든 혈병(血病)의 시발점이다. 성질은 약간 차기 때문에 혈을 식히는 양혈(凉血)작용이 있어 양혈지혈약에 속하지만 시큼하거나 꺼끌한 맛은 수렴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수렴지혈약(收斂止血藥)의 효능도 있어 지혈작용에 잇어서 양호한 편이라 많이 사용된다. 귀경이 대장경이라 대장의 여러 출혈도 동시에 치료한다. 대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변혈(便血), 치질사이로 출혈이 보이는 치혈(痔血), 설사에 혈이 함께 배출되는 혈리(血痢), 여성의 붕루(崩漏)에 쓴다. 붕(崩)은 산사태가 나서 산이 무너지듯 자궁이나 질에서 출혈이 있는 것을 말하고 루(漏)는 독이 깨지면 물이 스며들 듯이 혈(血)이 비치는 것을 말한다. 뜨거운 물에 데어서 생기는 탕화상(燙火傷)이나 피부가 문드러지는 피부궤양에 지유 생것을 가루 내어서 마유(麻油)에 개어서 부친다. 열이 있으면서 출혈이 될 경우는 생것으로 쓰고 수렴해서 지혈할 때는 검게 태워서 숱으로 만들어 쓴다. 대황(大黃), 생지황(生地黃)과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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