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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촉사 일원, 은진미륵 전설 안고 호반 벚꽃 마중 가세

공주 마곡사의 말사인 논산 관촉사는 968년(광종 19) 혜명(慧明)이 창건한 고려 고찰로 보물 218호인 석조미륵보살입상을 품고 있다. 정식 명칭보다는 ‘은진면에 있는 미륵불’이라는 뜻의 별칭인 ‘은진미륵’으로 널리 알려진 높이 18미터의 이 거대한 불상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설화가 얽혀 있다.

한 여인이 반야산에서 고사리를 캐다가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려 가보았더니 아이 대신 큰 바위가 땅속으로부터 솟아올랐다. 이 소식을 들은 조정에서는 이 바위로 불상을 조성하라는 징조로 여기고 혜명에게 그 일을 맡겼다. 혜명은 100여 명의 장인과 함께 37년간의 공사 끝에 1006년(목종 9) 불상을 완성했다. 그러나 일으켜 세우기에는 불상이 너무 거대하여 고심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동자 두 명이 삼등분된 진흙 불상을 만들며 노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먼저 땅을 평평하게 하여 불상 아랫부분을 세우고 모래를 경사지게 쌓아 중간과 윗부분을 세운 다음 모래를 파내었다. 이를 본 혜명은 그러한 방식대로 높이 55척5촌, 둘레 30척의 불상을 세웠는데, 그 동자들은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화현(化現)하여 깨달음을 준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석등 품어

불상이 세워지자 비가 내려 불상의 몸을 씻어주었고 서기(瑞氣)가 21일 동안 서렸으며, 두 눈썹 사이에서 발한 빛이 사방을 비추었다. 이 빛을 좇아 중국의 고승 지안이 이곳으로 찾아와 예배를 드렸는데, 흡사 촛불의 빛과 같다고 하여 절 이름을 관촉사(灌燭寺)라고 불렀다. 나라가 태평하면 이 불상의 몸이 빛나고 서기가 허공에 서리며, 난이 닥치면 온몸에서 땀이 흐르고 손에 쥔 꽃이 색을 잃는다는 등의 전설이 내려온다.

그 후 1386년(고려 우왕 12) 법당을 신축했고, 1581년(조선 선조 14)에는 백지거사가, 1674년(현종 15)에는 지능이, 1735년(영조 11)에는 성능이 중수하여 오늘에 이른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광명전, 관음전, 미륵전, 명부전, 삼성각, 사명각, 현충각, 명곡루, 종루, 천왕문, 일주문, 석문 등이 있다.

석조미륵보살입상 바로 앞에는 보물 제232호인 석등이 우뚝 서 있다. 불을 밝혀두는 화사석(火舍石)이 2층에 있는 높이 5.45미터의 4각 석등으로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국보 12호) 다음으로 규모가 크며 창건 당시 작품으로 추정된다.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53호인 배례석(拜禮石)도 창건 당시 작품으로 보이며 너비 103㎝, 길이 204㎝, 높이 40㎝의 직사각형 화강암 위에 팔엽(八葉) 연꽃 3개가 실감나게 조각되어 있다.

해탈문인 석문(충청남도 문화재자료 79호)은 양쪽에 돌기둥을 세우고 길게 다듬은 판석 다섯을 가로로 걸쳐 얹어서 터널과 비슷한 모양새다. 몰려드는 참배객을 통제하기 위해 성벽을 쌓고 만든 문 가운데 하나로 건축양식으로 미루어 고려시대가 아니라 조선시대에 세운 것으로 여겨진다.

푸른 탑정호 위로 일렁이는 벚꽃 물결

4월 중순 무렵이면 논산시내에서 관촉사에 이르는 관촉로를 따라 빽빽하게 늘어선 벚나무가 활짝 피어 십리 벚꽃 터널을 이룬다. 그러나 교통이 혼잡하고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호젓한 분위기는 기대할 수 없다. 관촉사에서 불과 4㎞ 남짓 떨어진 탑정호(탑정저수지)로 발길을 옮겨보자.

1944년 준공된 탑정호는 충남에서 두 번째로 넓은 저수지로 동서 길이 약 4㎞, 남북 길이 약 3㎞에 이른다. 북으로는 논산시 부적면, 남으로는 가야곡면에 걸쳐 있는 탑정호는 고정산(145미터), 갈마산(156미터), 대명산(181미터) 등 야트막한 봉우리들이 에워싼 정취가 아늑하며 호반 일주도로가 드리워 쉬엄쉬엄 산책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근래 들어 겨울철새 도래지로 떠오르고 있는 탑정호는 언제 찾아도 호반 운치가 그럴싸하지만 벚꽃 피는 4월 중순 무렵이 가장 아름답다. 일주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벚꽃 터널은 푸른 호수 위로 가지를 드리우며 한껏 매혹적인 교태를 부린다. 벚꽃길 산책 도중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탑정교를 건너 오른쪽 길로 잠시 감돌아 오르면 아담한 소공원이 반긴다. 이곳 벚꽃 단지에는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60호인 탑정리 석탑이 서있어 눈길을 끈다. 높이 283㎝, 기단부 184㎝, 탑신 54㎝ 규모로 지금은 1층만 남아 있는데 본디 몇 층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전체적인 모습이 석등 양식을 많이 따르고 있는 부도탑이어서 매우 이례적이다. 고려 태조가 견훤을 정벌할 때 이곳에 주둔하여 어린사를 짓고 절 주변으로 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전해지지만 지금은 남아있는 것이 없다. 후백제의 승려 대명의 부도탑이라는 말이 전해지지만 명확한 증거는 없다.

글ㆍ사진=신성순(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

▲찾아가는 길=서논산 나들목에서 논산천안(25번)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 대백제로-대교4거리-강변로-계백4거리-논산대로-관촉로를 거친다. 관촉사 입구에서 가야곡 방면 643번 지방도로 2.2㎞쯤 달린 뒤에 서포4거리에서 좌회전, 1.8㎞ 가량 가면 탑정호가 시작된다. 대중교통은 논산 시내버스 이용.

▲맛있는 집=논산시 강경읍 황산대교 인근의 황산옥(041-745-4836)은 4대째 이어져온 맛집으로 봄철 별미인 웅어회로 유명하다. 충청도에서 우어 또는 우여라고 부르는 웅어는 멸칫과의 바닷물고기로 몸빛은 은백색이고 길이는 30㎝ 가량이며 서해에서 살다가 봄부터 여름 사이에 금강으로 올라온다. 갓 잡은 웅어를 갖은 양념에 무쳐 회로 먹는 맛이 쫄깃하면서 고소하다. 다른 계절에는 봄에 잡아 냉동해둔 것을 이용한다. 직접 담근 고추장, 된장, 간장으로 조리한 황복탕과 황복찜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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