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서적 중에 임상처방이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책은 장중경이 쓴 상한론(傷寒論)인데 그 속에는 백여개 이상의 처방이 있다. 그 중 인삼(人蔘)이 들어간 처방이 21개다. 여기서 말한 인삼이 고려인삼과 같은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 이후에 출간된 후세의가의 의학서적 속에서 실려 있는 상한론의 처방에서 인삼을 고려인삼이라고 특정한 것으로 보아 그 때부터 고려인삼이 사용되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그 이후에 한약에 대한 가장 오래된 본초서적중 하나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채취시기, 효능, 성미 같은 것이 자세히 언급된다. 인삼의 학명이 ‘Panax ginseng’인데 여기서 Pan은 모든 것이라는 뜻으로 만병통치를 말한다. 인삼은 비경(脾經)과 폐경(肺經)으로 들어간다. 독이 없고 맛은 달다. 그리고 성질은 차게 하지도 덥게 하지도 않아 평(平)하다고도 하고 약간 따뜻하다고 한다.(微溫) 경희대에서 출간한 ‘동양의학 대사전’에 있는 인삼(人蔘)부분을 보면 인삼(人蔘)의 일곱 가지 효과인 칠효(七效)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 중 양심안신(養心安神)작용은 충격을 받아 정신이 혼미하고 가슴이 벌렁거릴 때 심장에 기운을 공급해서 마음에 안정을 취한다는 뜻이다. 요즘 같이 경기가 안 좋을 때 조그마한 충격에도 쉬 놀라는 소음인들에게 심장을 진정시켜 신경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인삼을 군약으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탁독합창(托毒合瘡)은 독소를 밖으로 잘 배출하고 벌어져 있는 부스럼이나 곪아서 벌어져 있는 곳을 잘 봉합한다는 뜻이다. 인삼의 효능과 주치는 너무 많지만 제일 중요한 것이 대보원기(大補元氣)다. 원기(元氣)를 크게 보한다는 것이다. 소음인(少陰人)의 병중에 망양증(亡陽證)이라는 질병이 있다. 망양증 초기에는 감기가 와서 오싹오싹 추위를 느끼는 오한(惡寒)기가 있으면서 열이 나고 땀이 나는 증상이 있다. 중기에는 오싹오싹하는 오한기는 없으면서 발열하고 땀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증상이 있다. 그리고 말기에는 흥건하게 적실 정도로 땀이 많이 흘러내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땀으로 누렇게 범벅이 된 옷을 갈아입을 정도가 된다. 이 때 쯤 되면 소변의 량도 많아져서 몸 안의 진액이 남아있질 않게 되고 대변 마져도 딱딱해져서 변비가 된다. 필자가 땀은 양기(陽氣)라서 사우나에서 함부로 땀을 빼는 것은 다른 질병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소음인은 좀처럼 땀을 잘 흘리지 않는다. 땀이 나더라도 송골송골 피부에 맺힐 정도인데, 망양증이 되면 흘러내린다. 그래서 위급환자로 분류된다. 이제마가 쓴 동의수세보원에는 소음인 11세 망양증 환자의 치험례가 나온다. 인삼계지부자탕(人蔘桂枝附子湯)을 썼는데 한 첩에 인삼이 5전(錢)으로 약 20g정도, 부자를 2전(錢)으로 약 8g정도로 썼다. 지금 사상의학 교과서에는 망양증에 1첩에 1량(兩)으로 약 40g까지도 쓰기도 한다. 하루에 두 첩이면 하루에 무려 80g까지 인삼의 량을 높여 탈진을 막았다. 이를 고탈생진(固脫生津)이라 한다. 탈진을 막는다는 뜻이다. 설사나 구토의 경우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과 같이 진액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소음인 망양증에 준해서 치료한다. 오랫동안 질병을 앓아서 미열 때문에 진액이 졸여져서 손상을 입었거나, 큰 수술로 인한 출혈로 인해 역시 진액과 기운이 동시에 손상을 입었을 때 삼령백출산(蔘笭白朮散)을 많이 쓰는데 이 처방 안에도 역시 인삼이 3전(錢) 즉 12g정도가 들어 있다. 진맥을 해서 맥이 더욱 약하면 당연히 5전(錢) 즉 20g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한 여름에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마라톤 같은 운동을 해서 탈진이 되었거나 작업장 내에서 사고로 인해 갑자기 대량 출혈이 발생한 환자에게는 독삼탕(獨蔘湯)을 쓴다. 독삼탕은 인삼 1량(兩) 약 40g을 한 첩으로 해서 달여서 쓴다. 과거 조선시대 때 제왕절개 같은 수술적인 방법이 없었던 관계로 산모가 출산하다가 시간이 지연되면 기력과 진액이 동시에 소진될 수 있어 미리 독삼탕으로 기운을 보태거나 출산 하는 도중에도 짧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출산 전에 아이를 받아주는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뜻의 불수산(佛手散)이나 태아를 작게 해서 해산을 도와주는 축태음(縮胎飮)을 이용해봄직하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