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여자환자, 어깨통증을 호소하며 진료실 의자에 앉는다. 오래 전부터 통증이 있었다고 말했고, 관절염이 심하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찾아가는 병원마다 대답이 똑 같았다고 했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진통제 복용하시면서 지내세요...”라는 대답. 그 뒤로 시간은 점점 흐르고 통증은 더 심해져갔다. 최근 들어 참고 지내기가 힘들 정도가 됐다.

참고 또 참다가 “어떤 식으로든 치료를 받고 편하게 지내야겠다”라는 결심으로 필자의 병원을 찾아왔다고 했다. 필자는 환자의 상태부터 설명한 뒤 조심스레 인공관절 수술을 권했다. 필자의 권고에 그 환자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요...”라는 혼잣말과 함께 어깨인공관절수술을 받기로 ‘중대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많은 할머니들이 ‘관절염’ 때문에 정형외과병원을 찾는다. 그 분들이 말하는 관절염은 정확하게는 또는 일반적으로는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우리 몸의 어느 관절이든 다 발생할 수 있다. 빈도가 비교적 높고 실제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무릎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진료분야인 어깨에도 관절염이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깨에는 관절염이 없는 줄 안다. 그런데, 있다! 물론 무릎 관절만큼 흔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간혹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만큼 심한 상태가 되어 내원하는 환자들도 제법 있다.

어깨관절은 위팔뼈라고 불리는 상완골의 머리부분과 견갑골로 이루어진다. 두 뼈가 만나는 부분은 연골로 둘러싸여 있어서 거의 마찰 없는 움직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관절염이 발생하게 되면 연골이 닳아서 그 속에 있는 뼈가 직접 부딪친다. 그래서 심한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어깨 관절의 경우 체중이 실리는 관절이 아니어서 무릎 보다는 더 심한 상태에서 증상이 생긴다. 그렇다해도 4단계 정도의 심한 관절염이 생기면 통증을 피해갈 수가 없다. 통증 뿐 아니라 팔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긴다. 일어서서 옷 갈아입기나 간단한 위생생활도 어려워지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어깨의 관절염 치료도 다른 부위의 관절염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기능 장애가 심하지 않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1-2단계의 관절염인 경우의 치료는 어떨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소염제를 복용하거나 간단한 주사치료로 치료가 가능하다. 사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기능 장애나 통증이 심한 4단계라면 이런 치료로는 한계가 있어서 좀 더 근본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럴 땐 무릎이나 고관절처럼 인공관절 수술이 답인 경우가 많다. 어깨 인공관절 수술은 빈도가 많지 않고 술기가 매우 어렵다. 때문에 반드시 어깨전문의에게 시술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보니 그 결과는 대부분 매우 좋다. 수술 받은 사람의 90퍼센트 이상에서 통증 없는 어깨로 회복이 가능하다. 일상에서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깨관절의 경우 체중이 실리는 관절이 아니다. 그래서 인공관절의 수명에 대한 염려 또한 적다고 할 수 있겠다. 무릎이나 고관절의 경우 15-20년 정도를 한계로 보는 게 정형외과 전문의들의 공통의견이다. 그런데 어깨의 경우는 그 보다 더 오래 쓸 수 있다. 필자 뿐 아니라 많은 전문의들이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이제 마무리. 수술 이외의 답이 없는 경우는 수술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환자 본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형외과 어깨 전문의의 솔직담백한 당부일 수 있다. “통증을 없애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라는 게 필자가 수술치료를 한 환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니 말이다.

달려라병원 박재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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