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저리거나 아파서 걷기 힘들고, 조금 쉬고 나면 다리 통증이 호전되는 증상. 이와 같은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는 정형외과 전문의인 필자의 경험으론 매우 흔한 편이다. 이는 전형적인 척추관 협착증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소견을 정형외과 전문용어로 간헐적 파행이라고 한다.

50대 여자 환자였다. 다른 병원에서 MR검사 후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신경주사치료를 받으며 지냈다고 했다. 좀 낫는 듯 했었는데 이내 조금만 걸어도 한쪽 엉치에서부터 종아리를 거쳐 발까지 쥐어짜는 듯 아파왔다. 통증 때문에 걷기조차 힘들다며 필자를 찾아왔다.

다른 병원에서 받은 진단과 MR검사가 1년도 더 지난 상태. 환자에게 이런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정밀 MR검사를 시행했다. 협착증 소견은 발견되었지만 그리 심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정도라면 제대로 신경주사치료를 했다고 가정했을 때, 주사치료 2-3회 정도면 다리 통증이 크게 호전되어야할 MR소견이었다.

신경주사치료를 하고 1주일 후에 다시 만난 그 환자. “별로 차도가 없네요”라는 말부터 꺼냈다. 필자의 머릿속이 잠깐 혼란스러워졌다. “그럼 대체 이건 뭘까?”라는 말이 필자의 입에 맴돌았다. 필자의 두번째 치료는 통증유발점 주사. 운동을 많이 하는 환자인 만큼 근막통증증후군으로 유발된 하지 연관통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

그리고 또 1주일이 지났다. 많이 좋아졌을 것이란 낙관적인 생각으로 환한 얼굴로 환자를 맞이했다. 그렇지만, 돌아온 대답은 “엉덩이는 좀 가벼워졌는데, 조금만 걸으면 허벅지와 종아리가 저리고, 다시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쥐어짜는 것 같네요. 걷기가 정말 힘들어요.” 환자의 대답이 필자를 다시 난감하게 했다.

“그럼 정말 이게 뭘까?” 필자의 머릿속이 까매졌다. 하지만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참작해서 초심으로 돌아가 환자의 상태를 정리해나갔다. 그 순간 필자의 머릿속을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서둘러 환자의 하지 진찰을 다시 해봤다. 혹시 뭐가 만져지는 것이 있는지, 혈관은 제대고 뛰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역시나 뭔가 조금 이상했다. 의심을 하고 검사를 해 보니 왼쪽 발목 혈관의 맥박이 조금 약하게 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후 하지 혈관 도플러 검사를 시행했고, 판독 결과는 왼쪽 하지동맥혈류장애.

하지혈관문제로 인한 혈류장애가 발생하면 근육운동에 필요한 산소가 모자라게 된다. 그래서 보행을 하다보면 근육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쉬면 혈액순환이 일시적으로 호전돼 통증이 감소하게 된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보행장애소견이 발생하게 된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신경성 파행소견이 아니고,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혈관성 파행. 이런 경우엔 주로 말초혈관 확장 및 혈류를 개선하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다행히도 그 환자는 치료에 성공해 지금은 거의 통증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달려라병원 이성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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