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이야기가 있는 맛집(215)> 생소한 외국음식

음식은 그 나라 문화가 담긴 소통의 매개

‘햄라갓’ 정통 스웨덴 가정식, 감자요리 다양, 덮밥 ‘크라프토르’ 독특

‘사마르칸트’ 양고기 수프, 꼬치구이 ‘사슬릭’, 만두요리‘만티’

‘페르시안궁전’이란 셰프의 ‘코즈모폴리턴 음식’, 카레 다양

‘예티’ 네팔 음식 커리, 난, 탄두리 치킨 등 소박하고 친근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음식은 문화다. 음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음식을 먹는 나라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 외국음식은 어렵다. 우리 문화만큼 모르기 때문이다. 이름도 어렵다. 그러나 음식은 통한다. 재료와 조리법, 혹은 음식에 얽힌 스토리가 ‘이름’이다. 언어가 달라서 표현이 다를 뿐이다.

역사적으로 음식은 늘 섞였다. 최근에는 인터넷도 한몫했다. 한국에서도 샌프란시스코나 런던의 식재료와 음식을 구입할 수 있다.

아직은 소통이 어려운 나라의, 어려운 음식이 있다. 서울 시내 이색적인 외국 음식점을 몇 집 소개한다.

북구의 끝, 스웨덴. 복지가 좋은 나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의 가정식을 선보이는 ‘헴라갓(HemRagat)’이 있다. ‘Hem Ragat’은 스웨덴어다. ‘Home made’다.

스웨덴은 춥다. 밀은 있지만 넉넉지 않다. 생산량도 적다. 종자개량 이전의 이야기이다. 경작은 가능했지만 충분한 수확은 어려웠다. 만만한 게 감자다. 감자는 신대륙에서 구대륙으로 건너갔다. 감자는 유럽에서 주식이 되었다. 밀이나 쌀처럼 탄수화물이 풍부하다.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 감자는 이단의 식물이었다. 땅 속에서 자라는 ‘악마의 식물’이었다. 아일랜드, 스웨덴 지역에서 감자는 주식으로 일찍 자리를 잡았다. 감자는 아일랜드와 미국의 운명과도 관계가 깊다. 아일랜드에 감자 흉년이 들었을 때 수백만이 아사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대거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 중 대통령이 나왔다. 바로 케네디 대통령이다.

주식이니 스웨덴 사람들은 감자를 아주 잘 만진다. 감자샐러드는 약방의 감초다. 돼지고기 미트볼이 메인이어도 감자샐러드는 등장한다. 감자는 스웨덴 사람들의 ‘밥’이다. 감자에 허브를 더하기도 하고, 삶고, 볶고, 굽는 등 여러 가지 변형이 있다.

스웨덴의 여름음식도 재미있다. 쌀을 주제로 하는 추석특집 방송프로그램에서 호평을 받았다. 크라프토르(Kraftoe Forsell)이다. 크림 스튜에 삶은 민물가재를 올린다. 한국의 쌀과도 잘 어울린다. 스웨덴 식 덮밥이다.

‘길 위의 음식’도 있다. 섞이고 교류하면서 정체성이 분명해진 음식이다. 동대문 언저리의 우즈베키스탄 음식, ‘사마르칸트’. 사마르칸트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실크로드의 중심으로 번영을 누렸다. 소비에트 연방에 속해 있다가 독립한지 30년이 채 안됐다.

실크로드는 ‘비단장수 왕서방’과 ‘향신료 상인 압둘라’가 만나던 곳이다. 음식도 섞인다. 문을 열고 섞이면 음식은 다양해진다. 주변의 강국 러시아 영향도 많이 받았다.

쌀과 밀가루를 둘 다 아주 잘 쓴다. 볶음밥은 중화풍이다. 바싹 볶는다. 밀가루 국수도 좋다. 유목민들의 음식인 진한 국물 고기국수다. 인기 메뉴는 양고기 수프. 큼지막한 양고기가 들어가 있다. 인도식 ‘난’과 비슷한 화덕에서 구운 얇은 빵도 있다. ‘사슬릭’으로 부르는 꼬치구이도 좋다. 향신료가 다를 뿐 인근에서도 널리 먹는 음식이다. 대부분의 소스는 요거트 베이스다. 한국의 김치처럼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발효식품이다.

제일 흥미로운 음식은 만두. 우즈베키스탄어로 ‘만티’라고 한다. 군만두는 물론 물만두, 빵과 비슷한 만두도 있다. 이집에 가면 ‘중국의 만두기원설’이 ‘글쎄요?’라는 생각이 든다. 만두의 출발은 ‘유목민의 중앙아시아 발생설’에 더 믿음이 간다.

아랍 음식은 생소하다. 우리에게 아직은 생소한 국가들이다. 종교가 그 어떤 철학보다 굳은 신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나라다. 이란도 그렇다. 국가, 문화, 음식 모두 생소하다.

대학로 부근의 ‘페르시안궁전’은 오래 전에 자리잡았다. ‘정통 이란 음식’은 아니다. ‘코즈모폴리턴 음식’이다. 이란 출신의 오너는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석사 논문이 심리학이었고, 주제는 손금이었다. 개업 초기에는 취미삼아 손님들의 손금을 봐주곤 했다. 음식의 주인은 이란인들에게도 익숙한 난이다. 난은 중동부터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까지 대부분이 먹는다. 커리에 찍어 먹고 다른 음식에도 곁들인다. 우리의 ‘밥’이다.

양고기 카레가 아주 좋다. 한국에 정착하면서 학창시절, 한국인 친구들을 위하여 만들던 음식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매운 카레’를 처음 선보인 곳이기도 하다. 단계별로 매운 맛을 조절할 수 있다. 처음 가는 이들은 ‘오리지널(2.5)’을 주문하는 게 편하다. 마니아들은 ‘맵지 않다’고 할 정도지만 일반인들은 충분히 맵다. 고추의 매운 맛이 아닌, 향신료를 적절히 가미한 매운 맛이다. 닭고기 음식들도 양고기만큼 수준급이다. 밥은 두 종류다. 우리 쌀로 만든 것과 페르시아의 장립종 쌀로 지은 밥이다. 찰기가 없는 쌀이다.

카레가 많이 맵다면 후식으로 등장하는 ‘골랍’을 미리 주문해도 좋다. 달콤하다. 입안에 남는 매운 맛을 씻어주는 디저트이다. 요거트 종류인 ‘마스트’도 추천할 만하다.

고립된 지역의 음식도 있다. 네팔은 인도 북부에 있다. 에베레스트 산맥에 가로막혀 있다. ‘예티’는 네팔 음식점이다. 홍대 삼거리포차 부근에 있다. 영화에도 출연한 검비르 셰프의 매장이다. 잘 알려진 인도의 음식과 비슷하지만 개성이 있다. 커리, 난, 탄두리 치킨 등 비교적 잘 알려진 음식 위주다. 역시 돼지고기나 소고기 요리는 없다. 음식에는 검비르 셰프의 착한 성정이 묻어 있다. 소박하면서도 왠지 친근감이 드는 음식들이다.

*사진 캡션

‘햄라갓’

‘사마르칸트’

‘페르시안궁전’

‘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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