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이야기가 있는 맛집(219)> ‘명인 안동소주’박재서 명인

25대 지킨 전통…소주는 ‘더해서 빼는’ 술

박재서 명인 아들 박찬관씨 ‘기능전수자’로 대이어

전통에 새로운 것을 더하고 또 빼는 일 반복해 명주 탄생

빚은 술에 곡물과 누룩 세번 더하는 ‘3단사입’술의 질 높여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더하고, 또 더한다. 빼고 또 뺀다. 더하기와 빼기.

더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더하고 또 더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때로는 빼고 또 뺀다. 박재서 명인. 전통 안동소주를 만드는 이의 삶이 바로 더하고 뺀 과정들이다.

박재서 명인의 ‘명인 안동소주’는, 몇몇 좋은 술들이 그러하듯이, 가양주家釀酒다. 할머니 남양 홍 씨의 술 빚는 솜씨를 어머니 영월 신 씨가 물려받았다. 박재서 명인은, 더하고 또 더한 할머니, 어머니의 술 빚는 솜씨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솜씨를 더했다.

술 빚는 기본을 어느 정도 익혔을 때, ‘제비원안동소주’를 찾았다. 안동 소주 명장 장동섭 씨를 만났다. 양조기술을 새로 배웠다. 술의 잡냄새를 잡아내는 방법도 배웠다. 할머니, 어머니의 솜씨에 장동섭 명장의 술 빚는 솜씨를 더한 것이다.

술은 원래 ‘더하는 것’이다. 쌀 등 곡물에 열기를 더하여 익힌다. 누룩을 더한다. 곡물에 누룩과 물을 더하면 술이 시작된다. 세월을 더한다. 온도, 습도, 바람, 구름도 더한다. 쌀, 누룩, 세월에 적절한 조건이 더해지면서 술이 빚어진다. 소주(燒酒)는 ‘더해서 빼는’ 술이다. 발효한 술에 적절한 온도를 더한다. 가열이다. 증류한 알코올이 소주다. 소주는 향과 맛이 깊고 강하다. 귀했고 지금도 귀하다. 조선시대, 소주가 반가(班家)의 가양주로 전해진 이유다.

소주는 아랍, 중동권에서 시작되었다. 소주는 신라시대에 이미 아랍에서 전래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다수설은 고려시대 몽골군의 ‘안동 주둔’이 소주의 시작이라는 주장이다. 일본 침략에 나선 몽골군의 1차 내륙 집결지가 경북 안동이었다. 지금도 안동지방의 노인들은 소주를 ‘아래기’라고 부른다. 몽골, 아랍의 ‘아락’ ‘아라키’ 등에서 전래된 말이다. 소주를 ‘燒酒’ 혹은 ‘燒酎’라고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불을 때서 만든 술, 진한 술이라는 뜻이다. ‘화주(火酒)’라고 표현하거나 중국 증류주인 배갈, ‘백주白酒’라고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 증류주, 독주들이다.

“전통을 지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전통을 답습하는데서 그치면 오히려 전통을 망가뜨리는 것입니다. 새롭게 더해서 좋아지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더해야지요.”

25대를 지킨 전통이다. 그러나 전통에 새로운 것을 더하고 또 빼야 한다고 말한다. ‘3단 사입’도 마찬가지다. 술을 빚은 후, 다시 곡물과 누룩을 더한다. 빚은 술에 두 번 더 누룩과 곡물을 더한다. 모두 세 번을 더한다.

“술을 만드는 고마운 균들의 먹이를 더 많이 더하는 셈이지요. 명인 안동소주의 술이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 높은 주도를 유지하는 것은 바로 이 3단사입 덕분입니다. 전통에 새로운 기법들을 더한 경웁니다.”

‘명인 안동소주’의 첫술은 도수가 높다. 85도 정도. 삼단사입을 한 후, 청주로 만들어서 증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주를 ‘숙성’시키는 기술도 더했다.

“증류한 소주를 일정 기간 술독에 넣고 묵히면 술의 좋지 않은 냄새들이 사라지고 술맛은 더 달고 깊어집니다. 잘 만든 안동소주는 서양의 증류주 못지않습니다. 더 좋은, 맛있는 술을 만들기 위하여 오크 통 등 숙성에 필요한 것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100일 이상 숙성하면 술에서 나는 ‘불 냄새’와 누룩의 좋지 않은 냄새도 상당부분 사라진다. ‘명인 안동소주’의 정제된 맛은 박재서 명인이 ‘술에서 나쁜 맛을 빼는’ 나름의 기술을 익히고 실현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판하는 ‘명인 안동소주’는 1년씩 숙성하는 경우도 있다.

아들 박찬관씨가 오래 전 ‘기능전수자’가 된 것도 박재서 명인으로서는 든든하다. 손녀가 디자인 공부를 한 것도 마찬가지. 가족들이 필요한 부분을 하나, 둘 더하면서 ‘명인 안동소주’의 술맛은 더 깊어지고 있다. 현재 ‘명인 안동소주’를 운영하고 있는 아들 박찬관 대표는 아쉬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말한다.

“한때 저희 ‘명인 안동소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소주를 마셨던 어느 소비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 소주를 소개했습니다. 어느 날 우편주문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그 제서야 ‘명인 안동소주’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널리 소문났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지요.”

몇 만병 정도의 술이 팔려 나갔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지금도 ‘명인 안동소주’는 상당 분량이 전화주문, 인터넷 주문으로 팔려나간다.

“아쉬움은, 마케팅에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좋은 술을 널리 전하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전통주 제조업체는 영세합니다. 미리 대금을 치르지 않는 경우는 술을 공급하기 힘듭니다. 마케팅 차원에서는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좀 더 활발하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동소주’ 이야기

현재 전통적인 안동소주를 빚는 이는 두 사람이다. 조옥화 명인과 박재서 명인. 두 곳 모두 전통적인 안동소주를 선보이고 있다. 유리병에 넣은 대중적인 안동소주는 박재서 명인의 ‘명인 안동소주’다. 조옥화 명인은 ‘민속주 안동소주’를 내놓고 있다. ‘일품’ ‘화요’ 등도 증류식 소주에 속한다. 식당, 술집 등에서는 ‘일품’ ‘화요’ 등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박재서 명인의 안동소주는 전화주문, 인터넷 주문이 가능하다.

*사진 캡션

-박재서 명인(오른쪽)과 박 명인의 '명동 안동소주'를 물려받은 아들 박찬관 전수자

-전통 안동소주를 내리는 소줏고리 등의 모습

-쌀누룩 물에 술이 피고 있는 모습

-명인 안동소주'는 유리병에 넣은 대중적인 안동소주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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