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수삽약(收澁藥)

생물체가 지구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외부환경이 어떻게 변해도 인체 내부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의미다. 만약 우주복 없이 우주에 팽개쳐 진다면 우리 몸은 지구에서만 살아온 터라 1기압 상태인데 우주는 기압이 0인 진공상태여서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므로 순식간에 체액인 혈액 중의 물과,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이동할 것이고, 물질도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흐르므로 비록 피부가 막고 있지만 몸이 폭탄 맞은 것처럼 우주로 흩뿌려져서 순식간에 생명을 잃게 될 것이다. 실은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에너지가 외부환경에 대해 인체 내부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이렇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인체의 각 기관과 외부환경 사이에 끊임없이 물질교환이 이루어져야 하고 각 기관은 자신의 고유한 기능을 발휘할 뿐 아니라 다른 기관과도 동시에 상호 연락해서 기관 간에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런 생리적 조절기능을 ‘항상성 유지(Homeostasis)’라고 한다. 우리의 체온, 혈압, 혈당, 월경, 수분과 전해질 농도, 수소이온농도,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이 일정범위 내에 조절되어야 비로소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수삽약(收澀藥)은 새는 것을 못 새어나가게 틀어막은 역할을 하는 한약재다.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빠져 나가는 것들은 대변과 소변, 땀, 생리혈, 정액 등등이 있는데 이것들이 어떤 이유로 인해서 멈추지 않고 계속 빠져나가서 정상 생리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위험한 지경에 놓이게 되므로 이를 틀어막아야 한다. 수삽약은 땀이 끊이지 않게 나는 것을 막는 지한약(止汗藥)과 설사가 그치지 않고 나는 것을 막는 지사약(止瀉藥) 그리고 정액을 흘리고 다닐 때 쓰는 삽정약(澀精藥), 소변을 찔끔거리고 흘리고 다니는 데 쓰는 축뇨약(縮尿藥), 냉이 항상 배출되어 내의에 묻히는 걸 막는 지대약(止帶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수삽약을 쓰는 경우는 오장의 기능이 자기역할을 못해서 다른 장기와도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는 데 실패해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을 때 쓴다. 물론 경미한 질병이나 발병 초기에 일시적으로 샐 수 있지만 이것은 금방 회복되므로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질병을 앓아 왔거나, 고령에 기운이 없거나 스트레스로 기운을 많이 소비해서 발생한 경우는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출혈은 인체에 심대한 위험을 가져오므로 앞선 칼럼에서 지혈제(止血劑)를 따로 밝혀놓았다. 이시진은 “脫則散而不收, 故用酸澀之藥, 以斂其耗散”이라고 수삽약에 대해 말했다. “새서 흩어지는 것은 거두지 않아서이다. 그러므로 산미(酸味)와 삽미(澀味)를 가진 한약으로 흩어지는 것을 거둔다.”란 뜻이다. 수삽약은 기(氣)나 혈(血), 음(陰)이나 양(陽)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므로 반드시 이 부분을 보(補)하는 한약과 함께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지한(止汗)약은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주는 한약이다. 땀은 인체에 체온조절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땀을 자한(自汗)과 도한(盜汗)으로 나누며 피부 주리(腠理)의 기혈(氣血)이 촘촘하지 못하고 성기어서 땀이 나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으로 본다. 자한은 저절로 나는 땀이란 뜻이며 흔히 기허자한(氣虛自汗)이라고 부른다. 이와 반해서 도한(盜汗)은 도둑놈 땀이라 밤에만 땀이 나는 것을 말하고 일반적으로 혈허도한(血虛盜汗) 혹은 음허도한(陰虛盜汗)이라고 한다. 자한은 기허(氣虛)와 비허(脾虛)가 원인이 되므로 비장의 기운을 올려주는 황기(黃芪)와 백출(白朮)같은 한약재와 같이 쓴다. 방약합편에는 자한에 쓰는 처방으로 옥병풍산(玉屛風散),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소건중탕(小建中湯)같은 기운을 올리는 처방을 수록해 놀고 있으며 도한은 음허(陰虛)와 혈허(血虛)가 원인이므로 당귀(當歸), 백작약(白芍藥), 숙지황(熟地黃)과 이차적으로 음허열(陰虛熱)이 생겼다면 지모(知母)와 지골피(地骨皮)같은 한약재를 함께 쓴다. 당귀육황탕(當歸六黃湯), 소시호탕(小柴胡湯),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같은 혈(血)과 음(陰)을 올리는 처방을 제시했다. 하지만 자한과 도한은 질병 과정 중에 나타나고 원인과 기전이 너무 다양해서 치료의 어려움이 항상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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