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치료하고 경맥 따뜻하게 해 지혈 역할도

예나 지금이나 연극인, 화가, 음악가, 명창 같은 예술인은 여전히 춥고 배고프다. 모델료를 지불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는 빈센트 반 고흐도 아마 이 부류에 속했을 것이다. 고흐는 어느날 스스로의 귀를 자르고 그걸 ‘자화상’이란 그림으로 남긴다. 고갱과의 싸움으로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잘랐다고 알려져 있지만 진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예술인은 창작의 고통이 항상 따라다니고 이를 감내하지 못하면 위대한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 가난한 고흐가 그 압박감을 이겨내게 해 준 원천이 아마도 ‘고흐의 술’로 알려진 ‘압생트’가 아닐까 생각된다. 압생트(Absinthe)는 불어로 ‘고난, 고통’이라는 뜻이며 압신트쑥(Artemisia absinthium)이 주요한 성분이고 여기에 감초 등 몇 가지를 첨가해서 만든 술로 투명한 초록 빛깔을 띠고 진한 향을 풍기고 도수가 85도까지 이르는 엄청난 독주다. 당시 압생트는 위스키와 같은 비싼 술을 마시기 힘들었던 가난한 예술가들이 독특한 향과 맛 그리고 저렴한 가격 때문에 ?기도 했지만 이 술을 마시면 마약을 복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환각증상이 나타나 예술가의 영혼을 불태우고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어 늘 감성에 목말랐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예술을 창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에도 많이 마셨다. 그래서 녹색 요정, 녹색의 마주(魔酒), 미치광이 술 같은 별명이 항상 따라 다녔고 고흐는 이 술의 마니아였다. 압생트를 마시는 방법도 독특했다. 알콜도수를 줄이고 쓴맛의 풍미를 없애기 위해 구멍이 난 숟가락을 술잔에 걸치고 그 위에 각설탕을 올려놓은 뒤 차가운 물을 조금씩 부어 설탕을 녹이면서 마셨다. 영화 ‘무랑루즈’에 압생트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19C 말 잠깐 유행한 후에 뇌를 파괴하는 등의 건강상의 이유로 1915년부터 제조가 금지되었다. 압생트의 주 재료인 압신트쑥은 우리나라에서 나는 쑥과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도 쑥은 여러 종류가 있다. 애엽(艾葉)이라고 부르는 황해쑥은 바닷바람을 많이 쐴수록 더 쓴 경향이 있으며 효능 면에서도 더 좋다. 민간에서는 약쑥이라고도 부른다. 쑥은 한약재뿐 아니라 먹을 것이 별로 없었던 춘궁기에 쑥떡, 쑥버무리, 쑥국 등으로 우리의 배를 채워줬던 고마운 나물이었다. 한약재로 쓰이는 쑥은 음력 5월 단오 무렵에 채취해야 한다. 단오 이전의 쑥은 약성이 모자라고 단오가 지난 것은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어떤 한의학 문헌에는 쑥이 독성이 있다고 표현되어 있는데 이 때문이다. 애엽의 성질은 따뜻하다(溫). 독은 없고 맛은 맵고 쓰다(辛苦). 몸이 약한 사람이 추위에 노출되면 기력이 더욱 약화되어 혈맥을 굳건하게 하지 못해서 출혈이 된다. 대변출혈과 자궁에 대량출혈이 있거나 월경량이 많아지게 된다. 이 때 경맥을 따뜻하게 해서 이런 증상들을 치료한다고 해서 온경지혈약이라 한다. 애엽도 이 범주에 속하는 한약이다. 간경은 남성의 경우 성기를 휘감고 돌고, 여성의 경우 자궁 쪽으로 연결되어 있다. 스트레스는 간(肝)이 담당하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성은 성기가 기립되지 않는 발기부전이 되고 여성이 받으면 자궁쪽 기혈순환이 안되므로 생리이상이 발생하고 심하면 불임의 원인이 된다. 애엽의 따뜻한 성질은 찬 기운(寒邪) 때문에 생긴 통증을 치료하고 경맥을 따뜻하게 해서 지혈시키는 역할이 있다. 아랫배가 치서 항상 아프다거나, 그로 인해 달거리 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들쭉날쭉하게 하고, 생리 유지 기간도 정확하지 않고, 생리통이 심하거나, 생리 색깔이 검거나 덩어리로 뭉툭뭉툭 나오거나 검은 알갱이가 묻어나올 때 쓸 수 있으며, 아랫배가 냉골이라 항상 아프고 임신이 안 될 때도 역시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장중경이나 이시진 같은 대 한의학자들도 애엽을 경대(經帶, 월경과 대하)를 치료하는 좋은 약으로 부인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약이라고 말했다. 소화기 쪽의 허한(虛寒)에는 건강(乾薑)을 쓰고, 자궁 생식기부위의 허한(虛寒)에는 애엽(艾葉)을 쓴다. 필자도 자궁근종으로 극심한 생리통이 있는 젊은이에게 침을 놓고 아랫배에 뜸을 떠서 극심한 생리통으로 부터 벗어나게 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한겨울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한의원에 내원하는 젊은이에게 꼭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는 옷을 입고 다니라고 잔소리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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