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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규 원장의 스마트한의학(184)] 양혈지혈약(凉血止血藥)-백모근(白茅根)

혈의 열을 식혀서 지혈하는 작용 강해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추석이 지나고 서리가 내릴 때쯤인 음력 10월이 되면 이산 저산에서 묘사(墓祀)를 많이 지냈다. 묘사는 시제(時祭)라고들 많이 알고 있다. 조상이 돌아가면 조상의 혼(魂)은 하늘로, 백(魄)은 땅으로 흩어지는데 그 기간이 4세대에 걸쳐서 일어난다고 주자(朱子)가 말했다. 성리학 중에서도 특히 주자학이 조선의 이념이 되었던 터라 주자의 이런 말에 따라 조상의 혼백이 완전히 소멸되기 전인 사대(四代)인 고조(高祖)까지 돌아가신 날에 제사를 지낸다. 이를 사대봉사(四代奉祀)라 한다. 그 이후는 조상의 신위(神位)를 땅에 묻는데 이를 천위(遷位)라 한다. 신위를 땅으로 옮긴다는 뜻이다. 나라에 공(功)이 많으면 나라에서 사당(祠堂)을 만들어 천위(遷位)하지 않고 계속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이를 불천위(不遷位)라 불렀으며 불천위 집안이라면 한 때 명문가 집안임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징표였다. 4대에 해당하지 않는 오대조 이상의 조상부터는 일 년에 한번 묘(墓)에 가서 조상께 제사를 지냈다. 오대조 이하의 자손들이 모인 자리라 상당히 많은 자손이 참여하게 된다. 묘사가 끝나면 묘사음식을 묘사에 참석한 숫자뿐 아니라 묘가 위치해 있는 집집마다 동네 어르신과 꼬맹이들 몫까지 일일이 다 나눠서 돌린다. 이 문제는 의외로 중요해서 잘못해서 그 동네 꼬맹이에게도 인심이라도 잃을라치면 묘(墓)가 인분 범벅이 되는 경우도 있고 심하게 훼손되는 수도 발생한다. 요즘은 거의 다 화장을 해서 가족공원에 모시기 때문에 이런 일들은 많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진료실에서 어르신들의 말을 듣다 보면 자신의 대가 지나면 아무도 조상님들의 묘를 ?지 않을 것 같아 자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모든 조상님들의 묘를 화장해서 가족묘로 정리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아무도 ?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누군가의 조상묘가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날이 오래지 않을 것 같다.

무덤에 입히는 띠도 백모근(白茅根)이란 한약재다. 띠는 벼과다. 그 꽃이 삘기 꽃이다. 어린 시절 뭔가 입이 궁금할 때 소나무 새 줄기 안의 하얀 껍질, 찔레꽃 새순, 뱀 딸기, 사루비아 꽃 꿀, 삘기 꽃 그리고 술지깨미를 간식으로 먹은 적이 있었다. 백모근은 성질이 차고(寒) 독은 없고 성질은 달다.(甘) 찬 성분은 혈을 식히지만 백모근은 그 작용이 우수한 편이 아니다. 방광경에 들어가서 방광의 열을 맑게 해 줘서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청열이뇨(淸熱利尿)라 한다. 갈대의 뿌리인 노근(蘆根)도 역시 벼과식물로 백모근과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위(胃)와 폐(肺)에 들어가서 위장의 열 때문에 생긴 구토를 없애주고, 폐의 열 때문에 생긴 기침 또한 없애준다. 다만 노근은 기(氣) 쪽으로 작용해서 열을 꺼서 진액을 생성해 주는 기능이 우수하고, 백모근은 혈(血)쪽으로 들어가서 혈의 열을 식혀서 지혈하는 작용이 강하다. 둘 다 약효가 세지 않아서 1첩에 20∼40g정도로 사용한다.

지금부터는 화어지혈약(化瘀止血藥)에 대해 말해보겠다. 말 그대로 어혈을 풀어서 지혈을 시킨다는 뜻이다. 뇌진탕이나, 타박상 혹은 어혈에 의해서 피떡이 생기면 그 부분으로 염증이 발생하게 되고 출혈에 이르게 된다. 피떡이 생기면 혈전이나 색전으로 옮겨갈 수 있으며 만에 하나 뇌혈관이나 심장의 관상동맥이 이런 피떡으로 막히면 응급상태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어혈을 없애주는 활혈거어약과 지혈약, 행기약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화어지혈약을 잘 활용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풍을 예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평상시 혈관이 새파랗게 노출이 잘 된다거나, 멍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다거나, 최근에 타박상이나 뇌진탕을 당한 환자의 경우는 이런 한약재들을 사용하여 선제적으로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어혈증상이 없는데 이런 한약들을 쓴다면 출혈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뇌출혈로 중풍이 된 환자 중에는 피떡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꼬마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열심히 운동한 사람이 많다. 피떡이 없는데 아스피린을 써서 출혈로 인해서 중풍이 온 경우다. 한방과 양방 가릴 것 없이 어떤 약이든 과하면 지나침만 못하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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