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슬개건은 사람들의 무릎 앞쪽에 만져지는 동그란 뼈에 붙어있는 힘줄(건)이다. 일반적으로 건과 인대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공통적으로 둘 다 섬유조직으로 단단하고 뼈에 붙어있다. 하지만 인대는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한다면 건은 근육을 뼈에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건은 인대에 비해 좀 더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 중 무릎에서 단연 많은 일을 전담하는 건이 바로 슬개건이다.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1) 20대 여자환자였다. 걸을 때 무릎 앞쪽이 시큰거리다가 점점 더 불편해진다고 했다. 진찰결과 슬개골과 슬개건이 연결되는 부위에 압통이 있고 압박검사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슬개건염으로 진단되었다.

(#2) 다른 병원에서 최근 무릎에 간단한 관절경 수술을 받았던 50대 남자환자. 수술 후 좀 나아졌다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다시 불편해진다고 했다. 진찰 결과 수술한 부위 자체의 문제가 아닌 슬개건염으로 진단되었다.

(#3) 30대 여자환자. 최근 출산하고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 했다. 임신 후반기부터 조금씩 아프다가 아이를 돌보면서 점점 증세가 심해졌다고 했다. 지금은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 앞쪽에 뭔가가 걸리는 것 같고 전체적으로 시큰댄다고 했다. 산후조리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많은 후회를 하고 있는 환자분에게 슬개건염이라고 설명했다. 산후조리가 문제가 된 것 같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슬개건염에 대해서 꾸준히 치료하라고 당부했다.

왜 이렇게 많은 환자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궁금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진료실에서 이렇게 진료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무슨 뜻인가 하면, 3~40명을 진료하면 15명 이상은 슬개건염 증상을 다른 형태로 느끼면서 내원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많은 분들이 슬개건염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진단도 아주 명확하고 쉽게 할 수 있다. 정말 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MRI 없이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 쉽게 잘 낫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슬개건은 대퇴사두근이라는 허벅지 마지막 부분으로 무릎을 굽혔다 펼 때 특히 많은 역할을 한다. 우리가 생활할 때 가장 많은 하중을 받고 사는 힘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육체적인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에게는 예전부터 흔히 볼 수 있었다. 운동선수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병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냥 사무직에 근무하는 사람이나 20대 초중반의 젊은 사람들도 점차 병원을 많이 찾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분들 대부분이 본인은 무릎을 힘들게 하는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 공통점은 특별히 하체 운동을 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운동 없는 생활 습관이 자리를 잡으면서, 점점 무릎 주변근육은 약해지고 충격에 취약해지게 된다. 더구나 일상에서 계단을 반복적으로 오르내리거나, 쪼그리고 앉거나, 굽이 있는 신발을 신거나 등등의 일반적인 습관이 슬개건에 작지만 반복적인 충격을 준 것이다.

슬개건은 반복적인 충격에 취약하다. 약간만 경사가 있어도 체중은 무릎 앞쪽에 쏠리고 그럴수록 무릎 앞쪽에서 굽혀졌다 펴졌다 하는 슬개건은 추가적인 부하를 받을 수 있다. 살짝 달리면 추가적으로 충격을 받는다. 집에서는 아이를 안고 앉았다 일어나면서 조금 놀아준 정도에도 슬개건은 곧 한계를 느낀다. 대퇴사두근이 약하면 약할수록 그 아래쪽에 있는 슬개건은 이런 일들에 부담이 더 커지고 염증이 생기며 갈라진다.

우리 몸의 모든 조직은 상처받고 회복하기를 반복한다. 젊을수록 회복력이 좋고 나이가 들수록 회복력이 떨어진다. 건은 근육이나 피부보다 회복력이 덜 좋다. 이제 내 무릎이 왜 예전과 똑같은 생활 속에서 이유 없이 시큰거리고 불편한지 느낌이 오셨으리라 생각된다.

슬개건염이 일단 생기면 그냥 호전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조금씩 불편감이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면서 참다가 결국 병원에 오시게 된다. 그러면 약물치료나 기본적인 온열 물리치료를 먼저 하게 된다. 이런 초기 치료에 호전이 되지 않으면 체외충격파나 인대재생을 위한 주사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그리고 점차 호전되는 시기부터 빠른 대퇴사두근 재활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근력이 조금씩 회복이 됨에 따라 불편감은 빠르게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반복적으로 과하게 써야하는 운동선수나 육체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치료에 대한 반응이 그리 빠르지 않다. 슬개건염이 생긴 지 몇 개월 이상 지속되면 이런 여러 가지 복합적인 치료에 완전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불편감이 조금씩은 남는 것이 일반적이고 재발될 불씨가 남은채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힘들고 복잡한 일들을 하지만 사용 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 우리 몸은 기계보다 낫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계를 잘 쓰기 위해서 항상 기름칠하고 살펴보고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듯이 우리 몸을 고장없이 계속 잘 쓰기 위해서는 당연히 관리가 필요하다.

슬개건염은 내 몸을 관리하지 않았다는 첫 번째 신호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것 자체도 나를 많이 괴롭히는 문제지만 슬개건염으로 받은 경고 신호를 간과하면 그 다음은 연골판이 찢어지거나 관절염이 따라오는 엄청난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움직이기 전 기본적인 스트레칭을 하고 자전거 혹은 운동용 실내자전거를 2-30분 정도 타주는 것은 무릎을 평생토록 잔병치레 없이 잘 쓰는데 정말 필수적이다. 독자들이여, 지금부터라도 무릎이 주는 신호에 빨리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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