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분이 아기를 품에 안고 진료실로 들어섭니다. 옆에는 너댓 살 쯤 되어 보이는 꼬맹이도 함께입니다. 이쯤 되면 정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분들 중에서도 특히 여성분들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대충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환자는 둘째 출산 전에도 요통이 조금 있었다고 합니다. 출산하고 나고 요통이 좀 더 심해졌다는군요. 최근에는 골반도 같이 불편해져서 병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허리를 숙여 기저귀를 갈거나 아기를 들어 올리려면 허리가 너무 불편하다고 합니다. 첫째 아이까지 같이 돌보려니 너무 힘들다고 하네요. 젊은 엄마들의 전형적인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임신과 출산을 거치게 되면 일단 요통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집니다. 임신 후기로 갈수록 배가 불러지면 척추 곡선에도 변화가 생기니까요. 체중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허리에 많은 하중이 쏠리게 됩니다. 또한 호르몬의 영향으로 출산을 쉽게하기 위해 근육이나 인대의 결합력이 떨어지게 되죠. 이게 오히려 허리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출산 과정에서 겪게 되는 급격한 골반의 변화 또한 허리에 악영향을 주고 요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출산 후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아기를 돌보는 기본적인 자세를 떠올려보세요. 대부분 허리를 한참 구부리는 자세이고 또한 이런 자세를 지속적으로 자주 반복하게 됩니다. 아기의 몸무게가 점점 늘어날수록 안아 주거나 들어 올리는 동작도 허리에 무리를 주게 됩니다. 또한 출산 후 체중이 잘 빠지지 않을 경우도 허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임신과 출산 전에 원래 허리가 좋지 않았던 여성분들이 더욱더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아내도 둘째 출산 후 한참 동안 요통으로 고생했습니다. 요통이 별로 심하지 않을 때는 괜찮은데 요통이 심한 날은 기분도 무척 우울해지고 모든 일이 귀찮아진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육아 또한 너무 큰 짐으로 느껴진다고 하소연 하더군요. 제 아내 역시 요통에서 벗어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많은 치료도 받았지만 무엇보다 둘째가 어느 정도 크고 손이 덜 가면서부터 통증이 좋아진 게 아닌가 십습니다.

육아와 요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봅니다. 출산 후 몇 년간 아기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젊은 엄마들의 허리는 많은 희생을 강요받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남편이 그 무게를 같이 짊어지려 흉내내본들 그 본연의 무게는 온전히 감당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요즘 한창 매스컴에 맞춤형 보육이 이슈화 되면서 많은 이야깃거리가 들려옵니다. 전업 주부는 어린 아기를 어린이 집에 하루 종일 맡길 수 없다, 라는 게 이 문제의 핵심일텐데요. 언젠가는 허리 통증으로 치료 받으시던 젊은 여성분이 진료실에 소견서를 받으러 오셨습니다. 아직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아기를 하루 종일 돌보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십니다. 아마 전업 주부이신 모양인데 아기를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기려면 의사 소견서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누군가 대신해서 아기를 돌봐줄 형편이 아니라면 이건 정말 절실한 문제이겠지요. 직장맘, 전업주부 가리지 않고 육아라는 무게를 이 사회가 좀 더 같이 부담할 수 없는지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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