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후관절 활액막낭종이 원인일 수도

멀리 지방에서 4시간 동안 차를 운전해서 필자의 병원까지 찾아온 환자의 이야기. 가끔씩 한쪽 엉덩이부터 허벅지까지 저리고 아팠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조금 쉬고 나면 괜찮아지곤 했다. 그런데 한 두달 전 부터는 조금만 걸어도 한쪽 다리가 무거워졌다. 엉덩이, 허벅지까지 당기고 아파서 조금 걷다가 곧 쉬어가야 할 정도가 됐다고 했다.

이러한 하지 방사통을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척추관 협착증이라고 진단한다. 이 환자는 전에 집 근처 병원에서 x-ray만 찍었다고 했다. 척추전방전위증이 관찰되고 이 부위에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해서 통증이 생긴 거라는 말을 들었다. 약도 먹고 물리치료도 받고 주사치료를 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별로 차도가 없어서 멀리 서울까지 필자의 병원을 찾아온 것이었다.

척추전방전위증이 발생하면 척추관이 어긋나면서 이 부위의 신경이 눌리는 척추관 협착증이 나타난다. 척추체가 앞으로 밀려나 있을 뿐만 아니라, 움직임이 불안정해진다. 증상이 조금씩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에 척추전방전위증이 동반된 협착증의 경우, 그 증상이 더 심한 경우가 많다.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고 판단한 필자는 환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한 뒤, MRI 촬영을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MRI에 나타난 하지 방사통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MRI소견에서 제4-5요추사이에 척추전방전위증은 나타나 있었다. 신경관이 상대적으로 좁아져 있었으나, 척추관이 굉장히 큰 편이어서 전체적인 신경의 흐름은 유지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하지 방사통의 원인은 대체 뭘까?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좀 더 자세히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꼼꼼하게 살펴본 결과,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물혹이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척추후관절 활액막낭종이다. 척추전방전위증 같이 척추관절의 불안정성이 발생하는 경우엔 척추후관절내 활액막에서 낭종이 발생한다. 이 낭종이 점차 커지면서 주위 신경을 누르게 된다. 이 때 척추관협착증 같은 하지방사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불안정성이 심한 경우에는 이 낭종의 크기가 점차로 커져 하지방사통이 심해지게 된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점차로 작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낭종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히 주사바늘 같은 것으로 톡하고 터지게 해서 없애버릴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그게 쉽지는 않다. 낭종의 위치가 깊숙한 척추신경 주위이고, 낭종내의 물질이 단순한 물이 아닌 끈적끈적한 점액질 성분이라 더욱 그렇다.

낭종의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우선 주사 및 시술 등의 비수술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그런데 낭종의 크기가 크고, 불안정성이 심한 경우에는 비수술치료에 별로 효과가 없어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다행히 이 환자의 경우엔 낭종의 크기가 별로 크지 않았다. 척추불안정성도 심하지 않은 상태. 그래서 비수술치료를 시행했다. 현재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일상생활에서 별 문제없이 지낸다고 한다. 다리가 아플 때마다 머릿속에서 물혹 생각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참고 지낼 정도라면 물혹 정도는 잊고 지내도 큰 문제는 없다. 물혹일 뿐이니까 말이다.

달려라병원 이성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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