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모든 생명이 동장군의 기세에 눌려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을 때 분연히 그 춥고 매서운 칼바람에 맞서면서 눈꽃사이에서 빨갛게 피는 동백꽃을 보면 생명의 기적을 보는듯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동백꽃 이후 거의 같은 시기에 매화와 산수유의 꽃이 핀다. 매화는 겨울에 핀다고 동매, 눈 속에서 핀다고 설중매(雪中梅)등 품종에 따라 개화시기가 다르지만 산수유의 개화시기와 얼추 비슷하다. 김종길의 ‘성탄제’는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구하기 위해 눈이 한길이나 쌓인 산속을 헤매고 나서야 한 줌의 산수유 열매를 따 가지고 와서 자식에게 먹였던 아버지의 사랑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잘 그려내고 있다. 산수유(山茱萸)는 아주 많이 사용되는 중요한 한약재다. 맛이 시큼하고 꺼끌꺼끌하다.(酸澁) 시큼한 산미(酸味)는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수렴시키고 꺼끌거리는 맛 역시 뭔가를 잘 거두어 들이는 효능이 있다. 간(肝)과 신(腎)에 들어가서 간(肝)과 신(腎)의 양기(陽氣)와 음액(陰液)을 동시에 보(補)해서 정력을 강화시키고 정액이 새 나가지 않도록 하는 약효가 있다. 음양을 모두 보(補)하는 한약재는 흔치 않아서 몸에서 저절로 나는 땀이나 설사, 정액이 이유 없이 나가는 유정, 냉대하, 소변빈삭 등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또 간장(肝臟)과 신장(腎臟)은 근육과 뼈를 지배하므로 요슬산연(腰膝酸軟)같이 허리나 무릎이 시큰거리고 연약하게 된 질환에도 많이 사용된다. 이 때는 관절 마디마디마다 미끌미끌한 윤활유를 채워서 기름칠 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처방이 지황탕(地黃湯)이다. 소양인(少陽人)이 기운이 쳐지면 제일 먼저 대변이 딱딱하게 굳어서 배변하기가 힘들고, 그 다음 다리 힘이 없어지고 허리도 역시 힘이 없어서 휘청거리고 앉아 있으려고만 하게 된다. 이 때 쓰는 것이 형방지황탕, 독활지황탕, 십이미지황탕, 가미지황탕이다.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십전대보탕도 음양을 모두 보(補)해주는 좋은 처방이지만 과거에는 노인들이 육미지황환을 환약으로 만들어 놓고 매일 꾸준히 복용해서 몸이 야위어가고 기력이 쇠약해지는 것을 막았다. 육미지황환의 주 한약재가 숙지황 산수유 산약(마)다. 보통의 요통에는 육미지황환에 우슬과 두충을 섞어서 처방한다.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양기폭탈(陽氣暴脫)에 인삼, 백작약, 용골, 모려등과 함께 쓴다. 부인이 과다할 정도로 생리량이 많거나 소량씩 출혈이 끊임없이 이어질 때는 숙지황, 백작약, 아교등과 함께 쓴다. 밤새 소변을 보려고 들락거릴 때는 복분자와 함께 쓴다. 필자의 한의원에는 겨울에는 뻣뻣한 몸을 녹일 수 있는 한약으로 처방한 차(茶)를 환자들에게 대접하고 여름이 되면 갈증을 없애는 오미자차가 그 일을 대신하게 된다. 오미자차를 맛본 환자들은 대개 처음에는 아름다운 색깔에 놀라고 마실 때 맛있다는 생각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오미자 100g를 보자기에 싸서 적당한 량의 물에 하루 밤낮으로 담가두면 그 본래의 색깔이 드러난다. 그러면 오미자 보자기를 꺼내고 입맛에 맞게 설탕을 가미해서 냉장시켰다가 갈증이 날 때 마다 꺼내 먹으면 훌륭한 갈증해소용 음료수가 된다. 오미자는 북오미자와 남오미자의 성숙된 과실을 한약재로 쓴다. 오미자는 이름에도 있듯이 다섯 가지 맛을 가졌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성질은 따뜻하고 달며 다섯 가지 맛 중에서 시큼하고 단 맛이 조금 더 난다. 시큼한 맛은 침을 고이게 해서 진액을 생성시키므로 생진(生津)작용이 있고 또한 수렴하는 작용이 있어 땀이나, 정액, 기침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지한(止汗), 삽정(澀精), 염폐(斂肺)의 기능이 있다. 날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 폐에 작용해서 기침을 그치게 하는 염폐의 기능이 증가되고, 술에 볶아 쓰면 정력을 강화시키는 삽정기능이 좋아지게 된다. 감기가 장시간 낫지 않으면 미열 때문에 기침감기로 변하게 되는데 특히 밤에 목이 간질간질하면서 쉼 없이 기침을 하게 되어 잠을 이룰 수 없게 된다. 이 때 길경과 맥문동, 오미자를 함께 쓰면 목이 간질거리는 현상이 없어지고 푹 잘 수 있어서 금방 감기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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